이부진 사장, 삼성물산 지분 0.65% 매각
주총 앞두고 '행주펀' 활동 관심 높아져
상속세 남아 추가 지분매도 가능성도
학계 "이재용회장·우호지분 등 지배력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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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삼성일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해외행동주의펀드 공격을 받는 삼성물산 지분을 일부 매도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일가에서 삼성물산 지분을 더 팔 것이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어 삼성물산을 둘러싼 행동주의펀드의 주주활동 방향에 관심이 모인다.

삼성일가, 12조 상속세 위해 '지배구조 정점' 삼성물산 지분 최초 매도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은 삼성물산 주식 120만5718주(지분 0.65%)를 시간외 매도(블록딜) 했다. 이로써 이사장의 삼성물산 지분은 6.23%에서 5.59%로 줄었다. 또 삼성 일가의 삼성물산 지분은 지난 3분기 기준 33.63%에서 32.99%로 감소했다. 현재 삼성그룹 특수 관계인 가운데 삼성물산 주요 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8.10%),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6.23%), 이부진 사장(5.59%) 등이다. 

이 사장과 삼성 일가에서 삼성물산을 포함한 삼성 계열사 지분을 파는 것은 지난 2021년 이건희회장 별세후 유산에 대한 상속세 12조원 납부를 위한 것이다.

삼성 일가에서도 삼성물산 뿐 아니라 주요 계열사 지분을 매도해 총 2조7000억을 확보했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 등 3 모녀는 삼성전자 주식 2982만9183주(0.5%)를 매도해 2조1691억원을 마련했다. 이 사장은 또 같은 날 삼성물산과 삼성SDS 151만1584주(1.95%), 삼성생명 231만5552주(1.16%)를 블록딜로 매각해 5341억원을 조달했다.

삼성일가는 지난 2021년 4월부터 블록딜로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지분 매도로 삼성그룹은 약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의 절반 이상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최정점'인 삼성물산 지분을 매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주목되는 대목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삼성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구조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4.4%), 삼성SDS(17.08%), 삼성생명(19.34%), 삼성바이오로직스(40.06%) 등의 지분도 갖고 있다.

삼성물산, 추가 지분 매도 가능성?... 英·美 행주펀 공격 받을까

삼성일가의 삼성물산 지분 매각에 따라 삼성물산을 상대로 지난해부터 주주활동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영국 행동주의펀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지난달 영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탈은 삼성물산에 자사주 매입과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며 공세에 나섰다. 이 펀드는 삼성물산 지분 0.62%를 보유하고 있는 주주이며, 엘리엇 매니지먼트 출신 펀드매니저 제임스 스미스가 공동 설립자다.

지난 11월에는 런던의 또 다른 헤지펀드 시티오브런던 인베스트먼트도 삼성물산에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했다. 0.5%의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한 미국의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도 삼성물산 이사회에 주주환원 확대와 자본 배분 개선 요구를 담은 주주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지분 감소는 외부세력들이 삼성물산을 공격할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 현재 삼성물산에 주주활동 중인 행동주의 헤지펀드 설립자 모두 엘리엇 출신이다. 

엘리엇은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을 반대하며 삼성 측과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당시 국민연금공단과 보건복지부 등이 합병에 찬성해 손해를 봤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팰러시캐피탈 설립자 제임스 스미스는 엘리엇의 국내 활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들은 주주서한을 보낼 정도의 지분을 보유 중인 만큼 주주제안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오는 3월 삼성물산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일각에서는 헤지펀드를 포함해 삼성물산의 해외 투자자들의 결집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지난해 이후 현재까지 해외 행동주의 펀드들로부터 받은 추가적인 주주서한이나 제안은 없었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지분 추가 매도 가능성도..행주펀 '추후 주주활동' 관심

특히 삼성일가에서 필요한 상속세가 여전히 남았기에 추가적인 삼성물산 지분 매도 가능성도 제기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삼성일가에서 필요한  상속세 가운데 계열사 중 하나인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 매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행동주의펀드와 경영권 분쟁을 촉발 할 만큼 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지분 매도가 삼성물산의 지배구조를 흔들 정도로 큰 문제는 아니다. 특히 삼성물산은 32%에 달하는 삼성일가 지분과 2대주주인 KCC(9.17%)이라는 '우군'도 있다. KCC는 2015년 6월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삼성을 공격했을 당시 경영권 방어를 돕기도 했다. 삼성물산은 KCC 우호지분까지 더해 총 40%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학계 한 관계자는 "이번 매도에서 삼성물산을 지배하는 이재용 회장이 지분을 매도 하지 않은 것도 삼성그룹 지배력을 고려한 판단일 것"이라며 "(삼성물산이 보유한) 우호지분도 충분해 이번 혹은 추후 지분 매도가 경영권 분쟁이나 행동주의펀드들의 주주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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