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대거 이직으로 시작된 기나긴 갈등 시작…소송·맞소송 ‘점입가경’

SK, LG에 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 지급…‘갈등 봉합’ 모든 소송 마무리

거부권 시한 하루 앞두고 극적 타결…“최대 승자 바이든 대통령” 평가

각 사 CI. 편집=정혜원 기자
각 사 CI. 편집=정혜원 기자

[미디어SR 김다정 기자]지난 2년간 치열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벌여온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극적 합의함으로써 오랜 분쟁을 매듭지었다.

합의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현금 1조원과 로열티(기술 사용료)로 1조원을 LG에너지솔루션에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 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결정이 내려진 뒤에도 합의금 규모를 놓고 팽팽히 맞섰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 주말 일괄타결에 따른 전격 합의를 일궈냄으로써 수년째 이어졌던 배터리 분쟁의 깊은 수렁에서 동시에 벗어났다.

이번 합의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10년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린 미 ITC 결정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현지시각 11일) 직전에 나왔다.

대통령 거부권 마감시한을 눈 앞에 두고도 줄곧 평행선을 걷던 양사는 11일 “미 ITC에서 진행되고 있는 배터리 분쟁을 모두 종식하기로 합의했다”고 긴급발표하면서 패자없는 공동승자가 됐다.

이번 합의에 따라 양사는 미국 델라웨어법원 등에서 진행 중인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해 두 회사 간에 진행 중인 모든 소송도 취하하기로 했다.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특히 미 ITC가 결정한 SK이노베이션의 수입금지 조처가 무효화 되면서 앞으로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며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공동 입장을 밝혔다.

2년 만에 막 내린 배터리 분쟁…기나긴 갈등의 시작은?

양사의 최종합의가 타결된 11일은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2019년 4월 29일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 지 714일째 되는 날이다.

양사간 갈등은 2017년 전후로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 직원 다수가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면서 시작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7년, 자사 인력을 빼간다는 이유로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공분을 보내냈다. 배터리 사업 후발주자인 SK가 빨리 추격하기 위해 자사 직원을 채용하면서 기술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이 2018년 말 폭스바겐의 배터리 수주를 따내자,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직원들을 통해 ‘LG의 납품가’를 알아 최저가격 입찰 후 수주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을 유출한 사실이 없으며, 인력 채용도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투명하게 채용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좀처럼 갈등이 봉합되지 않자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4월 29일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 ITC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미 ITC 제소 이후 갈등은 더욱 격화되면서 경찰 고소와 민사소송이 이어졌고, 미국에서도 특허침해 소송과 맞소송으로 비화됐다.

양사간 첨예한 갈등과 대립은 지난 2월 미 ITC가 최종결정에서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면서 SK이노베이션 배터리에 대해 ‘10년 동안 미국 내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린 후에도 계속됐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조 단위의 합의금을 요구했고, SK이노베이션 측은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할 수 없으며 조 단위 합의금도 줄 수 없다고 팽팽히 맞섰다. 양측의 주장은 너무나 온도 차가 심해 타결이 어려워보이기도 했다.

ITC 최종 결정에 대한 결정문이 공개된 지난달 초 양 사는 실무 협상을 재개해 합의를 시도했으나 LG에너지솔루션 측이 ‘3조원+α(알파)’의 합의금을 요구했고, SK이노베이션 측은 ‘1조원’을 고수하며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의 보다는 바이든 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사활을 걸면서 치열한 물밑작업을 펼쳤다. 만약 거부권이 안 나오면 미국 사업 철수까지 검토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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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놓인 바이든, 적극적인 중재 나서…“실리 택한 美정부의 승리”

줄곧 첨예하게 대립하던 양사가 바이든 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두고 극적합의를 이뤄낸 데에는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의 중재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합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신 한국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기차 시장 육성을 공언해 온 바이든 미 정부로선 자국 내에서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동시에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 공장을 통해 일자리도 창출해야 하는 입장이다.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켐프 주지사의 요청을 받아들여 거부권을 행사하면 한쪽 편만 밀어주는 편향적인 구도가 그려질 수 밖에 없다. 반대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조지아주의 일자리에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평소 중국을 겨냥해 ‘지식재사권’ 보호를 강조해 온 바이든 미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도 맞물리면서 미 정부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사면초가’에 놓인 상황이었다.

때문에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직접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하지 않음으로써 한쪽만 유리한 결론을 이끌어내기 보다는 양사간 합의를 유도하는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도 비공식 채널 등을 통해 중재에 나서면서 국익을 위해 빠른 합의를 이끌어달라는 입장을 양 사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한미 안보실장회의에서도 양측 배터리 분쟁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이번 합의는 미국 노동자와 자동차 사업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는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미국 전기차 산업과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인 합의를 촉진하고 분쟁을 해결하고자 지치지 않고 일한 점에 고맙다”라고 특별히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도 양사 합의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별도자료를 내고 “그간의 이차전지 관련 분쟁을 종결하기로 합의한 것을 적극 환영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이차전지 산업계 전반의 연대와 협력이 더욱 공고해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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