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서울상의 정기의원총회에서 최태원 신임 서울상의 회장(왼쪽)과 박용만 전(前) 서울상의 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상의 제공
23일 열린 서울상의 정기의원총회에서 최태원 신임 서울상의 회장(왼쪽)과 박용만 전(前) 서울상의 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상의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이번주 나란히 경제단체 수장 자리에 오른다. 국내 4대 그룹 총수가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하는 것은 최태원 회장이 처음이다.

◇ 4대 그룹 총수 첫 대한상의 수장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서울상공회의소는 23일 오전 상의회관에서 서울상의 의원총회를 열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제24대 서울상공회의소 소장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다음달 24일 대한상공회의소 정기총회에서 서울상의를 대표해 대한상의 회장으로도 공식 선출될 예정이다.

관례상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겸한다. 서울상의와 대한상의 회장 임기는 3년이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대한상의는 현 정부 들어 국내 최대 경제단체로 부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국정농단 사건으로 위상을 회복하지 못하는 사이 대한상의가 대표 경제단체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모양새다. 재계는 대한상의의 높아진 위상과 함께 최 회장의 영향력에 남다른 기대를 걸고 있다.

아울러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의를 통해 그간 강조해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외연을 재계 전반으로 확대하고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서울상의 회장단에는 IT·게임·스타트업·금융 업계의 젊은 기업인들도 합류하게 돼 분위기 쇄신과 혁신 산업과 관련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롭게 합류하게 된 부회장은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박지원 ㈜두산 부회장,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이형희 SK그룹 사장(SK브로드밴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등이다.

대한상의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서울상의 부회장단에서 논의를 거쳐 신임 부회장을 추대했다”면서 “혁신 기업과 IT분야의 기업인이 합류하게 되면서 해당 산업과 관련한 정책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게 될 것으로 관측되지만, 계획이 구체적으로 잡힌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는 최태원 회장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포함해 서울상의 의원 70여 명이 참석했다. 다만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이날 회의에는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열린 서울상의 정기의원총회에서 최태원 신임 서울상의 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상의 제공
23일 열린 서울상의 정기의원총회에서 최태원 신임 서울상의 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상의 제공

최태원 회장은 선출 직후 인사말에서 “매우 어려운 시기에 서울상의 회장을 맡게 된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면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야 경영환경 개선은 물론 대한민국의 앞날, 미래세대를 위한 좋은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하게 되면 SK그룹은 2대에 걸쳐 재계 양대 경제단체의 수장을 맡게 된다. 최 회장의 선친인 고(故) 최종현 SK그룹 회장은 1993~1998년 전경련 회장을 맡은 바 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 /사진 제공: LS그룹
구자열 LS그룹 회장. 사진=LS그룹 제공

◇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구평회 E1 회장 뒤이은 무역협회 수장으로

구자열 회장은 오는 24일 무역협회 정기총회에서 의결을 거친 후 제31대 무역협회장으로 추대될 예정이다.

구 회장은 코로나19로 수출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관료 출신보다는 기업인 출신이 더 적임이라는 재계 의견에 따라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까지 무역협회 회장은 김재철 전 회장(1999~2006년) 이후 15년간 정부 관료 출신이 수장을 맡아왔다.

구 회장은 2013년부터 LS그룹의 회장을 맡고 있으며 형제 가족이 9년씩 돌아가며 공동 경영을 이어온 전통에 따라 올해 말 구자은 회장에게 회장직을 넘길 예정이다. 다만 이번 무협 회장 추대로 그룹 회장직 이양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아울러 구 회장이 무역협회 회장으로 추대되면 LS그룹도 부자가 대를 이어 무역협회장을 맡게 되는 모양새다. 구 회장의 아버지인 고(故) 구평회 E1 명예회장도 과거 22·23대 무역협회장을 지낸 바 있다.

◇ 다시 흘러나오는 전경련-경총 간 통합설

한편 전경련 회장 교체기에 맞물려 전경련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간 통합설이 또다시 거론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최근 '공정경제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기업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법안들이 입법됐으나, 경제단체들이 이를 저지하지 못했으니 통합을 통해 영향력 확대를 꾀하자는 구상이다.

2019년에도 전경련의 위상 약화와 회장 선출에 난항을 겪으면서 전경련과 경총 간 통합설이 나온 바 있다.

다만 재계에서는 회원사 동의는 물론, 근거 법률 통합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실제 물리적 통합까지 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각 경제단체들이 맡은 고유 역할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경련은 대기업 싱크탱크 역할을 해오던 한국경제연구원을 중심으로 대기업 목소리를 대변하고, 경총은 기존 노사관계 조율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전경련은 오는 24일 이사회와 26일 회원 총회를 개최해 차기 회장 선임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부터 전경련을 이끌어온 허창수 현 회장이 연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전경련 부회장직을 맡고 있으면서 전경련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온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그룹 복귀와 함께 차기 회장을 맡을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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