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기후행동 박병상 공동대표

60+기후행동 박병상 공동대표.
60+기후행동 박병상 공동대표. "이제라도 우리 세대가 반성을 했으면 합니다. 반성하고 남는 시간에는 젊은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행동해야 할 것입니다. "/  사진 = 구혜정 프리랜서.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기자] 지구가 몹시 아프다.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는 또 언제 어떻게 우리 삶을 파고들지 모른다. 북극 얼음도 녹아 흘러 얼마 남지 않았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인데, 그걸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다. 인과응보. 사람도 결국 자연만큼 병들어 가는 신세가 됐다. 국가 발전과 개발 시대를 살아온 이들이 모여 시니어 환경단체 60+기후행동을 발족했다. 그들만의 속도로 세상과 만나 환경 이야기를 알리는 60+기후행동의 박병상 공동대표(66)와 만나 이야기 나눴다.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1층 카페에서 만나기로 한 날. 이날은 60+기후행동 산하 노래모임 ‘방탄노년단’ 이른바 BTN이 모여 노래 연습을 하는 날이었다. 젊은 시절 그들에게 노래를 부르는 것은 죄스럽고 미안한 일이어서 감정을 눌러가며 살았다. 이제라도 자신의 감성을 참고 살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모여 노래하기로 마음먹었다. 

“권용석 변호사 추모 1주기에 초청돼 연주한다고 합니다. 김민기의 ‘친구’,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부른다는데, 정작 저는 그날 못 가거든요(웃음). 녹색연합 윤정숙 상임대표가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한 달에 두 번 만나 연습합니다.”

60+기후행동은 2021년 9월 23일 준비모임을 통해 태동을 알렸다. 이들의 등장은 획기적이었다. 시민 참여 활동에 관심 있는 매체들은 그들을 주목하며 서방국가에서 나타난 ‘그레이 그린(Gray Green) 운동의 흐름으로 바라봤다. 2022년 1월 19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삼일문 앞에 모여 ‘노년이 달라져야 미래가 달라진다’는 구호 아래 공식 출범식을 했다. 

“60+기후행동는 정말 의미 있습니다. 개발의 시대를 살았던 우리가 반성하고 행동하겠다는 거잖아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이건 해야 하겠구나’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과거에 시민운동을 했던 사람이나 전·현직 교수 그리고 평론가, 신문기자 출신도 있고요. 어디 다른 곳에 편입되기보다 60세 이상이 모여 있어서 좋습니다. 지금 우리 세대가 세상을 움직이는 게 아니잖아요. 60+가 할 수 있는 행동을 전개해 나갈 생각입니다.”

준비모임 초창기에 함께하겠다며 모인 이들은 600명 정도 됐으나, 현재는 200명 정도가 회비를 내며 정식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일단 마음으로 함께하는 사람들도 포함했던 거고, 단체를 운영하려면 회비가 필요하잖아요. 취지를 알고 기꺼이 동참하는 분들이 늘어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면서 박 공동대표는 조심스럽게 가입신청서를 들이밀었다. 젊은이의 자문이 필요하므로 회원으로 받는다고 했다. 

60+기후행동 산하 노래모임 ‘방탄노년단’ 노래모임. 녹색연합 윤정숙 상임대표(가운데)가 매니저를 맡고 있다. / 사진 = 권해솜 기자.
60+기후행동 산하 노래모임 ‘방탄노년단’ 노래모임. 녹색연합 윤정숙 상임대표(가운데)가 매니저를 맡고 있다. / 사진 = 권해솜 기자.

우리 세대가 저지른 실수를 인정해야

60+기후행동 회원들이 생각하는 것 몇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우리 또래가 저지른 실수를 인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회적 상속을 해보자는 의견이 있었어요, 우리 세대 중에는 돈도, 시간도 많은 사람이 꽤 있습니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재산 일부를 우리나라 환경을 위해서 내놓을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1%, 2% 혹은 5%도 좋고요. 사회적 상속을 통해서 환경을 지켜낼 수 있고, 오래된 문화재를 지킬 수도 있을 겁니다. 아직 거기까지는 꿈일 수 있겠지만요.”

지금은 월 회비를 받아서 단체를 운영하는 것도 빠듯하기만 하다. 예전 같았으면 젊은 활동가들에게 부탁해서 쉽게 해결되는 것들이 많았다. 1년 여쯤 60세 이상이 모인 단체에서 활동하다보니 은근슬쩍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생긴다고 했다. 그래서 이들이 잡은 콘셉트 중 하나가 바로 ‘어슬렁’이다. 젊은 세대가 하는 것처럼 빠르고 급진적일 필요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기존 집회에 나가게 되면 우리도 같이 껴서 발언도 하고요. 다하고 나면 그늘에 가서 쉽니다. 어른들이 나오셨다가 쓰러지면 안 되잖아요(웃음).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거나 완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지금 뭔가를 배우고 새롭게 하는 건 무리죠.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더 현명하죠. 내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모여야 할 때 모여서 어슬렁거리자고 했습니다. ‘어슬렁’이란 말이 이상할 수 있지만 그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회비를 걷을 때 이용하는 CMS도 최근 들어서 시작했어요. 이거 하는 것도 참 힘들게 했습니다(웃음).”

지난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국민연금공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석탄 선언' 실행을 촉구하는 60+ 기후행동 회원들. / 사진 = 60+ 기후행동
지난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국민연금공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석탄 선언' 실행을 촉구하는 60+ 기후행동 회원들. / 사진 = 60+ 기후행동

실제로 지난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이들이 벌인 집회 안내문에는 ‘60+ 기후행동 알림 : 환경의 날 어슬렁 행동’이라고 적혀 있다. 장난처럼 했던 말이 아니라 정말로 그들만의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뜻이었다.  

“젊었을 때였다면 뭐든 금방 했을 겁니다. 도전도 했고요.  우리 사회에 또 새로운 씨줄이 되고 날줄이 돼서 남들이 알게 해야죠. 우리가 지금까지 놓치고 살았던 게 이거였구나. 하는 걸 알게 하고요.”

60+세대를 바라보면서 안타까운 점은 모두 자식을 위해서 너무나 열심히 살아왔다는 거라고 박 대표는 말했다. 젊음을 불살랐으니, 아이들에게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준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결혼 시기를 미루다가 안 하겠다는 자식도 있고, 심지어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은 자식도 많아진 세상입니다. 회사 들어갔다가 몇 개월 만에 때려치우고 나오는 걸 보면서 이해를 또 못 하고 말이죠. 자식들을 위해서 애쓴 것 같지만, 그들의 앞날을 확신할 수 없게 만든 게 우리가 아닐까요? 그걸 깨달았으면 합니다.” 

환경의 날 어슬렁 행동을 위해 찾아간 곳은 바로 국민연금공단이었다. 이날 그들은 국민연금공단 본사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탈석탄 선언’ 실행을 촉구했다. 국민연금은 2년 전 탈석탄 선언을 했으나, 석탄 화력 발전 관계사에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돈을 가지고 노인들이 먹고살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 돈으로 후손들을 위협하는 곳에 투자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우리와 후손들을 위한다면, 국민연금은 지구 평균 기온을 낮추는 데 동참해야 합니다.”

문득 ‘60+’라고 자신들의 나이를 알리며 환경운동을 하는 것이 일종의 선전포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이제 좀 반성하자는 의미가 강합니다. 반성하고 남는 시간 동안 젊은이들이 태어나고 잘 살아갈 수 있게 봉사하고 행동하자. 파괴하는 인간에 맞서 저항하자는 의미입니다. 할리우드 여배우 제인 폰다가 기후변화운동에 앞장섰는데 체포되는 사진에 많이 찍혔습니다. 기후변화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홍보하는 계기도 됐고요. 혹시나 집회에 나가서 연행될 일이 있으면 제가 나가려고요(웃음). 이 나이에 그런다고 해서 잃을 거 하나도 없거든요. 환경 운동에 이슈가 필요하잖아요. 저 할아버지가 왜 잡혀갔지? 그 이슈에 대해 몰랐던 사람들이 보게 되고 말이죠.”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강연하고 집회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글이나 강연을 통해서 우리나라 내 또래들을 제발 좀 정신 차리게 해주고 싶어요. 너희들은 어렸을 때 얼마냐 행복했냐. 하늘에 별이 총총했고, 그런데 지금은 숨 쉬고 살 수 없는 공간을 만들어준 것에 대해 반성하라고 하고 싶습니다.”

60+가 생각하는 환경운동은 사뭇 진지하면서 현실적이고 유쾌하기도 하다. 언제든 환경을 생각하는 자리에 갈 것이라고 말하는 박병상 60+기후행동 공동대표. 평소 다짐대로 그는 미래세대를 위해 어슬렁어슬렁 시니어 환경운동가로서, 어른으로서 앞에 서 있으려 하고 있다. 

 박병상 60+기후행동 공동대표는 군대 시절을 빼고는 한 번도 인천을 떠나지 않고 ‘환경운동을 해온 생물학자’다. 1976년 인하대 생물학과에 입학해 학부와 석사 박사 과정을 1988년까지 마치고,  지난해까지 여러 대학에서 ‘환경과 인간’을 주제로 강의했다. 현재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이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이야기' '동물인문학'  '참여로 여는 생태공동체' 등 여러 권 책을 냈고, 다수의 공동 저서가 있다. 2006년 풀꽃세상을위한모임 공동대표 역임.     

할리우드 배우 제인 폰다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금요일마다 빨간 코트를 입고 체포됐다. / 사진 = 제인 폰다 인스타그램.
할리우드 배우 제인 폰다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금요일마다 빨간 코트를 입고 체포됐다. / 사진 = 제인 폰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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