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가성비… “2천만원 차 맞아?”
타는 맛 부족해도...안정성 ‘엄지 척’
하위트림 물량과 가격인상 '옥의 티'

지엠(GM, 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 '쉐보레' 브랜드의 소형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CUV) '트랙스 크로스오버' RS트림. 사진=김현일 기자
지엠(GM, 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 '쉐보레' 브랜드의 소형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CUV) '트랙스 크로스오버' RS트림. 사진=김현일 기자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가성비와 디자인' 

지엠(GM, 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 쉐보레 브랜드의 소형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CUV) ‘트랙스 크로스오버’(이하 트랙스)하면 떠 오르는 두 가지 장점이다. 하지만 실제로 경험해 본 트랙스는 이외에도 안정성 등 몇 가지 장점을 더 갖춘, 그야말로 ‘잘 만든 차량’이었다.

이틀간 200여km 거리를 오가며 ‘아, 이래서 이 차가 사랑받고 있구나’, ‘지엠 한국사업장이 사활을 걸고 만든 차량이라고 할 만 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엠(GM, 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 '쉐보레' 브랜드의 소형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CUV) '트랙스 크로스오버' RS트림 모델의 헤드라이트. 사진=김현일 기자
지엠(GM, 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 '쉐보레' 브랜드의 소형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CUV) '트랙스 크로스오버' RS트림 모델의 헤드라이트. 사진=김현일 기자

2000만원대 차라고는 믿기지 않는 외관

트랙스하면 먼저 외관, 즉 디자인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소형 SUV치고는 긴 편인 4540mm의 전장에 살짝 낮은 전고, 그리고 각진 헤드라이트 등의 포인트는 유려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지엠(GM, 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 '쉐보레' 브랜드의 소형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CUV) '트랙스 크로스오버' RS트림 그릴부 모습. RS트림을 상징하는 'RS' 마크가 우측에, 노란색 대신 검은색의 엠블럼이 좌측에 자리한다. 사진=김현일 기자
지엠(GM, 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 '쉐보레' 브랜드의 소형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CUV) '트랙스 크로스오버' RS트림 그릴부 모습. RS트림을 상징하는 'RS' 마크가 우측에, 노란색 대신 검은색의 엠블럼이 좌측에 자리한다. 사진=김현일 기자

특히 기자가 시승한 최상위 트림인 RS(Racing Sports, 레이싱 스포츠)의 경우 외관은 물론 내부에도 레이싱 스포츠를 표방하는 모델의 디테일이 적용돼 멋을 더한다. 전·후면부에 붉은 색으로 새겨진 ‘RS’ 로고와 노란색 대신 검은색으로 변경된 십자 모양의 쉐보레 엠블럼 등이 그 것.

테일라이트 간의 거리가 다소 멀고 크기가 작아 호불호가 있는 후면부 역시 생각보다는 괜찮은 느낌이었다. 전면부만큼의 유려함은 없지만 다부지면서 듬직한 인상.

지엠(GM, 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 '쉐보레' 브랜드의 소형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CUV) '트랙스 크로스오버' RS트림 운전석 전경. 사진=김현일 기자
지엠(GM, 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 '쉐보레' 브랜드의 소형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CUV) '트랙스 크로스오버' RS트림 운전석 전경. 사진=김현일 기자

외부에 힘 준 만큼 내부는 다소 투박

반면 내부 디자인은 투박했다. 검은색을 중심으로 한 기존 쉐보레의 스타일 그대로 담백한, 달리 말해 투박한 느낌이다. 

지엠(GM, 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 '쉐보레' 브랜드의 소형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CUV) '트랙스 크로스오버' RS트림 조수석 에어컨 부분 모습. RS트림에만 적용된 붉은 색상과 'RS' 레터링과 체커 플래그(레이싱 경주에서 시작과 끝을 알리는 깃발) 디테일 등이 눈에 띈다. 사진=김현일 기자
지엠(GM, 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 '쉐보레' 브랜드의 소형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CUV) '트랙스 크로스오버' RS트림 조수석 에어컨 부분 모습. RS트림에만 적용된 붉은 색상과 'RS' 레터링과 체커 플래그(레이싱 경주에서 시작과 끝을 알리는 깃발) 디테일 등이 눈에 띈다. 사진=김현일 기자

다만 실내에도 RS트림 특유의 디자인 디테일이 적용돼 있다는 점은 위안이다. 강렬한 붉은색 디테일과 체커 플래그(레이싱 경주에서 시작과 끝을 알리는 깃발)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격이 가격인 만큼 고급스러움은 부족하지만, 이런 식으로 멋을 더하며 나름의 보강을 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또 다른 최상위 트림인 ACTIV(액티브)의 경우 붉은 색 대신 노란 색의 디테일이 적용돼 있다.

8인치 클러스터와 11인치 터치스크린의 조합은 사이즈 면에서의 특장점은 없지만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탑재해 연결성이 좋은 편이다. 기자의 경우 애플 카플레이를 이용했는데, 처음 한 번만 등록하면 다음부터는 엔진을 켜고 조금 지나면 바로 연결돼 편했다. 편한 연결로 디스플레이 크기의 아쉬움이 상쇄되는 느낌.

지엠(GM, 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 '쉐보레' 브랜드의 소형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CUV) '트랙스 크로스오버' RS트림 트렁크 내부 모습. 2열은 풀 플랫 수준의 폴딩이 이뤄진다. 사진=김현일 기자
지엠(GM, 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 '쉐보레' 브랜드의 소형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CUV) '트랙스 크로스오버' RS트림 트렁크 내부 모습. 2열은 풀 플랫 수준의 폴딩이 이뤄진다. 사진=김현일 기자

2열 공간도 넓어… 차박도 ‘이론상 가능’

넓은 2열 및 트렁크 공간 역시 이 차의 장점 중 하나. 174cm 성인 남성 기준 1열을 앞으로 많이 당기면 무릎과 좌석 사이 주먹 3개 정도 여유 공간까지 가능하다. 소형 SUV치고 레그룸이 꽤 넓은 편. 2열을 접으면 다리를 접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차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고가 낮은 만큼 헤드룸은 주먹 1개~1개 반 정도로 여유가 많지 않은 편이다. 2열과 트렁크가 넓어 패밀리카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2열에 키 큰 동승자들이 탑승하면 좁게 느껴질 수 있다.

지엠(GM, 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 '쉐보레' 브랜드의 소형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CUV) '트랙스 크로스오버' RS트림에 장착된 19인치 '카본 플래시 머신드 알로이 휠'. 사진=김현일 기자
지엠(GM, 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 '쉐보레' 브랜드의 소형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CUV) '트랙스 크로스오버' RS트림에 장착된 19인치 '카본 플래시 머신드 알로이 휠'. 사진=김현일 기자

가격 대비 발군인 안정성

이 차의 가성비를 높이는 또 하나의 요인은 안정성이다.

특히 저속 운전 시 가속과 감속이 부드럽다. 가속페달이 예민하게 세팅돼 있어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지만, 페달을 지그시 밟으면 물흐르듯 이어지는 가속감과 흔들림 없는 차체로 기분좋은 주행이 가능하다. 저속 운전을 자주 해야 하는 도심 환경에서 이 차가 ‘가성비 킹’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을 탑재해 조용한 실내 공간은 이 차의 깊이를 더해주는 포인트다. 주행 시작 혹은 급가속 시 엔진 노이즈가 약간 들리는 걸 제외하면 준수한 성능의 차음이 이뤄진다.

GM 한국사업장 쉐보레 브랜드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 사진=GM 한국사업장
GM 한국사업장 쉐보레 브랜드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 사진=GM 한국사업장

같은 소형 SUV 체급의 신형 트레일블레이저와 비교하면 주행감에서 크게 다른 게 핸들링과 서스펜션의 차이.

트레일블레이저의 경우 핸들링은 가볍지만 서스펜션 충격 흡수가 훌륭한 만큼 오프로드 환경이나 방지턱 등에서 강점이 있는 반면, 트랙스는 핸들링이 묵직하나 서스펜션은 트레일블레이저 대비 부드러운 느낌은 덜하다는 특징이 있다. 전·후륜 서스펜션이 각각 ‘맥퍼슨 스트럿’과 ‘토션 빔’으로 같다는 걸 감안하면 세팅 값을 달리해 각 모델의 캐릭터를 달리 가져간 게 아닌가 짐작해 본다.

지엠(GM, 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 '쉐보레' 브랜드의 소형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CUV) '트랙스 크로스오버' RS트림 좌측면부. 사진=김현일 기자
지엠(GM, 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 '쉐보레' 브랜드의 소형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CUV) '트랙스 크로스오버' RS트림 좌측면부. 사진=김현일 기자

확연히 느껴지는 ‘출력 부족’이란 단점

1.2리터 3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의 한계로 인한 출력은 흠. 종합하면 딱 가격만큼의 주행 성능은 보유하고 있으나 ‘달리는 맛’은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저속 단계에서 급가속 시 발생하는 ‘터보 랙’(가속페달을 밟고 터보엔진이 원하는 속도에 도달하기까지 지연이 발생하는 것)이 두드러진다. 가속페달을 밟고 꽤 시간이 지나야 원하는 속도를 낼 수 있는 만큼 고속도로 등에서 진로 변경을 할 때나 갑작스럽게 가속력이 필요할 경우 미리 가속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또 속도가 130km/h 이상 넘어가면 엔진이 힘겨워하는 게 느껴진다. 고속주행이 딱히 필요없는 도심을 달리는데는 '차고 넘치는' 성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이상은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최고 출력은 139마력, 최대 토크는 22.3kgf·m에 해당한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트림 별 가격. 지난 4월 첫 출시 때와는 달리 각 트림 별 일괄 120만원씩의 가격 상승이 이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쉐보레 홈페이지 갈무리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트림 별 가격. 지난 4월 첫 출시 때와는 달리 각 트림 별 일괄 120만원씩의 가격 상승이 이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쉐보레 홈페이지 갈무리

재고 부족과 가격 인상 논란

북미 판매를 우선시 하며 국내 물량 배정이 미뤄져 출고 대기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점 역시 아쉬운 포인트.

현재 저가형인 ‘LS 플러스’와 ‘LT 플러스’ 트림은 각각 2188만원, 2504만원으로 상위 트림인 ACTIV(2821만원)와 RS(2880만원) 대비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으나 물량이 없어 10월 기준 출고 대기 기간만 20개월가량 걸린다. 같은 기간 ACTIV와 RS 트림의 출고 대기 기간은 각각 7개월 이상, 3개월 이상으로 다소 차이가 크다.

또한 최근 전 트림에 ‘플러스’(Plus)라는 명칭을 붙인 2024.5년형 트랙스를 새로이 출시하며 가격이 120만원 인상된 점 역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운 부분.

출시한 지 약 7개월 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의 가격 인상인 데다 변경 사항도 △카고 네트(그물망) 추가 △기존 오리지널 매트에서 쉐보레 로고 매트로 변경 △로고 레터링 변경(ACTIV 트림 한정) 등으로 크지 않은 데, 기존 계약자들에게 단기 보증 연장 정도의 소규모 혜택만 제공돼 불만이 큰 상황이다.

인터넷 누리꾼 일부는 “LS·LT 트림(저가형)을 제외하고는 안 그래도 가성비가 떨어지는데 가격을 올리면 어쩌자는 거냐”, “LS·LT 트림, 애초에 고가 모델을 팔기 위한 미끼상품 아니냐”라는 등 격한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지엠(GM, 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 '쉐보레' 브랜드의 소형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CUV) '트랙스 크로스오버' RS트림. 사진=김현일 기자
지엠(GM, 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 '쉐보레' 브랜드의 소형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CUV) '트랙스 크로스오버' RS트림. 사진=김현일 기자

GM, 앞으로도 이런 차량 많이 내주길

몇 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트랙스는 ‘올해의 자동차’ 후보에 올라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준수한 가격에 멋진 디자인, 넓은 내부 공간과 안정성. 이 정도 상품성을 갖춘 차는 보기 힘든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올해의 자동차'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트레일블레이저 이후 출시된 GM한국사업장의 ‘역작’이란 걸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트랙스를 통해 여전히 제너럴모터스가 GM 한국사업장을 ‘소형 자동차 생산기지’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는 속셈이 드러난 것 같아 아쉽다. LS·LT 트림의 미국 수출 물량이 많아 국내 소비자들은 2년에 가까운 대기 기간을 버티며 '울며 겨자먹기'로 상위 트림을 구매해야 하고, 내수용 모델과 미국 수출용 모델에 일부 안전 사양에서 급 차이를 두는 점 등에서 ‘거리감’을 느껴진다면 과한 생각일까.

한국시장이 독과점·강성노조 등으로 어려운 시장이라고는 하더라도, 제너럴모터스가 GM한국사업장에 좀 더 힘을 실어 트랙스 이외에도 훌륭한 가성비를 갖춘 차들을 많이 개발하고, 국내에서 많이 팔게끔, 그래서 국내 완성차 시장이 더 풍요로워지는 데 기여한다면 좋겠다는 개인적 기대를 해본다. 트랙스 같은 차라면, 까다롭기로 유명한 한국 소비자의 지갑을 손쉽게 열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알게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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