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5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17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5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삼성전자 주주총회는 순탄하게 끝났으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취업제한과 사내이사 재선임과 관련한 잡음은 주총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17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는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가 참석해 이재용 부회장의 취업제한과 사내이사 재선임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이들 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8시 주총장 주변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임원직 해임과 사내·사외이사 재선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은 삼성전자 부회장직에서 퇴진하라”, “이사회는 불법 옥중경영 방치말고 해임 의결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주총장에서 이들 시민단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확정받고 수감된 만큼 이사회가 이 부회장을 해임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들은 “삼성전자 이사회는 지금이라도 이사회가 이 부회장의 해임을 의결해 제대로 된 이사회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도 주총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법무부로부터 취업제한 통보를 받은 만큼 이사회가 부회장을 해임하도록 해야 하는데 해임 논의를 했는지, 논의를 안 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라고 질의했다.

하지만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미래 사업결정 등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을 고려하고 회사의 상황과 법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그의) 수감생활로 인해 출근 형태만 비상근으로 변경됐을 뿐 여전히 삼성의 부회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는 취업 제한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다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취업 제한은 ‘형 집행 후’라고 명시돼 있어 현재 (이 부회장에) 적용되는 사항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제개혁연대 등은 이사회가 이 부회장의 해임에 대해 논의했는지도 물었다. 삼성전자 측은 이에 대해 “그동안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를 통해 기업가치를 훼손한 임원에 대해서는 회사 내규에 따라 필요한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이날 시민단체들은 준법위의 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해 “준법위는 외부 감시 역할에 불과해 이 부회장의 취업 제한을 논의할만한 조직이 아니다”라며 “준법위가 이 부회장의 취업을 결정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꼬집었다. 구속력이 없는 준법위의 한계를 지적한 셈이다.

반면 이날 주총장에서는 시민단체의 주장과는 반대로 이 부회장을 옹호하는 일반 주주들의 의견이 이어지기도 했다. 주주 중 한 사람은 “이 부회장은 꼭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면서 “좋은 일만 하고 감옥살이를 하는 것 자체가 기가 막힌 일”이라고 언급했으며, 일부는 이에 호응하듯 박수를 치기도 했다.

또 다른 주주는 “1심, 2심에서 유죄가 확정된 사람들도 도지사를 하고 국회의원도 하는데 개인 회사에서 부회장직을 놓을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한편 경제개혁연대 등은 이날 주총이 끝난 후 논평을 통해 “삼성전자는 오늘도 총수일가에 대한 질의만 나오면 답변을 피하거나 동문서답하는 모습을 재연했다”면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여러 주주의 질의에 대해 같은 말만 수차례 반복했으며 ‘준법경영에서 총수일가는 예외’라는 기업문화는 여전하다는 점을 오늘 주주총회는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또한 시민단체들은 “삼성전자 이사회와 경영진이 이재용 부회장 해임 의지를 보이지 않는 만큼, 법무부장관은 법에 따라 삼성전자에 이재용 부회장의 해임을 요구해야 할 것”이라면서 “지금이라도 이재용 부회장이 스스로 사임하는 결단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4항은 취업제한 규정을 위반한 사람이 있을 경우 법무부장관이 해당 기업에 그 사람의 해임을 요구하도록 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어 "보수를 받지 않는다는 구실로 문제를 회피하며 시간을 끄는 것은, 지난 수십년 동안 진정성 없는 반성과 준법선언, 이어지는 또 다른 불법으로 문제를 키워 온 역사를 반복하는 것”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옥중경영이 아니라, 지배주주 위험과 불법 논란을 청산해 삼성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돕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재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그룹의 사실상 최종 의사결정권을 지닌 사람이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것은 그야말로 기업이 멈춰서게 되는 일”이라며 “현재 삼성이 검토 중인 M&A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관여는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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