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립테크 2023’ 수면박람회에 가보니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슬립테크 2023’ 국제수면‧건강박람회가 열렸다. / 사진 = 권해솜 기자.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슬립테크 2023’ 국제수면‧건강박람회가 열렸다. / 사진 = 권해솜 기자.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기자] 예부터 ‘잠이 보약이다’라는 말이 있다. 자는 동안 온몸의 기능이 잠시 쉰다고 생각하지만, 깨어 있는 동안 소진한 기력을 충전하는 시간이다.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코엑스에서 의료 플랫폼 운영업체 메디씨앤씨 주최로 ‘슬립테크 2023 국제수면‧건강박람회'가 열렸다. 코골이, 불면증 같은 수면 장애 문제만이 아니라 기술과 의술, 예술과 과학이 융합해 수면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제시됐다. 건강한 삶을 위한 좋은 수면 습관을 만들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잠이 스르르, 수면에 도움을 주는 소리

수면박람회에서는 청각을 자극해 피로와 스트레스로부터 잠시나마 피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장치들이 눈에 띄었다. 음악과 소리, 음파를 이용한 소리를 통해 심신에 안정감을 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누구든지 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

소리 치료 음원을 제작하는 전문기업 사운드플랫폼이 개발한 앱 ‘잘자’가 그중 대표적이다. 질 좋은 수면 주기를 도와주는 수면 음악 서비스로, 복잡하게 버튼을 누를 필요가 없다. '낮잠 자기'와 '깊은 잠 자기' 두 가지 중 상황에 맞춰 선택하고 몇 시간을 잘지 제시된 권장수면 시간을 정하면 끝이다. 깊은 잠은 1시간 30분부터 10시간 30분까지 일곱 가지, 낮잠에는 15분과 30분 두 가지가 제시돼 있다. 

잠자는 시간에 맞춰 단계를 구분해 잠에 빠져드는 입면→얕은 수면→깊은 수면→REM 수면(눈동자가 양옆으로 빠르게 움직이며 꿈을 꾸기도 하고, 창의력과 기억력에 영향을 주는 상태), 그리고 잠에서 깨는 단계까지 음악을 세분화해서 들려준다. 음악을 제작하면서 국내외 수면 관련 의료진과 연구진이 발표했던 소리와 뇌파의 상관관계 같은 연구자료 등을 받아들여 건강하고 질 좋은 잠을 청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잘자’를 이용하고 적응해 보니 자는 데 도움이 됐다. 낮잠을 잘 때 특히 효율이 높았다. 선잠 상태로 눈만 감고 있다가 깨더라도 그냥 잘 때보다 깊게 잔 듯 피로감이 덜하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다. 그래도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이들, 특히 시니어 세대에게 이 앱을 권한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이용이 쉬우니 써볼만 하다.

둘 중 어느 하나를 고르면  음악과 소리 등이 나와 잠이 들게 도와준다. / 사진 = 잘자앱 .
둘 중 어느 하나를 고르면  음악과 소리 등이 나와 잠이 잘 들게 도와준다. / 사진 = 잘자앱 .

박람회장에서 만난 사운드플랫폼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어머니에게 권했는데 지금은 저보다 더 많이 이용하고 수면에 도움 받고 계시다”고 했다. 이어 “앱은 주로 20~30대가 많이 이용하지만, 모든 세대를 위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부모 세대를 만나면 직접 앱에 관한 설명을 한다”며 “내부적으로도 사용 방법을 간단하게 하자는 의견을 나눈다”고 밝혔다.

사운드플랫폼에는 수면코칭지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직원도 여럿이다. 수면음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만큼 잠에 관해서도 전문성을 갖고 접근하겠다는 의지다.

이외에도 ‘스트레스솔루션’이 한국연구재단(NRF) 의약학 분야 임상시험 연구로 개발한 ‘힐링비트’ 앱에서는 일부 음악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 힐링비트의 취지는 개개인의 심박동 수를 기본 박자로 생각하고 여기에 딱 맞춰진 소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개인 성향과 신체 리듬에 맞춰 수면비트, 스트레스 비트, 집중력 비트, 운동 비트 등 음악 등을 유료로 이용하게 돼 있다. 

슬립루틴 앱을 통해 본 수면 습관. 

잠자는 습관을 통해 내 생활을 본다

에이슬립(Asleep)이 개발한 ‘슬립루틴’ 앱은 수면의 질을 측정해 준다. 밤에 잠을 자건 자지 않건 수면습관을 확인하고 싶다면, 일정 기간 슬립루틴을 실행해서 보면 된다. 자기 전 앱을 열어 ‘잠자기’ 버튼을 눌러 놓으면 자는 동안 어떤 잠을 잤는지 시간대별로 그래프를 정리한다. 깊은 잠이 들기까지 몇 시간이 소요됐고, 자다가 몇 번 깼는지, 숨은 어떻게 내쉬었는지, 스스로 어떤 수면 습관을 지니고 있는지 등을 알 수도 있다. 

슬립루틴은 ‘슬립 AI’라는 수면 분석기능으로 이용자의 잠을 분석한다. 서울대학병원, 카이스트, 스탠퍼드대학교 수면센터 등 국내외 수면센터와 협업해 확보한 4만 시간의 수면 관련 데이터로 학습한 인공지능이다. 자는 동안 이용자의 숨소리와 몸 뒤척임 등으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해 온도, 습도, 빛, 소리 등 수면 환경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방향을 제시해 줘 수면의 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자 한다.

수면과 마음건강을 연구하는 회사 에스옴니 부스 앞. / 사진 = 권해솜 기자.
수면과 마음건강을 연구하는 회사 에스옴니 부스 앞. / 사진 = 권해솜 기자.

유튜브에서 ‘브레이너 제이의 숙면 여행’이라는 수면 전문 콘텐츠를 운영하며 '브레이너 제이'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인 유재성 씨가 채널 밖으로 나와 CEO로서 수면과 마음건강을 연구하는 회사 에스옴니를 열었다. 지난 5년 동안 68만 명에 가까운 구독자는 채널을 통해 잠도 잘 자고, 마음건강을 챙겨왔다.  

에스옴니의 수면 콘텐츠는 수면 관련 임상연구와 불면증 치료를 하는 의료현장에서도 활용한다. 

유재성 에스옴니 대표는 데일리임팩트에 “유튜브 활동을 하면서 사용자들 데이터를 토대로 조사했을 때 공통으로 심리적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 습관이 문제인데, 이것을 교정해 주고자 하는 기업을 국내에서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공익적인 차원에서 미디어 콘텐츠를 개발해 왔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이제까지 만들어진 콘텐츠를 토대로 기업 임직원, 관공서, 병원 환자 등을 대상으로 보통 8주 코칭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고 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앱도 개발 중이어서 내년에는 서비스할 계획이다. 

박기형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의 강연현장. / 사진 = 권해솜 기자.
박기형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의 강연현장. / 사진 = 권해솜 기자.

좋은 잠, 시니어의 치매도 예방한다

유 대표는 수면 전문가로서 시니어의 잠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좋은 잠은 건강을 챙기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요즘 수면 연구 중 흥미로운 것은 시니어의 수면의 질은 치매로 연결되며, 아밀로이드라는 독성 대사산물은 잠을 통해 배출되기 때문에 적당한 시간을 두고 잠을 꼭 자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마침 수면박람회 기간 열렸던 다양한 주제 강연 중에는 유 대표가 언급한 시니어의 치매와 관련한 발표가 있었다.

‘수면과 치매 위험성’이라는 주제로 박기형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가 강연했다. 박 교수는 “적절한 수면은 치매 예방에 굉장히 중요할 뿐 아니라 혈압, 당뇨, 심혈관 질환 등과 연관 있다”면서 “일정하고 적당한 시간 동안 잠을 자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치매에 대해 ‘기억력, 판단력, 계산능력 등 인지 기능에서 두 가지 이상 떨어지고, 일상생활에 문제가 있는 증상’이라고 했다. 치매를 유발하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쌓여 염증을 일으키다 치매의 원인이 된다고 했다. 수면은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고, 특히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저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박 교수는 “낮에 활동하는 동안 뇌에 쌓인 찌꺼기를 수면 시간을 이용해 제거하므로 잠잘 때 조도와 온도 등 환경 또한 신경써야 한다”고 했다. 뇌를 청소하고 정리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멜라토닌이 어두운 곳을 좋아하므로 자는 동안 조도를 낮추는 것은 필수라고 했다.   

잠을 충분히 제대로 못 자면 피곤하고 또 예민해진다. 잠이 쏟아져 누우면 희한하게 잠이 안 오다가도 뭔가 하려고만 하면 잠이 오는 일이 다반사다. 좋은 잠을 위한 코골이 방지 베개가 박람회에 소개된 이후 최근 TV광고로 한창 전파를 타고 있다. 알아서 온도를 조절하는 전기요, 잠 잘 오는 음료수 등 좋은 잠에 다가서고자 하는 다양한 노력의 결과물을 수면 박람회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잠이 잘 오는 음료로 소개된 '슬리핑 보틀' ./ 사진 = 권해솜 기자.
잠이 잘 오는 음료로 소개된 '슬리핑 보틀' ./ 사진 = 권해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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