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출시 계획을 알린 일명 '애플카' 예상 이미지. 사진=ubergizmo.com
애플이 출시 계획을 알린 일명 '애플카' 예상 이미지. 사진=ubergizmo.com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애플카’ 출시 계획이 알려지면서 기아차가 이와 관련한 협력을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은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3일 미디어SR에 “(‘애플카’와의 협력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지난달에도 현대차와 애플의 협력설이 제기됐지만 설에 불과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같은 추측이 이어지자 현대차는 지난달 8일 공시를 통해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일각에서는 그룹 주요 계열사인 ‘기아’가 애플과의 계약을 추진한다고 보도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기아와 애플 모두 여전히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미국에 있는 기아 조지아공장을 기반으로 ‘애플카’ 프로젝트가 진행될 것이라는 그럴듯한 예측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계약 규모까지 언급돼 "아니땐 굴뚝에 연기나랴"라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는 분석도 있다.

애플이 이달 중 애플카 생산을 위해 기아와 4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그것이다. 지난달부터 정식계약을 위한 실무 조율이 진행 중이며, 당초 계약 시기를 2월 초로 정했으나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일단 2월 17일로 일정을 연기했다는 설 등이 퍼지고 있다. 

애플이 기아에 투입하는 4조원은 애플카 생산을 위한 전용 설비 구축과 차량 개발 등에 사용될 전망이다. 이 같은 대규모 초기 투자는 애플이 주요 제품 생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기존 주력 제품 생산을 추진할 때도 LG디스플레이(LGD)에 조 단위 투자를 단행한 후 전용 설비에서 생산된 OLED 패널을 수급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애플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기아는 애플의 전기차 생산을 위한 전용 라인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관측이 현실화할 경우 이번 계약에는 애플카 생산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애플이 기아에 4조원을 투입해 애플카 생산을 초기 연간 10만대 수준, 최대 40만대 규모까지 확대할 수 있는 규모다. 애플카의 출시 시점은 2024년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확정된 사실이 아님에도 추측이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실제로 양사 간 협력이 이뤄지더라도 그 결과가 긍정적이리라는 보장은 없다”면서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고민이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카’ 협력을 진행하게 되면 사실상 경쟁사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나 다름없어서다.

현대차그룹은 2015년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2016년 친환경차 대표 브랜드로 ‘아이오닉’을 런칭한 바 있다.

특히 제네시스는 정의선 회장이 직접 심혈을 기울여 출범시킨 브랜드로 지난해 12월 출범 5주년을 맞았다. ‘신생 브랜드’라는 한계에도 G70이 2019년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되는 등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브랜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12월 미국의 유력한 디자인 상인 ‘2020 굿디자인 어워드(2020 Good Design Award)’에서 운송 디자인(Transportation Design)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제네시스 G80. 사진=현대자동차그룹
2020년 12월 미국의 유력한 디자인 상인 ‘2020 굿디자인 어워드(2020 Good Design Award)’에서 운송 디자인(Transportation Design)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제네시스 G80.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하지만 이들 브랜드 인지도를 키워야 할 시점에 ‘애플카’ 프로젝트 관련 협업이 이뤄지고 애플카가 출시되면, 현대차그룹의 자체 브랜드는 오히려 애플카에 가려 묻힐 수도 있다.

또한 현대차그룹이 애플과 애플카 생산을 협업하게 되면 주문자위탁생산(OEM) 방식이 될 가능성이 커 자칫 하청업체로 인식될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미래 전기차 시장 선점과 주도권 확보와 관련해 긍정적인 영향이 클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애플과 협업이 상징성 측면에서 현대차그룹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애플카 제품 완성도에 따라 현대차그룹 브랜드 전기차에 대한 이미지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업계는 애플의 입장에서 볼 때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시장 진출을 위한 최적 파트너라고 보고 있다. 자체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계획한 시기(2024년)에 맞춰 새로운 자동차를 실제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과 요건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나아가 전기차부터 수소차, 하늘을 나는 자동차(PAV, Personal Air Vehicle) 등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미래 비전도 혁신을 추구하는 애플에게 매력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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