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23일 오후 4시 경 대구 달서구 유천동 한 택시회사에 설치된 공용 전기차충전기에서 충전 중이던 코나EV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이 진화하고 있다.  사진=대구달성소방소 제공
2021년 1월23일 오후 4시 경 대구 달서구 유천동 한 택시회사에 설치된 공용 전기차충전기에서 충전 중이던 코나EV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이 진화하고 있다. 사진=대구달성소방소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반복되는 화재로 차주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던 코나EV(전기차, Electric Vehicle)의 자발적 시정조치(리콜)가 실시된다. 다만 이번 리콜이 화재 원인의 규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국토교통부는 24일 오후 현대자동차㈜에서 제작·판매한 코나EV(OS EV) 2만5083대를 포함해 아이오닉 전기차(AE PE EV) 1314대, 일렉시티(전기버스, LK EV) 302대 등 총 2만6699대를 대상으로 자발적 시정조치(리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의 중국 남경공장에서 2017년 9월~2019년 7월 사이에 생산된 고전압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 전량을 대상으로 고전압배터리시스템(BSA)을 모두 교체하는 리콜을 다음달 29일부터 실시한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0월 중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시정조치를 받았는데도 해당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함에 따라 이를 보완하기 위해 것이다.

지난달 23일 대구에서 충전 중이던 코나EV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이미 시정조치를 받은 차량으로 드러나 차주들의 우려를 증폭시킨 바 있다.

지난해 10월의 시정조치는 배터리 교체가 아닌 배터리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조치였다.

완성차 제조사인 현대자동차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BMS(배터리관리시스템) 업데이트로 화재 위험성이 있는 일부 배터리를 완전히 추출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했다.

이에 따라 양사는 소비자 보호와 안전을 위해 전체 차량의 배터리를 기존 BSA보다 개선된 사항을 적용한 배터리로 교체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전기차 1대에는 수백개의 배터리 '셀'이 탑재된다. 수백개의 배터리셀을 합쳐 1개의 배터리 ‘팩’을 만들고, 이 배터리 팩에 배터리의 충전 상태, 안전성, 전압, 온도 등을 관리하는 BMS(배터리관리시스템)까지 연결해 전기차에 탑재된다. 배터리 팩과 BMS를 통칭해 차량에 전력을 공급하는 부품을 이르는 것이 고전압배터리시스템(BSA)이라고 볼 수 있다.

리콜을 실시하는 회사는 현대자동차이다. 하지만 리콜 비용과 관련해서는 LG에너지솔루션도 일부 부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 측은 미디어SR에 "비용과 관련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초구 현대차그룹 본사. 사진=현대차그룹 홈페이지
서초구 현대차그룹 본사. 사진=현대차그룹 홈페이지

◇'리콜은 하지만 우리 탓은 아니다'...화재 원인 규명은 아직

국토부는 코나EV를 포함한 3개 차종에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난징(南京)공장에서 초기에 생산한 고전압 배터리 중 일부에서 셀 제조불량으로 인한 내부합선으로 화재 발생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번 리콜 조치와 국토부 발표는 화재 발생 원인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거론한 것일 뿐, 화재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됐다는 ‘결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리콜의 사유로 언급된 배터리 셀 내부 정렬 불량(음극탭 접힘)도 국토부의 발표대로 재현실험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무엇보다 (해당 문제는)난징 현대차 전용 생산라인들의 양산 초기 문제로, 이미 개선사항은 적용됐다”고 밝혔다.

KATRI(자동차연구원)의 결함 조사는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까지의 KATRI와 관련 전문가 합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나EV의 화재 발생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사실로는 모두 4개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시험의 화재 발생 영상과 코나EV 화재 영상의 유사성을 들 수 있다. 이어 △배터리셀 내부 화재로 인한 소실 확인 △‘셀 내부 정렬 불량’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 존재 △분리막 손상 배터리셀 확인(화재 발생 재현은 불가) 등이다.  

먼저 국토부는 인위적으로 화재를 재현하는 실험 중 ‘배터리셀 내부 열 폭주 시험’으로 발생한 화재 영상이 지난해 8월 대구 칠곡에서 발생한 실제 코나EV 화재 영상과 유사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달 23일 발생한 대구 화재 차량의 중간조사에서 화재가 3번 팩 좌측의 배터리셀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 확인돼 화재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으로 꼽히게 됐다. 국토부는 조사 결과 내부 양극(+) 탭의 일부가 화재로 소실됐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CI
LG에너지솔루션 CI

◇배터리 결함은 일부 확인, 화재 인과관계는 증명 안돼

세 번째 화재 원인이 될 가능성으로 지목받은 것은 ‘셀 내부 정렬 불량’이다. 지난 자발적 리콜 조치로 수거된 불량 고전압 배터리를 정밀조사한 결과, 배터리셀이 음극탭이 접히게 정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리튬 부산물이 석출돼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국토부는 밝혔다.

문제는 이 가설을 토대로 조사팀이 화재 재현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화재 원인으로는 불충분하다.

한편 ‘음극탭 접힘’ 현상과 관련해 지난해 3월 리콜 조치로 무상으로 업데이트한 BMS가 충전맵 로직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사실도 확인됐다.

조사팀은 이같은 오적용이 리튬 부산물 석출을 증가시키는 등 화재 발생과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도 추가로 조사해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조사팀은 코나EV 4대의 고품 배터리를 분해해본 결과, 충전맵 로직 오적용과 정상 적용 간의 유의미한 차이를 판단하기는 어려웠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10월 자발적 리콜시 원인으로 지목한 배터리셀 분리막은 손상됐다는 점이 확인됐다. 그러나 화재 재현실험 중 현재까지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화재 원인이라고 증명되지 않았다.

한편 과충전으로 인한 배터리 화재 발생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BMS에서 과충전을 차단하고 있다는 것도 조사 결과 증명됐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진행 중인 KATRI 주관의 화재 재현실험 등 일부 완료하지 못한 결함조사를 지속 추진하면서 이번 시정조치(리콜)의 적정성도 조사해 필요시 보완 조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전기차의 화재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 대책은 3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리콜 대상 차량은 오는 3월29일부터 차량 제작 연도에 따라 순차적으로 무상 수리를 받을 수 있다.

소비자는 현대자동차 직영서비스센터 및 블루핸즈를 방문해 무상 수리를 신청하게 되며, 현대차가 자동차 소유주에게 우편 및 휴대전화 문자로 시정방법 등을 알리게 될 예정이다.

또한 결함시정 전에 자동차 소유자가 결함내용을 자비로 수리한 경우에는 제작사에 수리한 비용에 대한 보상을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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