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전문가 등 2146명이 17일 국회 앞에서 공동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참여연대 제공
학계·전문가 등 2146명이 지난 17일 국회 앞에서 공동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참여연대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을 둘러싸고 경제계가 반발하는 가운데 시민단체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입법을 단독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제인총연합회는 지난 22일에 이어 24일에도 중대재해법이 “경영책임자(법인의 대표이사와 이사)와 원청에 대해 가혹한 중벌을 부과하는 법안”이라고 비판하면서 입법 중지 의견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했다. 경총은 지난달 23~26일 4일간 회원사 654곳을 대상으로 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기업 인식도 조사 결과'에 근거해 기업들의 부담이 크다고 읍소했다.

경총은 법안이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경영책임자 개인을 법규의무 준수와 처벌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과도한 법"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경제계에서는 "99%의 중소기업이 오너가 곧 대표"라며 "재해가 발생하면 중소기업 대표는 사고를 수습하고 사후처리를 해야 또 다른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는 거리가 먼 주장이다. 대다수의 산재는 중소기업에서 발생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소속 노동자의 사고 발생 시에는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실제로는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산재가 훨씬 많을 것으로도 예측된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사진. 구혜정 기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구혜정 기자

중대재해법은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보다 사업주 및 법인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인 법이다. 인명 피해를 야기한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이 제정되면 중대재해에 대해 법인에 벌금 부과, 대표자 형사처벌,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 등의 처벌이 가능해진다.

산업재해 발생을 감소시키기 위해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 (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 2007)을 참고해 발의된 법안으로, 한국에 소개된 지 10년도 넘었고, 시민사회단체들이 법안 논의를 시작한 지도 6년이 지난 것으로 알려졌다.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고(故)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 등은 국회의사당 앞에서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28일 현재 단식 농성을 18일째 이어가고 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국회의원이 입법을 약속했지만 기업 눈치만 보면서 핑계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며 “공수처법 등을 여당 단독으로 심의하고 통과시키던 기세는 어디 가고 노동자와 시민의 생사와 직결된 민생 입법을 처리할 때만 야당 협조가 필요한가”라고 말했다.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은 “여야 의원이 가족과 함께 행복한 연휴를 보내고 있을 때 자식을 잃은 우리는 국회의사당 앞 농성장에서 배고픔과 추위를 참고 사력을 다해 버티고 있다”면서 “한빛이를 죽인 세상을 그대로 두고 죽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법사위 논의에 속도를 붙여 임시국회가 종료하는 내년 1월 8일까지 중대재해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여전히 국민의힘이 “여당이 단일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올해가 가기 전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를 위한 정의당-민주당-국민의힘 간 회동을 절박하고 비장한 마음으로 제안드린다"면서 양측간 중재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회동 일정이 예정된 바 없으며 (법안과 관련) 결정된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각 부처의 의견을 취합한 정부안을 법무부로부터 제출 받아 29일 소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결국 관련 부처간 이견이 원만하게 정리될 지 않을 경우, 민주당이 예고한 다음달 8일까지 예정된 임시국회 처리는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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