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관련 국회 청문회 진행 중 김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왼쪽)이 최정우 포스코 회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갈무리
'산재 관련 국회 청문회' 진행 중 김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왼쪽)이 최정우 포스코 회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갈무리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산업재해 발생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9개 기업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리는 산업재해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현대건설·GS건설·포스코건설(건설업), LG디스플레이·현대중공업·포스코(제조업), 쿠팡·CJ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택배업) 등 9개 기업이다.

22일 오전 10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반복되는 산업재해로 논란이 된 9개 기업 대표를 불러 사상 첫 ‘산재 청문회’를 열었다.

송옥주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이날 “내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발맞춰 산업현장의 주요 기업과 함께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핵심 원인을 짚어보고 획기적으로 줄일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청문회를 제안한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청문회 시작에 앞서 “기업이 과거에는 이익 추구를 목표로 했지만 이제는 기업 평가에 있어 ESG가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고,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면서 “여·야합의로 개최한 만큼 정쟁의 장이 아니며, 안전·보건 정보를 통해 (산업재해 등을) 개선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청문회 증인으로는 제조업 분야의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건설업 분야 △우무현 GS건설 대표이사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이원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택배 분야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이사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 △신영수 CJ대한통운 택배부문 대표 등 모두 9개 회사의 CEO들이 참석했다.

이번 청문회는 산재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건설·제조·택배업에 대한 질의·답변으로 진행됐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2020년) 이들 기업 소속 노동자들의 산재 승인 건수는 2016년 679건에서 지난해 1558건으로 2.29배 증가했다.

특히 앞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허리 지병’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냈으나 환노위가 이를 ‘정당한 사유’로 받아들이지 않자 입장을 바꿔 이날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정우 회장은 16일 산재발생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같은 관심이 이어져 최정우 회장은 이날 증인석에 빈번하게 불려 섰다. 의원들은 최 회장의 ‘허리 지병’과 불출석 사유를 꼬집는 한편 매해 1조원 이상을 투입함에도 반복되는 산재와 그 근본 원인 등에 대해 날카로운 질의를 이어나갔다.

계속되는 의원들의 질의에 최 회장은 “회사는 안전사고를 위해 많이 투자하고 있지만 부족하다”, “무재해사업장을 만들겠다”, “관리·감독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며 고개를 숙였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앞줄 왼쪽)이 지난달 7-8일 포항, 광양제철소 등 현장을 방문해 시설들을 점검하며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직원들을 격려하고, 안전을 최우선 핵심가치로 삼아 행복한 삶의 터전으로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사진. 포스코 
포스코 최정우 회장(앞줄 왼쪽)이 지난달 7-8일 포항, 광양제철소 등 현장을 방문해 시설들을 점검하며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직원들을 격려하고, 안전을 최우선 핵심가치로 삼아 행복한 삶의 터전으로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사진. 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하청노동자는 지난 8일 컨베이어 롤러 교체작업을 하던 중 장비에 끼여 숨졌고, 지난해에는 사망자가 발생한 폭발사고를 비롯해 총 8명의 노동자가 포스코 작업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한영석 대표가 출석한 현대중공업도 지난해 4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노동부가 특별감독을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5일 작업 중 2.5톤 철판이 떨어져 노동자를 덮치는 사망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건설업에서는 중대재해 대부분이 하청노동자에게서 발생하는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다뤄졌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중대재해로 다치거나 숨진 건설업 노동자 가운데 하청 비중은 포스코건설 100%(37명), 현대건설 90%(18명), 지에스건설 89.2%(25명) 등이었다.

이날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네이든 대표는 사측에서 유족에게 산재 인정에 필요한 서류를 제공하는 데 비협조적이라는 강은미 정의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질환과 질환을 야기한 원인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노동자의 사망을 과로사로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강 의원은 네이든 대표에게 “유족 측 대리인 노무사가 말하기를 ‘자료 협조에 이렇게까지 비협조적인 회사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면서 “쿠팡이 인정하지 않으면 유족들은 추가 서류를 계속 요청해야 한다”고 추궁했다.

강의원은 “(쿠팡이) 합당한 이유로 불인정 의견을 냈다면 충분히 인정할 수 있지만, (사측의)불인정 의견 제출 건수 대비 근로복지공단이 사측 의견을 불승인한 건수가 70~80%에 달한다”면서 산재 인정 비율 낮추기 위해 사측이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여야 모두 일터에서 산재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많은 기업이 이미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투자를 확대했다고 했음에도 산재가 반복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공감대도 이뤄졌다.

이를 고려해 여·야는 청문회에서 근본적인 원인 파악에 도움이 될 만한 작업환경 뿐 아니라 조직문화 등을 다양하게 살펴보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재 청문회'에서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왼쪽)에게 질의하는 모습. 사진=국회방송 갈무리
'산재 청문회'에서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왼쪽)에게 질의하는 모습. 사진=국회방송 갈무리

실제로 이날 청문회에서는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가 산재의 원인을 ‘불안전한 행동을 하는 작업자들이 많아서’라고 언급해 산재를 바라보는 경영진의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지난번 LG디스플레이의 폭발사고도 6개월 전에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었다”면서 “그 때 대처를 잘 했었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기에 대다수의 산재가 ‘인재’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하면서 현재 기업들의 안전 관련 예방책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