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부 능선 넘은 새주인 찾기…성정 vs 쌍방울·광림 '2파전'

기나긴 불황의 끝 보인다…'트래블 버블'로 정상화 기대

사진제공. 이스타항공
사진제공. 이스타항공

[미디어SR 김다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과 매각 불발 등 악재에 멈춰 있던 이스타항공이 새주인을 찾아 다시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증가하면서 국내 항공업계의 운항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파산 위기에 내몰렸던 이스타항공의 성공적인 매각이 업황 회복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인수전은 ㈜성정과 쌍방울·광림 컨소시엄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전날 마감한 이스타항공 본입찰에는 우선매수권자로 결정된 성정 외에 쌍방울·광림 컨소시엄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앞서 인수의향서를 낸 곳은 하림그룹, 사모펀드 운용사 등 10여곳에 달했으나 쌍방울·광림 컨소시엄만 본입찰 서류를 냈다. 당초 유력후보로 꼽혔던 하림그룹은 막판까지 인수전 참여를 검토했으나 부채 규모, 인수 후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 등으로 최종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매수권자로 알려진 성정은 중견 건설업체로, 백제컨트리클럽과 대국건설을 운영하고 있다. 성정은 자금력에서는 쌍방울그룹에 밀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제컨트리클럽과 대국건설의 연매출은 각각 300억원, 140억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쌍방울그룹은 크레인과 특장차를 제작하는 광림이 미래산업, 아이오케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섰다. 쌍방울그룹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중국 등에서 패션·문화 콘텐츠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번 이스타항공 매각은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예비인수자를 먼저 선정해놓고 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입찰자가 우선매수권자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인수자를 변경할 수 있다.

사실상 이번 인수전의 관건은 ‘가격’인 셈이다. 이날 본 입찰에서 쌍방울·광림 컨소시엄이 성정 보다 높은 인수금액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쌍방울·광림 컨소시엄이 성정보다 높은 금액을 써냈다고 하더라도 우선매수권자 지위를 갖고 있는 성정은 입찰가를 한 번 더 제시할 기회가 있다. 성정은 오는 18일까지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 이스타항공 측에 통지해야 한다.

이스타항공은 21일쯤 최종인수예정자가 선정되면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이스타항공에 대한 정밀실사를 진행해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이후 이르면 가을부터 운항을 재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9부 능선 넘은 인수전, 넘어야 할 난관 ‘첩첩산중’

줄곧 난항을 겪던 이스타항공 매각이 마침내 9부 능선을 넘었지만 새 주인을 찾은 이후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말 그대로 ‘승자의 저주’다.

이스타항공은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갚아야할 채무는 공익채권인 체불임금과 퇴직금 700억원을 포함해 2000억원을 넘는 수준이다. 게다가 항공운항증명(AOC) 재취득에도 100억원 상당의 비용이 들 전망이다.

이스타항공의 인수가는 최소 15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스타항공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기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최소 2000억원에서 3000억원 이상의 금액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인수 의사를 밝혔던 하림그룹이 끝내 불참을 선언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계획했던 것 보다 투자해야 할 금액이 많아져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대량해고 된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고용문제도 남아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직원 605명을 해고하면서 노사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태다.

이스타항공 근로자연대는 지난달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을 위한 조건부 투자 계약 체결이 이뤄졌을 때부터 미디어SR에 “동료직원들의 복직을 위해 인수전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며 “어쩔 수 없이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많은 직원들이 복직해 모두가 안정적인 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지난해부터 복직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도 전날 입장문을 통해 역량 있는 기업에 인수되면 정부도 이스타항공이 조속히 정상화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스타항공 대량 정리해고 사태 해결 촉구기자회견. 사진. 구혜정 기자
이스타항공 대량 정리해고 사태 해결 촉구기자회견. 사진. 구혜정 기자

기나긴 불황의 끝…성공적인 인수 마무리, 부활의 신호탄 쏠까?

이스타항공 인수 이후에도 막대한 자금 투자가 예상돼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는 상황 속에도 항공업계는 이번 이스타항공 인수전이 항공업계의 부활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막대한 부채규모와 더불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저비용항공사(LCC) 간의 경쟁이 극심한 상황에서 여러 기업이 이스타항공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코로나 사태 이후 정상화될 항공업계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방증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그동안 길었던 항공업계의 불황의 터널도 끝이 보이는 상황이다.

정부가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 체결을 본격 추진하면서 국내 항공사들도 여름 성수기 시즌 해외 노선 운항을 준비하면서 수익성 회복을 꾀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7월 개시를 목표로 싱가포르, 대만, 태국, 괌, 사이판 등과 트래블 버블 체결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여행이 재개되진 않았지만,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는 하반기부터 해외여행이 개방될 가능성이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경영정상화하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일단 백신 보급으로 인해 여객 회복이 가시화됐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며 “이미 해외 항공사들은 여객 수요 회복에 대비를 해가고 있는 만큼 우리도 정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채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로 운항을 중단했던 주 1회 사이판 노선을 다음달 24일 재개한다. 해당 노선 운항이 중단된 지 1년 4개월 만의 공식 운항이다.

출혈경쟁이 한창인 LCC도 노선 운항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제주항공은 이미 지난 8일 인천~사이판 노선 운항을 재개했다. 에어서울은 오는 8월 12일부터 인천~고마 노선을 주 2회 운항하기로 했다.

티웨이항공은 다음달 괌과 사이판 노선을, 에어부산은 오는 9월 괌 노선을 운항할 계획을 세우고 내부적으로 운항 일자를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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