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정보공사 '10년간 사용, 글로벌 사업 차질 등' 소송예고

LG그룹 'LX홀딩스 상표권 이미지 및 사업 영역 달라' 항변

양측 모두 대화 해결 원하면서도 양보 기미는 전혀 없어

김정렬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왼쪽), 구본준 LG그룹 고문. 사진 미디어SR
김정렬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왼쪽), 구본준 LG그룹 고문. 사진 미디어SR

[미디어SR 박민석 기자] 국토교통부 산하 준정부기관 한국국토정보공사(이하 국토정보공사· LX)가 LG그룹의 신설 지주사 LX홀딩스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공공기관과 기업간 사상 초유의 사명 다툼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내달 1일 LX홀딩스의 출범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법적 다툼이 예상되는 가운데, 2년간 배터리 소송으로 곤욕을 치렀던 LG가 또다시 법정 공방에 휘말리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토정보공사는 공정위에 LG그룹을 불공정거래행위로 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LG가 지주회사명을 LX로 정한 것이 공정거래법에서 명시한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상표권 분쟁으로 대립 중인 LG그룹과 국토정보공사는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LG그룹은 지난 26일 주주총회에서 분리되는 신설지주의 사명을 'LX홀딩스'로 최종 승인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삼촌인 구본준 고문은 LX홀딩스를 설립하고, LG상사와 실리콘웍스·LG하우시스 등 5개사와 계열 분리할 계획이다.

LG그룹에서는 LX홀딩스의 상표권 이미지가 LX와는 다르고 사업 영역 또한 겹치지 않아 문제의 소지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앞서 지난달 중순 양측 실무진이 미팅을 진행했지만 원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정보공사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당시 미팅때 LG측에서 양사 공동사회공헌, 해외 사업지원 등 사명 변경 건과는 전혀 상관없는 건을 제안해왔다"며 "자체적으로 협의안을 준비 중이지만 LG측에서도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양측은 추가 타협안을 마련해 이번 주중 다시 회동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양측 모두 LX 상표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타협안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토정보ㅗ공사, LX상표 사용시 글로벌 사업 공신력·공공성 훼손 우려

국토정보공사는 10년 넘게 'LX'명칭을 사용 중이라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LX홀딩스가 상표를 출원한다면 10년간 공사가 쌓아온 공공성과 주지성, 차별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LX홀딩스의 'LX' 상표 사용이 글로벌 사업 추진에 있어 공신력 문제와 국민들에게 혼선을 유발 할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토정보공사측은 “LG에서 LX 앞에 도형을 넣었다고 하지만 국민이 읽을 땐 LX로 읽어서 혼동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해외에서 국토정보공사는 LX로 널리 통용되고 있는데 혼선이 생기면 공신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LX홀딩스의 자회사 LG상사·LG하우시스가 글로벌적으로 'LX'라는 사명을 사용한다면 국토정보공사의 영문 사명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국토정보공사는 2012년부터 사업명이나 간행물 등 대외 자료에서 'LX' 명칭을 사용해왔다. 공사측은 지난 10년간 LX 브랜드 홍보를 위해 332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국토정보공사는 사기업이 아닌 공공기관이다. 이에 따라 공사측은 공공성 훼손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어, LX홀딩스의 상표 등록은 법적으로도 논란이 될 소지가 크다. 

다만 윤웅채 특허법인 테헤란 변리사는 미디어SR에 "상표란 영리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허가 받는 건"이라며 "국토정보공사의 공공성 훼손 논리는 맞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 변리사는 이어 "상표법상 두 글자까지는 한 업체에 독점권을 주지 않는 편"이라며 "(LX, LX홀딩스) 두 상표 모두 공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국토정보공사 "LX홀딩스 출범 시 법적 대응"  

국토정보공사는 현재 LX홀딩스에 상표권 사용 금지 가처분 신청을 예고한 상태다. 

김정렬 국토정보공사 사장은 지난 6일 간담회에서 "LX홀딩스는 양사의 로고 디자인 등이 달라 상표권 행사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타인의 성명이나 상호 등 그 밖의 것을 유사하게 사용해서 타인의 활동과 혼동하게 하거나 오인하게 하는 경우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라며 강경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김 사장은 이어 “특허청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달하고,  공정위 등 관련 기관에도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김 사장은 김용래 특허청장을 만나 특허 심사 절차를 파악하고, 14일에는 공정위에 LG그룹을 신고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양사의 법적 다툼은 5월 1일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LX홀딩스가 정식 출범해야 법적 다툼이 공식적으로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사 모두 법정 공방에 돌입하기 전 대화로 해결하자는 입장이지만 순서상 차이점이 있다. LG는 양사 대표간 대화로 해결하자는 입장인 반면 국토정보공사는 실무진이 먼저 합의점을 찾은 후 대표 간 대화를 희망하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양사 대표가 빨리 만나 원만한 해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는게 좋겠다"고 말했다.   

국토정보공사 관계자는 "법적으로 당장에 압박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며 "실무진과 먼저 타협점을 찾아  대화로 원만하게 해결했으면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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