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현대자동차의 수소트럭을 설명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2020년 7월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현대자동차의 수소트럭을 설명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탄소중립을 위한 글로벌 투자금융업계의 행동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수소 생태계 구축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오너 3세인 김동관 한화솔루션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부터 이를 활용한 ‘그린수소’ 기술 개발까지 역동적으로 밀고 나가면서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한 광폭행보에 나서고 있다.

SK그룹과 포스코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직접 나섰고 두산, 효성 등도 수소 사업에 이미 발을 들여놓은 상태다. 

특히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총 110기의 수소충전소를 확충, 2022년까지 수소차 등 미래차 38만대를 보급하겠다는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대기업들은 수소 밸류체인 확대를 위한 투자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사진=한화큐셀 제공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사진=한화큐셀 제공

앞서 한화그룹은 ‘오너 3세’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미국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에 1억달러(약 1200억원)을 투자해 한때 시세차익만 1조8000억원을 기록해 세간의 이목을 끈 바 있다.

김동관 사장의 관심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린 수소’ 생산 기술로 확대됐다. 한화솔루션은 1일 정훈택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LANL,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 수석연구원을 수소기술연구센터의 센터장으로 영입하면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수전해 기술로 생산하는 ‘그린 수소’ 생산의 청사진을 그린다.

김 사장은 또한 수소연료전지발전소를 운영중인 한화에너지(대산그린에너지), 수소 충전시스템을 공급하는 한화파워시스템 등을 통해 수소사업을 강화하고 최근 ‘그린 수소’ 분야에 2000억원의 투자도 결의했다.

그린 수소는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하는 수소를 지칭하며,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물(H2O)을 수소(H)와 산소(O2)로 분리해내는 수전해 기술이 적용된다.

 충남 서산 한화토탈 인근에 설치된 대산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사진=한화건설
 충남 서산 한화토탈 인근에 설치된 대산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사진=한화건설

한화솔루션은 수소 밸류체인(공급망) 구축을 위해 미국 수소탱크 제조업체인 시마론과 딜레이홀딩스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아직은 검토 단계라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하지만 글로벌 발전 사업 패러다임이 화석연료에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한화솔루션은 글로벌 종합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앞세워 수소 밸류체인 구축을 위한 투자 및 M&A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SK, 포스코, 효성 등 수소사업 출사표는 '진행 중'

최근 수소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SK그룹은 지주사인 SK(주)에 그룹 내 수소사업을 총괄하는 ‘수소사업추진단’을 신설했다. 또한 계열사인 SK E&S를 통해 오는 2023년부터 연간 생산량 3만t 규모의 액화수소 생산설비를 건설해 수도권에 액화수소를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추형욱 SK E&S 사장이 이번 연말 임원인사에서 수소사업추진단장에 발탁되면서 수소사업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 제공

SK와 SK E&S는 업계 최고 수준의 핵심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수소사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플러그파워의 지분 9.9%를 확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번 투자는 SK와 SK E&S가 각각 8000억원을 출자해 약 1조6000억원을 공동 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특히 SK가 밝힌 연간 3만t 규모의 액화수소 생산설비의 국내 도입이 확정되면 이는 국내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현재까지는 효성그룹이 울산 용연공장 내에 건설하기로 한 연산 1만3000t 규모의 액화수소 설비가 단일 설비 기준 세계 최대 규모다.

효성그룹도 지난해 4월 일찍이 산업용 가스 전문 화학기업인 린데그룹과 함께 3000억원을 투자해 액화수소 생산, 운송 및 충전시설 설치 및 운영하는 밸류체인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양사는 올해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내년 1분기 건설에 들어가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설 공장에서는 효성화학이 생산하는 부생수소에 린데의 수소 액화기술을 적용해 액화수소를 생산하게 된다.

포스코 또한 최근 2050년까지 수소 500만t 생산체계 구축을 골자로 한 중장기 수소사업 비전을 발표했다. 재계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그룹의 체질 개선을 추진하는 동시에 정부 정책에도 호응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포스코는 수소 생산부터, 운송, 저장, 활용 등 전 주기에 걸친 밸류체인을 마련하기 위해 계열사 간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포스코 또한 올해부터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산업가스·수소사업부’를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을 이어갈 예정이다.

수소 사업의 청사진, ‘스타트’한 정의선 회장

대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수소 생태계 구축의 비전을 내세운 것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었다. 정 회장은 지난해 7월 청와대의 힌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 서 “수소를 이용한 전기 생산은 ‘미래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이자 ‘미래 핵심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앞서 지난해 1월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 ‘CEO 총회’에 공동회장으로도 참석해 각국 정부와 기업이 수소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소위원회는 지난 2017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출범한 수소 관련 글로벌 CEO 협의체로, 에너지, 화학 등 전세계 주요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출처=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출처=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차는 이제 수소전기차 넥쏘와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 등을 내세워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 넥쏘는 최근 수소전기차 단일 모델로는 세계 최초로 단일 국가에서 누적 판매 1만대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최근 글로벌 수소 생태계 확산을 위해 영국의 글로벌 종합 화학기업인 이네오스그룹과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현대차는 이에 따라 이네오스 오토모티브가 개발 중인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현대차의 차량용 연료전지시스템을 탑재해 새로운 수소 전기차를 선보이고, 양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밸류체인을 구축해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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