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김종억, 김행수, 이두백, 최원국, 황영태씨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최원국, 김행수, 강신영, 이두백, 황영태, 김종억씨. / 사진 = 권해솜 기자.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최원국, 김행수, 강신영, 이두백, 황영태, 김종억씨. / 사진 = 권해솜 기자.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기자] 이들이 서로 알게 된 지도 길게는 7년, 적게는 5년쯤 된다. 액티브시니어라는 말이 유행이던 때 한 잡지사의 기자단으로 만났고, 지금은 형, 동생 사이로 연락하며 지내는 사이이다. 어떤 이는 나이의 앞자리가 ‘6’에서 ‘7’로 바뀌었고, 저서를 냈고, 당구 심판에 도전하는 등 여전히 사회활동을 하며 젊게 살고 있다. 시니어의 수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한다고 했더니, 할 말이 좀 있다는 6명이 나타났다. 강신영(71), 김종억(70), 김행수(74), 이두백(76), 최원국(67), 황영태(71)씨다. 각자 그들만의 잠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잠을 자려면 발바닥을 자극해 보세요

강신영 씨는 현역 시절 외국의 유명 브랜드를 들여오는 일을 했다. 최근까지 스포츠댄스 강사를 한 멋쟁이이고, 시니어 기자 사이에서는 강 회장님으로 불리며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 

그는 젊은 시절 잠을 못 자서 약 처방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얘기를 듣고 보니 해외여행 이후 시차로 인해 생긴 불면증이었다.

“젊을 때는 일 때문에 외국에 좀 자주 다녔어요. 수면제 처방을 좀 받아볼까 했는데 의사가 버티라더군요. 언젠가 막걸리를 마시고 잤는데 그때부터 나름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됐습니다. 근데 이보다 더 좋은 것은 발바닥을 지압하는 겁니다.”

젊을 때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 소파에 엎드려 누워 있으면 어린 딸아이가 와서 발바닥을 밟아줬다고 한다. 

“딸이 한 5분 정도만 밟아줘도 잠이 들었습니다. 발바닥에 혈 자리가 많잖아요. 자극하니까 그게 몸이 전체적으로 편안해지고 잠도 잘 자게 된 거 같아요. 산에 올라갈 일이 있으면 맨발로도 많이 걸었습니다.”

수면을 위해서 효자손처럼 생긴 마사지봉으로 발바닥을 누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마사지 건이 더 효과가 좋아서 바꿔 사용하고 있다. 

“수면시간은 밤 11시부터 오전 7시까지 꽤 일정합니다. 8시간은 꼭 자려고 해요. 우리 나이에 잘 자는 거 중요하거든요. 다음 날 일어났을 때 컨디션이 좋으면 어딜 막 다니고 싶잖아요. 반대로 잘 못 자면 나가기 싫고요. 나이가 있다 보니까 젊었을 때처럼 움직일 수는 없어요. 체력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그나마 잘 자고 일어난 날은 그 덕분에 집 밖에 나가서 사람도 만나 술도 마시고 당구도 치는 겁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6시 이후 SNS는 하지 않는 것이다. 예전에 카톡을 하다 보면 기분 안 좋은 일도 있고, 그다지 좋은 일이 없었다. 요즘은 심지어 전화도 받지 않는다.

“누군가 저한테 ‘너는 왜 전화도 안 받냐?’고 그러더라고요. 미안하지만, 저녁 시간은 제 시간이거든요. 하루를 마무리하고 내일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라 남들의 일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되는 나이잖아요.”

저녁 6시 이후에는 SNS를 하지 않는다는 강신영 씨. 이 또한 스트레스 덜 받고 잠에 들 수 있는 비결이다.  / 사진 = 권해솜 기자. 
저녁 6시 이후에는 SNS를 하지 않는다는 강신영 씨. 이 또한 스트레스 덜 받고 잠에 들 수 있는 비결이다.  / 사진 = 권해솜 기자. 

수면클리닉에 방문했다는 이 사람

이두백 씨는 3년 전부터 수면클리닉에 다니고 있다. 정기적으로 3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잠은 잘 자고 있는지 검사받는다. 

“저는 원래 시간이 아까워서 잘 안 잤습니다. 최대한 늦게 자는 버릇이 있었는데 결국 3년 전에 고장이 났죠.”

깨어 있을 때 뭐라도 보고,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다가 숙면하면 된다고 믿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종아리에 쥐가 나 있었습니다. 집사람한테도 괜한 짜증을 부렸고요. 산책을 좋아해서 1만보에서 2만보는 계속해서 걸었습니다. 걷고 나서 잠은 잘 오는데 일어나면 두통에 시달렸습니다. 또 머리가 아주 아팠어요.”

옛 직장 동료가 이씨에게 수면클리닉에 가보라고 권유했다.

“그분 말이 예전에 어떤 선배와 여행하면서 한방을 썼는데, 코 고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었대요. 혹시 저도 그것일 수 있으니 가보라고 해서 수면클리닉에 갔습니다.”

호텔처럼 꾸며진 병실에서 자면서 관찰하니 한 시간에 50회 이상 무호흡 증세가 나타났다. 심장마비 등 돌연사로 갑자기 사망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의사가 그러는데 과거에는 나이가 들면 코에 근육이 늘어나서 수면에 방해된다는 거만 알았답니다. 최근 의학적으로 분석해 보니 잘 때 혀의 위치가 평상시와는 좀 달라지는데, 제 경우 혀의 뿌리가 숨구멍을 많이 막는 스타일이래요. 나이가 들면서 생긴 증상이었습니다. 지금은 의사 권유로 양압기(揚壓器)를 쓰고 있습니다. 이후에 머리도 맑아지고 낮 활동에 지장 없었습니다.”

양압기를 쓴 이후 한 시간에 55회~56회던 수면 무호흡 증세는 5회 미만으로 현저하게 떨어졌다. 처음에는 양압기를 이용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었으나 3년 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필요한 사람은 누구든지 고려해볼 만하다고 이씨는 말했다. 

“병원에 가서 검사해보니 제 평균 수면 시간은 5시간 10분 정도였습니다. 코골이가 줄면서 잠도 깊게 자고 평균 수면시간에 비해 제가 자는 시간은 짧은 대신 수면의 질이 좋아서 의사선생님도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짜증내는 횟수가 줄어서 아내도 좋아합니다.”

더 기분 좋은 점은 피부가 좋아진 것이다. 좋은 잠이 건강을 불러온다는 말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곧 친한 친구와 시간 맞춰서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걸어볼까 얘기 중이라고 했다. 잠이 바뀌니 시니어 인생도 좀 더 즐거웠다고 이씨는 말해줬다. 

(왼쪽부터) 김행수, 이두백, 황영태씨. 오랜만에 만나 자신의 수면 습관 등 건강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 사진 = 권해솜 기자. 
(왼쪽부터) 김행수, 이두백, 황영태씨. 오랜만에 만나 자신의 수면 습관 등 건강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 사진 = 권해솜 기자. 

하루에 꼭 1만 5000보는 걷습니다

운동을 좋아해서 안 다녀본 곳이 없을 정도라는 김종억씨. 지리산과 백두산, 한라산 등반은 물론 동해안 해파랑길, 낙동강 칠백리 길은 자전거를 타고 다녀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이 앞에 장사가 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했다.

“그래도 매일 1만5000보를 걷겠다고 다짐하고 살고 있습니다. 오늘은 7749보를 걸었네요. 며칠 전에는 2만 3000보를 걸었고요.”

처음에 매일 1만 5000보를 걸은 것은 당뇨 때문이었다. 힘들어도 매일 그만큼 걷다 보니 밤에 잘 잘 수밖에 없었다.

“아직까지 잠을 못 자서 힘들다는 걸 느껴본 적이 없어요. 영양제도 챙겨 먹고 가급적 6시 이후에는 음식도 제한합니다. 카페인도 오전이 아니면 안 마십니다. 특히 여름이 되면 술은 가급적 마시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저만의 원칙이 됐습니다. 3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검사 받습니다만, 아주 건강하고 정상이라고 의사가 말해줬습니다.”

김씨는 2017년도에 인생 4모작으로 인천공항물류단지에 취직해 들어가서 일하다가 뇌경색으로 쓰러진 적이 있었다. 당시 일과 함께 시니어 기자 생활까지 열정적으로 하다 보니 몸에 이상 신호가 왔다.

“지금은 7년째이고 다행히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잘 자야 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제 몸을 괴롭혀야죠(웃음). 제가 정한 원칙만 잘 지켜서 살면 이대로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겁니다.”

하루 1만 5000보를 걷는 김종억씨. 최근 별빛사랑이라는 시집을 출간해 오랜만에 만난 이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 사진 = 권해솜 기자. 
하루 1만 5000보를 걷는 김종억씨. 최근 '별빛사랑'이라는 시집을 출간해 오랜만에 만난 이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 사진 = 권해솜 기자. 

아직 수면에 문제없습니다만...

이날 만난 시니어 중 가장 놀라운 사람이 바로 김행수씨였다. 살면서 살쪄 본 적이 거의 없고, 뭔가를 끊어야 한다거나 등의 식이조절을 스트레스 받아가며 한 적도 없다. 심지어 군것질해야 잠이 좀 온다고도 했다.

“15년 전에 고혈압이 와서 혈압약을 먹었습니다. 그때 의사선생님이 1000명 중 1명이 혈압약을 끊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김씨는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 지역 보건소에 가서 운동법과 식이요법 등을 교육받았다. 약을 점점 줄이다가 결국에는 5년 만에 끊었고, 약을 안 먹은 지 이제 10년이 됐다.

“체질이 한몫 했고, 아내가 차려주는 밥상이 저에게 잘 맞았던 거 같습니다. 완전한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야채 비율이 높고 저염식을 유지했거든요.”

건강이 좋아질 수밖에 없었고, 잠으로 고생한다는 생각 자체를 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원국 씨는 커피는 웬만하면 오전에만 마시고 술도 많이 줄였다. 너무 많이 마시면 머리가 아파서 마시지 않게 됐다.

“잠을 좀 안 자는 버릇이 있는데 심리적인 문제입니다. 새벽 5시에 깨야 하는 저만의 법칙이 있어서요, 늦게 자면 그 시간만큼 못 자니까 최대한 일과를 마치고 규칙적으로 자려고 노력했습니다. 지금도 그 원칙을 지키는데 혹시라도 잠이 안 오면 성경이나 철학책을 봤습니다.”

최씨 또한 5시간 내외로 자는데 수면시간보다 어떻게 깊고 효율적으로 자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모인 이들 중 가장 젊은 최원국씨. 커피는 될 수 있으면 오전에만 마시고, 술은  최대한 적게 마시며 생활한다. / 사진 = 권해솜 기자. 
이날 모인 이들 중 가장 젊은 최원국씨. 커피는 될 수 있으면 오전에만 마시고, 술은  최대한 적게 마시며 생활한다. / 사진 = 권해솜 기자. 

‘잠’은 죽은 뇌세포를 살리는 소중한 시간

황영태 씨는 수면에 대해 ‘재생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뇌가 충분하게 쉰다는 말은 충분하게 산소를 공급한다는 말도 됩니다. 배터리도 충전해야 할 때 안 하면 방전되잖아요. 다 쓴 힘을 충전해야 하는데 그게 바로 잠인 거죠.”

황영태 씨는 의료분야 전문가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치과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한 경험이 있는 의료 전문가다. 오래전부터 파킨슨씨병을 앓고 있고 최근 대장암 수술을 받아서 건강에 관해 전문적 의견을 내놓았다. 

“수면은 쉬는 게 아니고 살리는 시간이니까 아주 중요합니다. 일주일만 못 자면 죽을 수도 있어요. 조현 현상, 환청, 환각 현상을 동반할 수도 있으니 꼭 잠은 자야 합니다. 단, 꼭 8시간일 이유는 없습니다.” 

황씨는 본인이 잠에 들기 위해 하는 방법을 네 가지를 소개했다. 

“저는 잠이 안 올 때 우유를 미지근하게 데워서 조금 마십니다. 우리는 전혀 기억 못 하는 거 같지만 아기 때 엄마 품속에서 자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입니다. 자기 전에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전신욕을 하는 것도 엄마 배 속에 있을 때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잠에 들기 좋은 방법의 하나입니다.”

남은 두 가지 중 하나는 코 안 세척이다. 입과 콧속 건강을 위해 코 세척을 하는 사람들이 요즘 많다. 물이나 0.9% 생리식염수를 주사기 등을 이용해 콧속 안에 뿌려 놓으면, 인후 기관지를 통과하는 기체가 습기를 품고 있어 좀 더 편하게 숨을 쉴 수 있다. 꼭 비염 때문이 아니라 잘 때도 코 세척이 유용하다.  

그리고 최대한 옷을 가볍게 입는 것도 수면에 도움이 된다고 황씨는 말했다.

사람마다 각자 개성과 버릇이 있듯 잠을 대하는 자세도 아주 다르다. 하지만 6명 시니어가 입을 모아 하는 얘기는 몇 시간을 자느냐보다 얼마나 질 좋은 잠을 자느냐였다. 잠을 자는 습관은 결국 모든 생활과 밀접해 있다. 낮이고 밤이고 활기차게 살면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시니어, 조금씩 줄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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