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 거는 기대 ④] 공정거래법 개정안, '일감 몰아주기' 종식될까
[21대 국회에 거는 기대 ④] 공정거래법 개정안, '일감 몰아주기' 종식될까
  • 정혜원 기자
  • 승인 2020.04.23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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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은 여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에 따라 각종 민생·개혁입법이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5월30일 개원하는 21대 국회에서 주목받을 법안들을 미리 짚어본다.[편집자 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함에 따라 ‘경제 민주화’를 위한 법 개정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관련 법안 중 국회에 계류된 지 2년이 넘은 공정거래법의 전면 개정안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은 그간 21대 국회에서 최우선적으로 논의될 사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많은 논란 끝에 2018년 3월 국회에 상정됐으나 아직도 국회 계류 중인 법안이기 때문이다.

개정안에서 대기업집단의 반발이 가장 큰 부분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다. 개정안은 일감 몰아주기를 판단하는 총수일가의 지분율 기준을 상장·비상장 구분 없이 20% 이상으로 일원화 했다. 현재의 기준(30%)보다 상장사 지분율 기준이 10%p 낮아진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현대차 수석 총괄부회장의 지분 23.29% 등 총수일가 지분율이 29.99%를 기록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현대글로비스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한화와 SK㈜, ㈜신세계, ㈜이마트, ㈜한진칼, ㈜LS, ㈜영풍, ㈜하림지주 등 많은 지주사들도 대상이다.

대기업집단의 자회사와의 거래도 ‘2차 일감몰아주기’로 간주돼 규제 대상이 된다. 개정안에는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손자회사’와의 거래 비중도 살펴본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삼성웰스토리, 삼성카드, 현대첨단소재, SK바이오팜, 에스케이실트론, LG CNS, 한화테크엠, GS에너지, GS리테일, 현대오일뱅크, 이마트24, SSG닷컴, 칼호텔네트워크, 오리콤, 두산베어스, 부영주택 등 많은 그룹에서 주력 계열사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기업들이 상당수 지분율을 조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뜻이다.

일부 지주회사들은 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율도 추가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개정안은 지주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상장사는 20%에서 30%로, 비상장사는 40%에서 50%로 상향한다. SK그룹의 에스엠코어, LG그룹의 LG상사, 롯데그룹의 롯데케미칼, 한진그룹의 대한항공과 한진 등은 추가 지분 확보가 필요하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지난 2월 공정위가 ‘(대기업 집단의) 부당이익 제공 행사 지침’을 발표했으나 대기업 집단의 손자회사까지는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소유 관계를 더욱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의견서를 통해 누차 제기한 문제점”이라고 강조했다.

개정안에서는 대기업 집단이 일감몰아주기를 피하기 위해 지분율을 조정하더라도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까지 포함돼 회피로를 차단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기업 집단의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 행사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상장사에 한해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산해 15% 한도 내 예외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전속고발제 폐지도 추진된다. 공정위 뿐만 아니라 검찰도 공정거래 관련 사건에 대해 고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가격담합과 입찰담합, 경성담합에 한해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면 공정위 조사를 기다리지 않아도 민간에서 고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뿐만이 아니라 가맹사업법, 대규모유통업법, 표시광고법에서 전속고발권 전면폐지와 기술유용행위에 대한 하도급법에서의 부분 폐지도 함께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재계로서는 위법 행위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지난 2월 말 공정위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 심사지침’(이하 심사지침)을 제정해 시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간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나 부당 지원 등의 행위를 규제하는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온 데 따라 공정위가 지침을 새로 마련한 것이다.

법원이 공정위의 정상가격 산정과 부당지원 입증 방식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21대 국회에 다시 상정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적정 가격 산정 방식 등에 대해 법 개정을 거쳐 확실한 법적 근거를 확보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 통과가 기대만큼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회 임기가 만료된 후에는 개정안이 자동폐기 되는데, 21대 국회에 다시 상정하기 위해서는 논의를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여당의 과반 수 의석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아직 상임위가 꾸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임위에서까지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분석도 들린다. 

국회 내에서는 “2018년 상정 이후 추가 논의도 없었다"며 "정권 초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또 한 번의 실패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커보인다"는 부정적 시각도 많다.

한편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함께 상법상 집중투표제 및 전자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도 20대 국회에서 논의가 마무리 되지 않은 핵심내용으로 꼽힌다. 아울러 복합쇼핑몰 출점 및 영업제한, 정규직 고용 원칙 확립,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 등도 다음달 30일부터 열리는 21대 국회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해야 할 주요 안건으로 거론되고 있다. 21대 국회가 국민적-사회적 관심사 들에 대한 기대와 갈증을 채워주고 해소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혜원 기자 won@medias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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