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회장의 ‘선택과 집중’…휴대폰 버리고 신사업에 투자

LG전자 "오는 7월 31일자로 휴대폰 사업을 종료키로 결정"

6G’ 모바일 연구개발 계속…MC사업본부 인력 전환 재배치

LG전자가 CSE 2021 온라인 설명회에서 'LG 롤러블'을 티저 형식으로 공개했다. 사진=LG전자 제공
LG전자가 CSE 2021 온라인 설명회에서 'LG 롤러블'을 티저 형식으로 공개했다. 사진=LG전자 제공

[미디어SR 김다정 기자]LG전자가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선택과 집중’ 승부수에 따라 26년 만에 만년 ‘적자 덩어리’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LG전자는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스마트폰사업부(MC사업본부, Mobile Communication) 사업부의 생산 및 판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오는 7월 31일자로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근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에서 양강체제가 굳어지고 주요 경쟁사들이 보급형 휴대폰 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가격 경쟁은 더욱 심화되는 가운데 LG전자는 대응 미흡으로 성과를 내지 못해왔다”고 철수 배경을 설명했다.

‘선택과 집중’ 자동차·배터리 키우고, 스마트폰 접고…“재무구조 개선 기대”

최근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질적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핵심 사업을 정비하고, 주력 사업과 성장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주력사업은 지속성 있는 고객 기반을 쌓아 사업 가치를 높이는 질적 성장에 집중하고, 성장사업은 핵심 경쟁력을 조기 확보해 성과를 가시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완전 철수하기로 결정한 것도 적자사업을 과감히 정리해 손익과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자동차 전장과 배터리 등 미래 성장사업에 집중하려는 전략적 결정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종료로 단기적으로는 전사 매출액의 감소가 있을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사업 체질 및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LG전자는 잇따라 제품 흥행에 실패하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1~2%의 점유율로 10위권에 머물렀다.

프리미엄폰 시장에서는 애플·삼성전자에 밀려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고, 중저가폰 시장에서는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업체의 물량 공세에 밀려 입지가 좁아졌다.

LG전자는 MC사업본부의 사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몇 년 동안 제품 포트폴리오 개선 등을 통한 자원 운영의 효율화, 글로벌 생산지 조정, 혁신 제품 출시 등 각고의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스마트폰 사업은 지난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 적자는 5조원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는 MC사업부의 적자를 개선하면 LG전자의 영업이익이 4조원을 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매년 1000억원대 적자가 계속되자 LG전자는 지난 1월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당시 LG전자 관계자는 미디어SR에 “MC사업부의 축소와 유지 등의 가능성도 포함하지만, 사업부의 매각과 동시에 사업 철수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지만 두 달여 만에 결국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다.

그동안 LG전자는 베트남 빈그룹, 독일 폭스바겐, 미국 구글과 매각 협상을 벌여왔지만, LG전자가 원하는 인수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지난 1월 사업 재조정을 발표했을 당시만 해도 통매각 또는 부분 매각 가능성이 유력했지만 협상이 진전되지 않자 사업 철수 외에 다른 방안이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26년 만에 사업 철수 …모바일 연구개발은 ‘계속’

이로써 과거 프라다폰, 초콜릿폰 등 히트작으로 명성을 떨쳤던 LG전자 모바일 사업은 2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다만 LG전자는 모바일 사업은 종료하더라도 미래 준비를 위한 모바일 기술의 연구개발은 유지하기로 했다.

6G 이동통신, 카메라, 소프트웨어 등 핵심 모바일 기술은 차세대 TV, 가전, 전장부품, 로봇 등에 필요한 역량이기 때문에 최고기술책임자(CTO)부문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지속한다. 특히 오는 2025년경 표준화 이후 2029년 상용화가 예상되는 6G 원천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LG전자는 통신사 등에 계약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5월 말까지 휴대폰을 생산하고, 휴대폰 사업 종료 이후에도 구매 고객과 기존 사용자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충분한 사후 서비스를 지속할 방침이다. 사업 종료에 따른 협력사 손실에 대해서도 보상을 지속해서 협의할 예정이다.

우려가 컸던 MC사업본부 직원에 대해서는 앞서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밝힌 만큼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그룹 내부로 재배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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