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수입금지 조치에 미국 조지아주 정치권·지역 사회 우려 갈수록 고조

LG에너지솔루션, 미국 5조원 규모 투자 계획에 이어 SK이노 공장 인수 가능성 시사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로고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로고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 침해를 두고 소송을 진행 중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치열한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판결은 LG에너지솔루션의 승소로 마무리됐으나, 법적으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ITC의 최종 판단은 재검토 수순에 들어갈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ITC 결정이 공공의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할 경우, 60일의 심의 기간 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기한은 다음달 11일까지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 10일 래피얼 워녹 조지아주 상원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LG는 조지아주 주민과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만약 ITC 판결로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 공장이 문을 닫고 이를 외부 투자자가 인수에 나선다면 LG가 파트너사로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 측은 미디어SR에 "(이같은 사실을)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이같은 제안은 두 회사 간의 기싸움이 미국 내 정치권으로 비화되는 것을 가급적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2일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주(州)지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ITC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요청했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26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공장 증설 계획을 추진중이다.

다만 ITC의 수입금지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의 손실은 물론 수천개의 일자리가 사라져 조지아주의 지역 경제에도 커다란 파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공화당의 전통적 ‘텃밭'인 조지아주에서 승리해 민주당 최대 공신으로 꼽히는 래피얼 워녹 조지아주 상원의원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워녹 상원의원은 폴리 트로텐버그 교통부 차관 인사청문회에서 “ITC 결정이 조지아주 근로자들과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확산 정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즉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공장 인수 가능성을 밝힌 것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지역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재판의 핵심 쟁점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사유로 인해 바이든 대통령이 ITC의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도 풀이된다.

이미지투데이.
이미지투데이.

아울러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2일 대대적인 미국 현지 투자 계획도 밝혀 기선제압에 나서고 있다. 회사는 2025년까지 미국에 5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GM과의 합작법인도 1공장에 이어 올 상반기 중에 2공장 투자도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현지에 올해 상반기까지 최소 2곳 이상의 후보지를 선정하기로 했다. 이후 사업 적합성 검토 및 이사회 의결 과정 등을 신속하게 거쳐 본격적인 투자를 집행할 방침이다.

이같은 투자가 이뤄지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만 독자적으로 7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의 전기차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도 여러 자동차 업체들과 미국 내 비즈니스 확대를 논의하고 있어 한 발 빠른 배터리 생산능력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미국 ESS업체와 스타트업 전기차 업체들 대상의 수주 물량도 이미 크게 늘어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70GWh의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하게 되면 직접 고용인원 4000여명과 공장 건설 기간 투입 인력 6000여명 등 1만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측은 미국 내 직접 고용 인원의 경우 기존 미시간 공장 1400명,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GM과의 합작법인 1100명을 합치면 6500여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은 협력업체 동반 진출 및 현지화를 적극 추진하고, 2000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연구법인을 미국에 설립하여 투자를 이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R&D부터 제품 개발 및 생산뿐 아니라 원재료 조달에 이르기까지 미국 내에서 차별화된 안정적 공급망 체계를 갖추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 건설할 신규 공장은 모두 100% 신재생 에너지로만 운영하여 진정한 그린 팩토리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미 미시간 배터리 공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신재생 에너지로만 운영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투자계획 공개를 통해 최적의 후보지 선정에 속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미국 시장에서의 배터리 공급 우려를 불식시켜 글로벌 자동차 업체 및 ESS업체들과의 미국 관련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9일(미국 현지 시간)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ITC에 제기한 배터리 특허권 침해 사건에 대한 예비 결정이 예정돼 있다. 한국 시간으로는 20일 오전으로 예상된다.

영업비밀 침해를 두고 이어진 소송에서 파생된 별개의 소송으로 특허 침해 소송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이 승소하게 되면 SK이노베이션의 입지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SK이노베이션이 승소할 경우 반격의 기회를 새로 거머쥐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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