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업체 '성정', 쌍방울 제치고 본계약 체결 유력해

막대한 비용 투자, 노사 갈등, LCC 출혈경쟁 등 '과제 산적'

사진제공. 이스타항공
사진제공. 이스타항공

[미디어SR 김다정 기자]기업회생절차를 진행중인 이스타항공이 2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새주인을 맞이하게 됐다.

㈜성정과 쌍방울·광림 컨소시엄의 2파전으로 압축된 이번 인수전에서 우선매수권자였던 종합건설업체 성정이 쌍방울그룹을 제치고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성정은 전날(17일) 서울회생법원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겠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이르면 이달 말 최종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이스타항공 매각은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예비 인수자를 먼저 선정해놓고 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입찰자가 우선매수권자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인수자를 변경할 수 있다.

성정은 지난달 법원 승인 하에 우선매수권자로 조건부 투자 계약을 맺었다. 당초 성정은 1000억원 가량의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했는데, 본입찰에서 쌍방울이 인수가로 1100억원을 제시하자 우선권을 보유한 성정에서 쌍방울과 동일한 금액을 제시하면서 인수자로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 품은 성정은 어떤 회사?…자금력·경영능력 ‘물음표’

성정이 사실상 이스타항공의 새주인으로 확정되면서 향후 어떤 방향으로 항공사를 운영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본입찰 과정에서 성정이 자금력에서는 쌍방울그룹에서 크게 밀린다는 평가가 나온 만큼 자금력과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충청도 부여에 본사를 둔 중견 건설업체 성정은 골프장 관리업, 부동산 임대·개발업 등을 하고 있다. 관계사로는 백제컨트리클럽과 대국건설 등이 있다.

성정의 오너 일가는 형남순 회장이 백제컨트리클럽과 대국건설산업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형 회장의 아들인 형동훈 대표가 성정을 이끌고 있다.

성정은 지난해 매출 59억원, 영업이익 5억원을 기록했다. 백제컨트리클럽(178억원)과 대국건설산업(146억원) 등 관계사의 매출을 합하더라도 400억원 정도로, 코로나 사태 이전 연매출 5000억 원대를 기록했던 이스타항공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편이다.

성정이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게 되면서 업계에서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뜩이나 이스타항공의 경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성정이 인수 금액을 조달했다고 하더라도 향후 부채 상환과 추가 투자를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극도로 악화된 노사 갈등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저비용항공사(LCC)의 수익성 악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이스타항공의 공익채권인 체불임금과 퇴직금 등은 800억원으로 추산된다. 채권자가 법원에 신고한 회생채권은 1850억원 가량이다.

성정이 이스타항공의 부채 2500억원 가량을 떠안아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채무 비율 조정 등을 통해 실제 상환해야 할 금액은 줄어들 수 있다.

인수 이후에도 기업 정상화와 안정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금 투입이 필수적이다. 우선 항공운항증명(AOC) 재발급에 일회성 비용으로 100억원 가량 투입될 전망이다.

매각 과정에서 극한으로 치닫은 노사 갈등을 봉합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된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가 무산된 이후 재매각을 높이기 위해 600여명을 내보내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시한 바 있다.

이스타항공 근로자연대는 지난달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을 위한 조건부 투자 계약 체결이 이뤄졌을 때부터 미디어SR에 “동료직원들의 복직을 위해 인수전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며 “어쩔 수 없이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많은 직원들이 복직해 모두가 안정적인 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조조정 당시 직원들에 약속한 100% 재고용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재 4대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를 최소 20대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인건비 부담에 더해 기재 대당 7~8억원 수준의 고정비가 예상된다.

당초 인수 의사를 밝혔던 하림그룹이 끝내 불참을 선언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계획했던 것 보다 투자해야 할 금액이 많아져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1년 새 더욱 치열해진 LCC…업계 1위도 ‘자본잠식’

인수 직후 막대한 자금 투자가 예상되는 반면 당장 기대만큼의 수익성을 올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은 AOC 재취득 절차를 조속히 진행해 10~11월 운항 재개를 목표로 세우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아직까지 LCC의 수요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

더욱이 이스타항공이 셧다운(운항중단)에 돌입한 이후 신생 LCC인 에어로케이가 취항했고, 에어프레미아도 취항을 앞둔 상황에서 국내 LCC 업계의 경쟁은 심화됐고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수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현재 자기자본이 자본금보다 적은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상태다.

정부가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 체결을 본격 추진하면서 국내 항공사들도 수익성 회복을 꾀하고 있지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여객 수요가 회복하려면 2024년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 입장에선 최소 2년 이상 적자를 감수하며 버텨야 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성정 오너 일가가 이스타항공 인수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는 만큼 오너 개인 자산을 투자하면 운영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형남순 회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부동산만 매각해도 800억원을 확보할 수 있고, 골프장도 2000억원”이라며 “투자를 하겠다는 곳도 많지만, 혼자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판단해 단독으로 인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성정은 아직 이스타항공 활용 계획을 구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골프·레저·항공을 연계하는 방향으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인수에 대한 오너 일가의 의지는 강하지만 과연 업황 회복까지 금전적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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