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ESG 보고서 발간 건수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어
ESG기준원, "6월 이후 공개된 ESG 정보 평가 미반영"
7~8월 보고서 발간 기업들 "공지 늦어 대응 어려워"
글로벌 ESG 공시에선 3월에 공개 요구 "사전 대응해야"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사진 = 데일리임팩트 DB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평가기관인 한국ESG기준원이 평가에 필요한 자료 제출기한을 앞당기면서, 기업들의 ESG 보고서 공개 시기도 빨라지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사전 공지가 늦었다는 반발도 나오지만, 재무정보와 ESG 정보 보고 시점을 일치 시키는 글로벌 공시 움직임에 사전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금융감독원 정보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올들어 6월말까지 ESG 또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한 기업은 총 5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9건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ESG 보고서는 기업의 지난해 ESG 성과와 경영전략을 정리해 놓은 보고서로 ESG 평가기관들은 보고서 발간여부와 관련 정보를 등급 산정에 반영한다.

상장사들이 ESG보고서를 대체로 6~8월 사이 발간해 왔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제출 시기가 빨라진 것인데, 이는 국내 최대 ESG 평가기관인 한국ESG기준원(이하 KCGS)이 ESG 보고서를 포함한 평가자료 제출기한을 앞당긴데 있다.

지난 3월 KCGS는 ESG 평가 방식을 '선제출 후 평가'로 변경하면서 평가에 필요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ESG데이터 등 자료 제출기한을 6월 30일로 정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ESG 데이터만 공개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후 제출된 자료는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다. 

KCGS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도 평가자료 제출기한은 6월이었으나 피드백 기간인 8월까지 기업들이 제출하거나 수정한 자료들도 인정해줬었다. 다만 평가대상 기업이 1000여개로 늘어나면서 내부 자료 제출·데이터 수정요청 등 피드백 횟수도 함께 증가했다. 실제 KCGS에 따르면, 지난해 피드백 요청 수는 2만 1965건으로 전년도 1만 2362건 대비 2배가량 늘었다.

이에 KCGS는 평가 시간 뿐 아니라 형평성 문제도 발생해 제출기한을 명시하고, 이후 자료는 반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국ESG기준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 "(피평가기업들이) 자료 제출 이후에도 피드백 기간을 활용해 평가 지표가 공개되면 보고서나 데이터 수정 요청이 수천 건이 었다"며 "평가 대응 기간이 촉박하다고 판단해 올해 처음으로 평가 제출 가이드라인을 공개해 배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평가자료 제출 데드라인에...데이터 신뢰성 이슈도

피평가기업들은 앞당겨진 제출기한에 대응하느라 분주한 상황이다. 기업들은 KCGS의 평가체계 변경 공지가 겨우 3개월전에 이뤄진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철강업체 ESG부서 담당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기존 보고서 발간 일을 7월로 예정했었는데 제출기한이 앞당겨지면서 업체선정, 데이터수집, 검증 등 전체 일정을 조정했다"며 "겨우 3개월 전에 제출 기한을 공개하는 건 실무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일부 기업들은 ESG 데이터를 검증하는 단계인 '제3자검증'도 받지 못한 기업들도 다수였다. 재생에너지 사용량, 장애인 고용률, 이직률 등 ESG 데이터의 경우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도 확보를 위해 검증기관의 제3자 검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료 제출기간이 3개월 앞당겨지면서 검증 업무가 폭증해 일부 기업들은 3자 검증을 받지 못하고 제출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화학업체 ESG부서 담당자는 "여러 3자 검증기관에 연락해 봤지만 업무 과중으로 검증이 어렵다고 전달 받았다"며 "마땅한 방법이 없어 검증이 안된 채로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제3자 검증이 되지 않은 데이터는 평가 감점요인이다. 피평가기업 입장에선 KCGS가 충분한 기간을 주고 공지하지 않았던 만큼 '눈뜨고 코베이는 격' 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게다가 KCGS 이외에도 다양한 ESG 평가 기관이지만,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평가 기관일 뿐 아니라 해당 등급이 국내 주요 ESG 지수 산출에도 활용되고 있어 평가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MSCI, DJSI 등 해외 ESG 평가기관의 경우 데이터 수정과 같은 피드백 자체를 받지 않는다"며 "KCGS의 경우는 기업들의 피드백을 관대하게 받아줬었던 기존 관행을 제출시기를 명확히 명시한 것"이라며 "데이터 신뢰성을 더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고도 말했다.

ISSB 등 글로벌 공시 기준에선 3월 ESG 정보 공개 요구..."이번 기회에 사전 대응해야"

ESG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지금보다 더 ESG 보고서 및 데이터 공개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말한다. ISSB 등 글로벌 ESG 공시 기준에서 재무정보와 ESG 정보 동시 공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공개된 글로벌 ESG 공시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은 ISSB 최종안에서도 재무정보와 ESG 정보를 동일 시점에 보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즉 3월에 제출하는 사업보고서에 ESG 정보를 함께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ESG 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최근 글로벌 ESG 공시 흐름에서는 ESG정보와 재무정보를 함께 공개를 요구하는 추세"라며 "이번 KCGS 평가 제출기한 설정에 발맞춰 ESG 정보 공개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조직 내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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