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차 이미지. 편집=정혜원 기자
하이브리드차 이미지. 편집=정혜원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기후변화로 인한 글로벌 환경 위기로 주요국에서 자동차 분야에도 전과정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 방식의 규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6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주요국가의 환경규제 방향이 제품의 생산·사용 및 폐기·재활용 등 생애주기 전체를 포괄하는 전과정 규제로 확대되고 있다.

LCA는 제품 또는 시스템의 전과정에 걸친 투입물과 배출물을 정량화하고 이와 관련한 잠재적 환경영향을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환경영향평가기법이다.

이를 자동차 분야에 적용할 경우 자동차가 사용하는 연료·전기뿐만 아니라 자동차 생산 과정과 윤활유·부품 교체, 폐기·재활용 과정까지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보고서는 유럽연합(EU)은 2019년 자동차 LCA 기준 등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중국도 오는 2025년 이후 도입을 목표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이 외에도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친환경 정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각국 및 글로벌 기업의 자발적인 탄소중립 선언 등을 고려할 때 LCA가 미래에 자동차 부문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보고서는 자동차 분야에 LCA 방식 규제가 적용될 경우 △하이브리드차의 재조명 △친환경 가치사슬의 중요성 증대 △사용 후 배터리 관련 산업 활성화 등의 변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주요 기관에 따르면 하이브리드차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보면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분석에 따르면 하이브리드차가 LCA 도입 시 현재보다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이호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디어SR에 “전주기(자동차 부품 등 생산부터 폐기까지의 전 과정) 관점에서 보면 전기차는 운행시에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도 “하지만 전기차가 사용하는 전기와 배터리 재조 시 사용하는 전기의 화력발전 비중이 높으면 탄소 배출량이 상당 수준에 이르게 돼 하이브리드차의 탄소 배출량이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수준으로 측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특히 “비용 등의 문제로 인해 아직까지는 배터리를 생산하는 국가에서 화력 발전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LCA 규제가 자동차 부문에 적용될 경우에는 생산공정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되는 동시에 친환경 가치사슬 관리 능력이 완성차 기업의 경쟁력으로 부상하게 될 전망이다. 이는 곧 친환경 공정기술을 보유한 부품업체의 위상이 제고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RE100’ 캠페인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2050년까지 회사가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는 것을 뜻한다.

현대차 울산공장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와 연계한 2MWh급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에너지저장장치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 울산공장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와 연계한 2MWh급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에너지저장장치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더불어 보고서는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순환에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므로 향후 ‘사용 후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으로 재사용해 생애주기 상의 환경영향을 줄이려는 노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호 책임연구원은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수소차의 공존이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면서 “전략적으로 볼 때 향후 10년 내까지는 하이브리드차의 시장 점유율이 높을 수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중국은 2035년까지 신차 중 하이브리드차 비중을 50%로 제시했으며 일본도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차 비중을 30~40%로 설정한 바 있다.

이를 고려하면 내연기관 차량의 종식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35년까지 출시될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차의 신차 판매와 수명을 고려하면 최대 2050년까지 내연기관 차가 운행될 것으로 볼 수 있다.

전기·수소차로의 전환 속도는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내연기관의 효율성 개선, 배터리 관련 배출량 개선, 재생에너지 발전으로의 전환 등 복합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이 책임연구원은 “전동화에 대한 지나친 낙관에 기반한 정부 정책과 기업의 전략은 중단기 하이브리드차 시장 기회 상실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전기차만 집중하기보다는 LCA의 도입에 대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 책임연구원은 “LCA 규제 도입에 따른 변화의 방향이 ‘친환경화’라는 대세를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재생에너지의 가격경쟁력 개선 등에 따라 발전원이 지속 전환되면서 전기차의 동력원인 전력 생산의 환경영향도 개선되고 있으므로 전동화라는 장기적인 변화 방향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은 지난해 OECD 국가 중 최고의 성장률로 GDP 규모 세계 10위권 안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한국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받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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