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은 "핑계에 불과" 주장 펴기도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이른바 '공정경제3법'의 단독처리 수순을 밟자 경제계 단체들이 반발하며 '긴급 성명'을 통해 강력한 비판에 나섰다.

다만 시민단체들은 경제단체들이 오히려 기존 논의를 되풀이하게 만드는 소모적인 주장을 펴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상법 개정법률안은 △감사위원 선임 규제 강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을 담고 있다. 또한 공정거래법 개정법률안은 △전속고발권 폐지 △내부거래규제 대상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포함하고 있다. 경제계는 특히 이 가운데 감사위원 선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8일 오후 이른바 '공정경제3법' 중 하나인 상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서 의결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전원 동의했다. 국회 법사위 통과는 본회의 의결만 거치면 법이 효력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경제계가 화들짝 놀라 긴급성명까지 내면서 반대 입장을 공표하기에 이른 것이다. 경제계에서는 논란을 낳고 있는 '공수처' 법 보다는 '공정경제 3법'에 훨씬 더 촉각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여당이 경제3법 처리를 강행하는 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기업경영에 심각한 영향이 예상되는데도 이렇게까지 처리해야만 하는 것인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이날 직접 긴급 간담회를 열고 “경제와 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큰 법안을 (공수처 법과 같은) 정치적 법안과 동일선상에서 시급하게 통과시키는 것에 대해 매우 당혹스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산업연합포럼 등 7개 경제단체도 입장문을 통해 "공정경제3법은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 개입, 소송 남용으로 인한 소송비용 증가 등 기업 경영환경을 악화시켜 기업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경제계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은 채 통과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SR에 “그간 토론회와 공청회 등의 논의를 거쳐 우려 사항을 밝히고 전했음에도 의견 조율 없이 그대로 개정법을 법사위에서 통과시킨 것은 사실상 정부 및 여당이 경제단체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개정이 강행처리 되고 있어 유감”이라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2021년 주주총회 기업지배구조 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사진. 구혜정 기자
2021년 주주총회 기업지배구조 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사진. 구혜정 기자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이들 경제단체가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같은 논의를 2013년 당시 새누리당에서도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추진했다”면서 “경제단체들의 이 같은 반발은 사실상 핑계에 불과하며 우려를 제기하는 부분도 사실상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경제단체 의견을 반영해 특수관계자들의 의결권을 제한하되 3%씩 개별적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사실상 본래 입법 취지에서 크게 후퇴한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감사위원 선임 건은 특히 관심의 표적이 되고 있다. 개정법에서 기업의 이사회 내 감사위원은 회사의 업무 및 회계 감독권을 갖는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들로부터 독립적인 지위에서 회계 및 주주 권리 침해 여부 등을 감독할 수 있도록 분리선출 및 의결권 제한 규정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49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삼성전자 49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하지만 경제단체들은 이 같은 감사위원 선임 규제가 “의결권을 지나치게 제한해 외국계 자본과 경쟁 세력의 이사회 진입으로 기업 핵심정보가 유출되는 등 우리 기업들의 경영체계 근간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감사위원은 최대 3명으로, 이들이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주장은 ‘엄살’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미국 애플사(社) 등 해외 유수 기업의 경우는 애플 등 미국 기업의 경우 1~2명을 제외하고 모든 이사진이 사외이사인 데다 이사회의 일부인 감사위원으로 이사진 및 경영권을 장악한다는 경제계 주장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결국 경제계 주장대로라면 엄연히 주주가 존재하는 주식회사임에도 외부의 감시를 전면 거부하고 기존 방식대로 (최대주주 위주의) 주먹구구식 이사회 운영을 하겠다는 것이며, 개방으로 야기될 변화 및 투명 경영을 거부한다는 입장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경제계의 우려와 반발을 고려해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전체 의결권을 합쳐 3%로 제한하는 규정에서 한 발 물러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개별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안으로 개정을 추진해왔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일부 대기업의 경우 특수관계인이 수십 명에 이르고, 3%가 넘는 의결권을 가진 사람이 ‘쪼개기’에 나서면 결국 현재와 동일하게 제도가 운영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은 경제계의 요구를 일부 반영해 공정경제3법 중 공정거래법의 전속고발권 폐지는 제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국회에 계류된 지 2년이 넘은 공정거래법의 전면 개정안은 논란 끝에 2018년 3월 국회에 상정됐으나 올해도 국회 통과는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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