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신뢰 떨어뜨리고 자본시장 위축 우려”
닛케이 “코리아디스카운트 이유 일깨워줘”
블룸버그 “MSCI선진국지수 편입에 부정적”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주요 외신들이 지난 6일부터 전격 시행된 한국 정부의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해 연일 비판적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한국 정부는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이번 조치가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해 개인 투자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뜬금없이’ 취해졌으며, 그로 인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시각의 보도다.

7일(현지시간)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한국 증시가 6일에는 급등했지만 다음 날부터 급락했다며 “행복감이 사라지는 데는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며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공매도 금지는 시장 활동에 지속적인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미국 규제 당국이 금융주 공매도를 2주 동안 금지했을 때도 시장 안정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고, 1932년에도 공매도를 금지했을 때는 주가가 오히려 50% 이상 폭락하는 등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났던 만큼 이번 공매도 폐지가 개인 투자자나 정부 당국이 기대하는 것처럼 시장 안정에 큰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FT는 특히 코스피의 경우 여름부터 하락했지만 올해 여전히 상승 중인데도 공매도를 금지한 것을 두고 금지 시기가 ‘특이했다(peculiar)’며, 총선을 5개월 앞두고 공매도에 적대적인 개인 투자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작용한 게 아닌지 의심했다.

이 매체는 그러면서 “이러한 규제는 헤지 프로세스를 복잡하게 만들어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자본시장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공매도는 시장 유동성과 효과적인 가격 발견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시장을 최대한 개방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효율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존재 이유 일깨워줘"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출신인 윌리엄 페섹 기자는 8일 ‘닛케이 아시아’에 기고한 글에서 2020년 3월 코로나19 때나 2008년 리먼 사태처럼 위기가 터졌을 때 한국이 증시 급락을 막기 위해 공매도를 금지했다는 사실을 소개한 뒤 “이번에는 대체 무슨 위기인가?”라며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의 타당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이어 “(한국 당국 주장대로 무차입 공매도 등의 문제가 있었지만) 윤석열 정부는 지금 합법적인 공매도를 금지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 '코리안 디스카운트'가 존재하는 이유를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코스피가 공매도 금지 조치 전까지 올해 11% 오른 일본 증시의 닛케이 지수 등보다 부진했던 이유는 트레이더들이 한국 주식에 자유롭게 공매도를 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전직 대통령들처럼 윤 대통령도 한국 증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증시 부진 증세에만 관심을 쏟고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비판했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부정적 영향 예상

블룸버그 통신은 공매도 금지 조치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매체는 7일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인 MSCI가 현재 신흥시장 지위에 있는 한국을 선진시장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 “하지만 공매도 허용이 MSCI의 선진국 지수 편입의 주요 조건 중 하나라는 점에서 최근의 공매도 금지로 인해 (한국의 선진국 시장 편입)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게 됐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이번 조치가 취해진 시기에 대해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면서,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과거 공매도 중단을 초래한 금융 위기나 코로나 사태와 같은 외부 충격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례적”이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번 조치가 취해진 데 주목했다.

국내에서도 금융당국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매도 제도 손질에 미온적 모습을 보이다가 갑자기 정반대의 결론을 내리자 총선용 졸속 정책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이런 의구심은 지난 3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는 송언석 국민의힘 예산특위 간사가 같은 당 의원에게 “김포 다음 공매도로 포커싱하려고 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기면서 더욱 강해졌다.

그간 당국은 공매도 전면 재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한국의 공매도 규제가 해외 주요국보다 높은 수준이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기 위해선 공매도 중지가 아닌 전면 재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대규모 불법 공매도를 이유로 들긴 했지만 어쨌든 입장을 급선회한 것이다.

권효성 블룸버그코리아 이코노미스트는 “공매도 거래 금지 조치는 며칠 동안 특정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전반적인 가격 변동성을 높이고 시장 유동성을 감소시키며 가격 책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설상가상 투자를 위축시키고 한국 주식에 대한 디스카운트를 더욱 심화시켜 개인 투자자들에게 도리어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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