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23일 오후 4시 경 대구 달서구 유천동 한 택시회사에 설치된 공용 전기차충전기에서 충전 중이던 코나EV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이 진화하고 있다.  사진=대구달성소방소 제공
2021년 1월23일 오후 4시 경 대구 달서구 유천동 한 택시회사에 설치된 공용 전기차충전기에서 충전 중이던 코나EV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이 진화하고 있다. 사진=대구 달서소방소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현대자동차가 이르면 19일 반복되이 된 코나EV(전기차, Electric Vehicle) 리콜계획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한다. 문제 차종의 배터리를 전량 교체하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업계는 현대차가 코나EV의 배터리를 전량 교체한다는 내용으로 리콜계획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를 내놓고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와 맞붙을 태세를 가다듬고 있는 현대차는 리콜을 해외까지 확대하고, 배터리 전량교체를 실시해 소비자들의 신뢰 저하를 막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자동차안전연구원 측은 미디어SR에 “아직 결함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 전지사업부문)과 현대차 간 비용 부담 등 관련 협의도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이라 제출은 연기될 수 있다.

7만~10만대에 달하는 차종에 대해 배터리를 교체하는 방안을 가정했을 때 1대당 2000만원에 달하는 배터리 단가를 감안하면 총비용은 2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 리콜 조치에도 문제 발생하는 코나EV

코나EV는 2018년 5월부터 국내 11건, 해외 4건의 화재가 보고됐고,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전세계 코나EV 7만7000대를 대상으로 배터리관리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리콜을 단행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리콜을 받은 코나EV에서도 화재가 발생하면서 차량 소유주들의 불안과 불만은 커져가고 있다.

이미 전기차 소유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현대차의 대응이 안일하다" "기온이 올라가면 더 문제가 될 것" "차 탈 때마다 불안하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대구 달서소방서 화재조사 결과 해당 코나EV는 지난해 12월 리콜 조치를 받은 차량으로, 전기차 급속충전장소에서 충전 도중 발생했다.

지난달 23일 대구에서 발생한 코나EV의 화재 흔적. 사진=대구 달서소방서 제공
지난달 23일 대구에서 발생한 코나EV의 화재 흔적. 사진=대구 달서소방서 제공

이에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코나 전기차 화재 조사 구성원 수를 최대 16명으로 늘리는 등의 조치를 했지만, 코나 전기차 화재 조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게다가 BMS를 업그레이드하는 리콜 조치를 진행한 차주들은 시동 자체를 걸 수 없고 어떤 기능도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코나EV 소유주들은 이 현상을 ‘벽돌 현상’이라고 부르고 있다. 리콜을 받은 뒤 시스템을 점검하라는 경고등이 점등되거나 전자장비 중 어떤 것도 작동하지 않는 문제를 토로한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벽돌 증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일부 차주들에게 배터리를 통째로 교환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 배터리 결함 vs 차량 제조 결함...LG, 현대차 간 눈치 싸움

이 가운데 지난 15일 경남 창원에서 전기버스 화재가 발생했다. 자동차안전연구원, 소방서, 현대차는 지난 16일부터 화재가 발생한 전기버스의 정비내용과 배터리 결함 여부 등의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자동차안전연구원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코나EV 화재와의 연관성 여부도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버스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만든 배터리가 탑재됐고, 사고 직전 파워 릴레이 어셈블리(PRA)라는 배터리 관련 부품 수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지난해 10월 리콜을 진행할 당시 국토교통부는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현대차가 제작 판매한 코나 전기차는 차량 충전 완료 후 고전압 배터리의 배터리셀 제조 불량으로 인한 내부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며 “배터리셀 결함은 제조 공정상 품질불량으로 양(+)극판과 음(-)극판 사이에 있는 분리막 손상이 원인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LG화학 측은 “(조사 결과는) 화재의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한 것”이라며 “현대차와 공동으로 실시한 재연 실험에서도 화재로 이어지지 않아 분리막 손상으로 인한 배터리 셀 불량이 원인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전기차 화재 사고가 이어지면서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간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화재의 원인에 따라 책임 부담의 주체와 범위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양사는 배터리 교체 규모와 비용분담 문제를 두고 팽팽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알려졌다.

두 회사의 주장도 각각 설득력이 있다. 현대차는 코나EV와 동일한 플랫폼을 적용했지만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탑재한 니로EV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배터리 제조 상의 결함 때문에 코나EV의 화재가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 외에 전세계 20여개가 넘는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현대차 코나EV에서 화재가 잇달아 발생하는 것은 배터리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LG 측 입장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코나EV와 규격이 비슷한 르노의 조에 같은 경우 화재 건이 보고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거론한다.

장정훈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미디어SR에 “LG 측이 배터리 제조 상의 결함을 인정하는 것도 힘들지만, 그렇다고 현대차가 배터리 제조사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고 본다”면서 “전기차의 경우는 배터리가 부품에 해당하지만 차량의 품질과 안전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서 완성체 업체와 배터리 제조사가 대등한 관계가 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장 수석연구원은 “전기차 화재의 원인을 규명하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하면서 “전문가들은 양사가 적당한 선에서 합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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