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SR 박민석 기자] 쿠팡·롯데글로벌로직스·CJ대한통운 등 국내 3대 물류업체 CEO들이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노력과 근로환경개선 의지를 밝혀 주목된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청문회'에서는 산업재해 방지에 대한 유통업계 대표들의 사과와 대책이 이어졌다.  

이날 청문회에는 국내 물류업체 중 다수의 산업재해가 발생한 쿠팡풀필먼트서비스(쿠팡 물류관리 자회사), 롯데글로벌로지스, CJ대한통운 등 3개 업체 CEO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  "과로사 재발방지 최선노력"..물류센터 냉난방 개선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대표는 이날 참가한 유통업체 중, 가장 눈길을 모았다. 특히 택배노동자 과로사와 열악한 근로환경에 대한 지적이 따갑게 이어졌다.

의원질의에 답변중인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 사진. 국회방송 갈무리 
의원질의에 답변중인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 사진. 국회방송 갈무리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쿠팡은 2016년부터 매출액과 함께 산업재해도 늘었다"고 꼬집었다. 

강의원은 지난 10월 대구 쿠팡물류센터에서 과로사한 故장덕준씨를 언급하며, 근로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의원은 "장 씨가 사망했을 때 쿠팡은 '고인이 일한 대구 물류센터 7층의 업무 강도가 가장 낮다'고 이야기했다"며 "하지만 재해 판정서를 보면 '장 씨가 다룬 일일 중량물은 470kg 이상으로 근골격계 부담 지침의 일일 취급 중량물 기준 250kg을 훨씬 넘는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아울러 장 씨가 주 58.7시간을 일하고, 그로 인해 장 씨 근육이 과다 사용으로 인해 파괴됐다는 재해 판정서를 인용하기도 했다.

네이든 대표는 “조사 결과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며, 해당 조사에 대해선 존중한다”며, “조사 결과를 통해 나온 정보를 바탕으로 근로 환경을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물류창고 내 열악한 작업환경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름에 살을 빼려면 쿠팡에서 일하면 된다는 말이 있다"며 꼬집었다. 

윤의원은 이어 지난 1월 동탄 물류센터에서 야간근무자가 추위로 사망한 사건을 언급하며, “작업장 온도는 건강상 장애를 일으키는 산재로 이어질 수 있는데, 쿠팡이 내놓은 개선안에 냉난방 설비는 빠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네이든 대표는 "물류센터 내 공용 공간, 휴게실, 탈의실, 구내식당에서는 냉난방을 제공하고 있다"며 "그 외에도 물류센터 다른 부분에서 냉난방 제공이 가능한지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네이든 대표는 이어 "야외지역은 다양한 위험으로 현재까지 냉난방 제공이 여의치 않았지만 직원들에게 방한복도 제공하고 있고 다양한 보호장구도 제공하고 있다"며 "여름에는 부채 등도 제공하고 있으며 다가올 여름 대비하는 추가적인 조치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윤 의원이 전날 MBC가 보도한 ‘화장실 보고 문제’를 언급하자 네이든 대표는 “직원 동선을 추적하기 위한 게 아니라 안전상 이유로 직원들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며, “쿠팡의 모든 직원은 하나의 팀이고, 하나의 가족”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배송 늦더라도 안전 최우선 하겠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택배노동자들의 시설보수 요구에도 이에 대처하지 못한점을 지적 당했다.  

박덕흠 무소속 의원은 "지난달 군포 터미널에서 물류작업 중 사고가 발생했는데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는 "시설 점검과 보수가 제대로 안 됐고, 현장 안전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물론 그런 영향도 있지만 현장 상황을 잘 몰라서 하신 말씀 같다"며, 물류센터 내 노후 컨베이어벨트를 정상 가동하기 위해 작업자가 지상 10m 높이로 올라간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박 의원은 이와 관련, "담당자들은 기계를 멈추면 그만큼 작업 시간이 늘어서 인건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기계 가동을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고 작업장 분위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박찬복 대표는 현장 근무자들이 기계 수리를 수 차례 요청한 내용의 메신저 대화 내용과 관련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전반적 안전에 대한 부분은 기본부터 하나하나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안전 대수술을 진행 중"이라며 "배송이 늦더라도 안전을 최우선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CJ대한통운, 올해 1분기까지 분류인력 4000명 투입 및 근로자 산재가입 확대

신영수 CJ대한통운 택배부문 대표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해 택배분류인력 투입과 산재가입 확대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답변 중인 신영수 CJ대한통운 택배부문 대표 사진. 국회방송 갈무리
답변 중인 신영수 CJ대한통운 택배부문 대표 사진. 국회방송 갈무리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4월 이후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6명이나 사망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와 관련해 CJ대한통운이 여러 대책을 세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산재 관련해서 시행되고 있는 대책이 뭐냐”고 질의했다.

신영수 대표는 “산재 관련해 과로사는 기본적으로 택배기사들의 근무시간이 장시간에 걸쳐 일어나는 것으로 인지했다”며, “4000명의 분류 인력을 투입해 올해 1분기까지 (택배기사분들의) 근무시간 감축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신 대표는 이어 “상반기까지 택배기사들의 산재 가입 신청을 98% 신고했다”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분들도 가입 신청을 유도해 가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인력 투입도 중요하지만 최첨단 물류시스템 구축도 중요하다"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최첨단 물류시스템을 당연히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신 대표는 공감을 표하며, "택배기사 뿐 아니라 물류센터 내의 휠소터 등을 이용해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등 많은 시설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번 청문회는 산업재해 개선의 단초"라며, "물류업계 대표들이 약속한 발언들을 잘 개선해 나가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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