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청문회'에서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왼쪽)에게 질의하는 모습. 사진=국회방송 갈무리
'산재 청문회'에서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왼쪽)에게 질의하는 모습. 사진=국회방송 갈무리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포스코, 현대중공업, LG디스플레이의 대표는 ‘산재 청문회’에서 위험한 작업을 내재화하고 미래 기술 등을 이용해 위험 작업을 피하는 공정을 개발해 산업재해율을 낮추겠다는 취지로 답변을 이어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2일 산업재해가 반복해 발생하는 업종의 주요 기업의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소환해 사상 첫 ‘산재 청문회’를 열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달 파주사업장에서 일어난 폭발 및 화학물질 유출사고와 관련해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출석 요구를 받았다.

지난달 13일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에서 배관연결 작업 중 TMAH(수산화 테트라메틸 암모늄)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하청업체 직원 6명이 중상을 입은 바 있다.

이날 정 사장은 “중대 위험물질과 관련한 작업들에 대해 직접 통제나 위험관리를 하기 위해 저희가 위험 작업을 직접 수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흔히 얘기하는 '위험의 외주화'와 180도 다른 개념이 될텐데, (위험한 작업을) 내재화해 직접 수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입장은 포스코와 현대중공업도 비슷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도 “생산과 직결되는 작업, 중대위험요소가 있는 작업은 본사(직영)가 직접 수행하고 있다”면서 “회사 내 사업장을 면밀히 챙기지 못해 노후 시설에 대한 추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도 “AI, 로봇 등 지주 계열사의 다양한 기술을 할용해 정형화된 작업 및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어나가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3개 기업 모두 산업재해 발생의 심각성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근로자를 위한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 ‘협력사 안전교육은 협력사가’, ‘근로자의 불안전 행동 탓’...뒤떨어진 경영진 관점

하지만 최정우 회장은 반복되는 산재에도 원인 규명의 노력이 부족해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을 내놨다. 그는 “하청업체가 굉장히 많은데 그에 대한 관리가 미흡했다”, “노후 시설에 대한 추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협력사 직원들의 안전 교육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해결책 성격을 띠고 있지만 이미 그가 여러 차례 ‘안전 우선’ 및 ‘산재 재발 방지’를 외치면서 제시했던 대응책이었다.

앞서 광양제철소 특별근로감독 결과 포스코는 안전조직이 있음에도 조직의 체계화가 미흡해 안전사고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위험성 평가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해 작업장 노동자들이 위험 요소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단순히 ‘하청업체 관리’나 ‘노후 시설 보수’가 아니라 안전 수칙을 엄격하게 관리·전담할 부서와 하청업체 직원의 안전 교육 등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작년 포스코 안전예산 4853억원 중 협력사 안전관리비는 286억원 수준으로 집계됐고 이는 전체 안전관리비의 4.2% 수준에 불과하다.

2019년에도 협력사 안전관리비는 188억원으로 전체의 3.81%에 그쳤다. 그럼에도 최 회장은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협력사 안전관리비 증액 계획을 3차례나 확인한 끝에야 “잘 검토해서 최대한 반영토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남기는 것으로 무마했다.

다만 최 회장이 직면한 어려움도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는 청문회에서 “2개 제철소의 면적이 무척 넓어 설비 보수 등에 매해 조 단위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다소 시일이 걸린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도 산재에 관한 경영진의 미흡한 관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불안전한 상태에서 작업자들과 이들의 불안전 행동에 의해 사고가 발생하는데, 불안전한 상태는 투자를 통해 바꿀 수 있지만 불안전한 행동은 (바꾸기) 어렵다”면서 “불안전 행동을 하는 작업자들이 많아 세심하게 관리해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같은 발언이 논란이 되자 한 대표는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입장은 불안전한 행동을 하는 ‘작업자들을 관리하면’ 안전한 작업장이 만들어진다는 취지로 풀이됐다. 현대중공업의 사업장에서 투자를 통해 불안전한 상태는 해소했으나 작업자들의 행동이 바뀌지 않아 산업재해가 반복해 발생한다는 뜻으로 해석돼 논란의 소지가 있었던 셈이다.

산재 관련 국회 청문회 진행 중 김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왼쪽)이 최정우 포스코 회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갈무리
산재 관련 국회 청문회 진행 중 김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왼쪽)이 최정우 포스코 회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갈무리

하지만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청문회 첫 질의에서부터 날카로운 추궁을 이어갔다. 김 의원은 “기본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안전을 위한 기업경영보고서’에 따르면 부적절한 리더십과 잘못된 조직문화 때문”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오늘 돌아가신 분도 밑에 추락방지망이 있었으면 안 돌아가셨을 것이고, 안전대가 제대로 있는지 확인하는 관리 인력이 있었다면 그 분이 돌아가셨겠나"라고 반문하면서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 때문에 산재가 발생한다면 우리가 이런 청문회를 왜 하느냐”고 한 대표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 LG디스플레이 개선 의지 확실하지만...사실관계 다툼 여지

한편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산업재해와 관련, “엄중한 책임”을 느낀다면서 ‘위험의 내재화’ 계획까지 밝혔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사진. LG디스플레이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사진. LG디스플레이

하지만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이날 작업에 투입된 하청업체 직원이 작업서에 포함되지 않은 밸브를 건드리게 됐다면서 원청인 LG디스플레이가 부당한 지시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정 사장은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당시 작업허가서 상으로는 위험물질이 흐르는 배관 해체작업은 당일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LG디스플레이 측 주장에 따르면 당시 원청헙체 직원이 해당 밸브를 잘못 건드리면서 위험 물질에 몸을 노출하게 됐고 중상 판정을 받게 됐다.

하지만 하청업체는 사실상 건드릴 이유가 없는 위험한 밸브를 건드린 것은 원청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 의원 측에 하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사실 관계를 파악해보겠다”고 했지만, 6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의 여파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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