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전문가 등 2146명이 17일 국회 앞에서 공동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참여연대 제공
학계·전문가 등 2146명이 17일 국회 앞에서 공동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오는 22일 포스코·CJ대한통운·쿠팡 등 9개 기업의 대표이사를 불러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를 진행한다.

환노위는 전체회의를 통해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과 증인·참고인 출석 등을 지난 8일 의결했다.

여야는 합의를 통해 건설(GS건설, 포스코건설, 현대건설)·택배(쿠팡풀필먼트서비스, 롯데글로벌로지스, CJ대한통운)·제조업(LG디스플레이, 현대중공업, 포스코) 분야의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환노위 관계자는 9일 미디어SR에 “오늘 9개 기업에 대표이사 출석 요구서를 전달했다"면서 "출석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출석 요구서가 전달된 증인은 건설 분야 △GS건설 우무현 대표이사 △포스코건설 한성희 대표이사 △현대건설 이원우 대표이사, 택배 분야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노트먼 조셉 네이든 대표이사 △롯데글로벌로지스 박찬복 대표이사 △CJ대한통운 박근희 대표이사, 제조업 분야의 △LG디스플레이 정호영 대표이사 △현대중공업 한영석 대표이사 △포스코 최정우 대표이사 등 모두 9개 회사의 CEO들이다.

이정익 서정종합개발 대표이사는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환노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중견·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취지는 아니며 단순 참고 차원”이라고 참고인 채택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서광종합개발이 산업재해 예방 모범 기업이라는 이유를 들어 참고인 채택을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당초 논의 선상에 올랐던 현대자동차, 현대위아, 한진택배, 대우건설 등은 출석 증인 목록에서 빠졌다. 산재가 발생한 주요 기업 대표이사 전원을 증인으로 채택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참석 대상을 최근 2년간 다수 사망자가 발생한 건설업, 제조업 등 업종별 대표적 사업장 등으로 선정하자는 의견을 냈다.

환노위는 증인 신문 요지를 '산재사고 발생 위험요인 점검 및 재발 방지 대안 관련 신문'으로 했다. 위원회는 청문회 실시계획서에서 청문회 목적에 대해 "2018년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부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산업재해의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실제 산업 현장의 상황을 파악함으로써 재발방지를 위한 입법 정책 심의에 참고하려 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청문회는 국민의힘 환노위 간사인 임이자 의원이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 산재 관련 기업 의견을 묻자고 한 데서 시작됐으며 민주당의 의견으로 청문회로 발전하게 됐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에 대해 재계는 반발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아직 시행도 되지 않았는데 CEO를 무더기로 불러 청문회를 하자는 것은 지나치다”면서 “재해 예방이 목적이라면 해당 임원 등 실무자급에서 논의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반발도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의견을 냈다. 경총은 지난 8일 "기업들에 부담을 줄 것"이라며 "현재 기업의 CEO들은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영환경 가운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유감의 뜻을 밝혔다.

경총측 관계자는 "처벌만으로는 산업재해 예방 효과가 제한적인 점을 감안해 이번 청문회가 기업에 책임을 추궁하기보다는 안전관리 상 애로점․사고 예방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상호 협의하는 자리가 되길 당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환노위는 이번 청문회를 산재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경각심을 높이고 중대재해법 시행과 관련해 규제 완화 요구에 대한 합리적인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개최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반발하고 있지만 산재 발생 현황은...OECD 1위

실제로 한국의 산업재해 발생은 심각한 수준이다. 고용노동부는 2019년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가 855명으로 전년(971명)보다 감소했다고 발표했지만, 우리나라 산업재해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GS건설. 사진. 구혜정 기자
GS건설. 사진=구혜정 기자

출석 요구 대상이 된 기업을 위주로 살펴보면 건설 분야에서 출석 요구를 받은 GS건설은 2017~2019년 3년간 산업재해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간 100대 건설사 가운데 산업재해 발생 기업 1위는 GS건설로 3년간 발생한 산업재해자가 966명으로 집계됐다. 100대 건설사 평균 산업재해자 발생 73명에 13.2배 많은 수치다.

제공: 포스코 
제공=포스코

포스코건설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같은 기간 19명으로 가장 많았다. 100대 건설사 평균 산재사망자는 2명으로 포스코건설에서 9배나 많이 발생했다. 현대건설은 건설 분야 산업재해자 327명으로 4위,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12명으로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최근 비대면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과로사가 잇따르는 택배 기업에 대해서도 출석 요구서가 발송됐다. 지난해에만 16명의 택배 노동자가 사망한 가운데 업계 시장 점유율 1위인 CJ대한통운에서만 6명이 과로로 인해 사망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해 12월 부산에서는 업무 중 뇌출혈로 쓰러진 택배 기사가, 수원에서는 격무를 끝내고 숨진 택배기사가 발견됐다.

택배를 트럭에 싣고 있는 CJ대한통운 택배 기사. 사진=구혜정 기자
택배를 트럭에 싣고 있는 CJ대한통운 택배 기사. 사진=구혜정 기자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지난달 11일을 포함해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총 5명의 노동자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다만 쿠팡 측은 "물류센터 직원과 배송 기사 등의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그동안 노력해 왔다“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지난달 13일 화학물질 유출 사고로 6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LG디스플레이가 출석 요구를 받았으며, 지난 5일과 8일 연이어 작업장 내 노동자의 사망 사고가 발생한 현대중공업도 출석 요구를 받았다.

포스코도 지난해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폭발사고를 비롯해 총 8명의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했고, 지난 8일에도 30대 협력업체 직원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청문회 출석 요구를 받게 됐다.

현대중공업 CI.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 CI.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환노위는 2019년부터 사망사고가 다수 발생한 기업들을 위주로 증인 대상 기업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사망 사고는 없었지만 지난달 경기 파주시 공장에서 유해화학물질로 6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점이 고려됐다.

한편 환노위는 '망신주기' 논란을 의식해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사업장의 대처 현황과 입법 보완 등의 대안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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