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LS는 계열사가 먼저 나서기도

CJ 임직원들이 ‘반제품 DIY 키트(KIT)’를 활용해 만든 아동용 면마스크 500개, 영유아용도서 500권, 저소득∙미혼모 청소년을 위한 면생리대 500개를 기부처에 전달하고 있다. 제공. CJ그룹
CJ 임직원들이 ‘반제품 DIY 키트(KIT)’를 활용해 만든 아동용 면마스크 500개, 영유아용도서 500권, 저소득∙미혼모 청소년을 위한 면생리대 500개를 기부처에 전달하고 있다. 제공. CJ그룹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급감과 함께 원부자재 대금 등 자금 수요가 몰리는 시기가 맞물려 추석을 앞둔 기업들의 자금난이 어느 때보다 심화했다. 이러한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대금 조기 지급에 대기업과 그 계열사들이 앞장서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107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중소기업 추석자금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중소기업의 67.6%가 자금사정 곤란을 호소하고 있으며, “코로나19가 추석자금사정 곤란에 영향을 미친다”는 기업의 답변은 94.1%에 달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더구나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자금 사정이 곤란한 업체의 비중이 12.6%p 증가한 수치다(2019년 55.0%).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해 판매 부진(86.9%)의 영향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으며, “판매대금 회수지연”(30.1%), “인건비 상승”(23.6%)이라는 답변이 이어졌다.

24일 미디어SR의 취재를 종합한 결과 이같은 자금난을 경감하기 위해 CJ그룹과 롯데, 현대중공업, LS일레트릭과 SK하이닉스가 추석을 앞두고 협력사에 대금을 조기 지급키로 했다.

롯데그룹은 추석을 앞두고 납품대금 6000억원을 조기 지급한다고 이달 초에 밝혔다. 코로나19에 태풍까지 덮쳐 한층 더 심각한 상황에 놓인 협력사들을 돕기 위해 일찍이 조기 대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롯데는 2013년부터 꾸준히 명절을 앞두고 협력사들의 납품대급을 조기 지급해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제공. 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제공. 롯데지주

이번 납품대금 조기 지금에는 롯데백화점, 롯데e커머스, 롯데정보통신, 롯데건설, 롯데케미칼 등 35개사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롯데 측은 약 1만3000개의 중소 협력사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지난 설보다는 규모가 다소 축소돼 조기 대금 지급액이 2000억원 정도 감소했다.

롯데는 대금 지급을 추석 3일 전인 오는 28일까지 완료할 예정으로 평상 시 대비 평균 12일 앞당겨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롯데는 중소 협력사 상생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파트너사 대출 이자를 감면해주는 동반성장펀드를 9650억원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2018년 부터는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과 협약을 맺고 중소 협력사의 원활한 신용대금 결제를 돕는 ‘상생결제제도’를 전 계열사에 도입하였으며 그룹사 상생결제제도 운영 현황을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CJ그룹도 미디어SR에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중소 협력업체에 약 3700억원의 대금을 조기 지급한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CJ그룹에 따르면 6개 주요 계열사의 협력업체 약 7400여곳이 선지급 혜택을 받게 되며, 정상 지급일보다 평균 1개월 가량 앞당겨 결제 대금을 받게 된다.

계열사별로 선지급 규모는 CJ제일제당이 약 1600억원으로 가장 많고, CJ대한통운 약 760억원, CJ ENM(오쇼핑부문+E&M부문)과 올리브영이 각 5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CJ측은 예상했다. CJ프레시웨이와 CJ올리브네트웍스도 300억원 가량을 선지급할 예정이다.

CJ그룹이 명절마다 중소 협력업체의 자금 부담 해소를 돕기 위해 결제 대금을 앞당겨 지급해온 것은 지난 2015년부터다. CJ그룹은 이외에도 임직원들과 CJ포인트 제도를 활용해 재단을 통한 사회공헌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추석을 앞두고 자재대금을 조기에 지급한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상생 경영을 지속해나가기 위해 대금을 조기지급한다”면서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가 조기 대금 지급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의 협력사 1680여개 회사에 약 1100억원 규모의 대금이 5일 앞당겨 지급될 예정이며 이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절반에 가까운 540억원을 조기 결제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정기 지급일인 오는 30일이 아닌 25일 대금을 치러, 5일 앞당겨 대금을 지급했다.

이번에 혜택을 받는 협력회사는 총 1680여개, 금액은 현대중공업 540억원 등 약 1100억원 규모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조선업의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협력회사와의 상생을 강화하는데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계열사가 먼저 나서 조기 대금을 지급하고 나선 곳도 있다. LS그룹의 LS ELECTRIC(일렉트릭)과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추석을 앞둔 중소협력사들의 대금 결제일을 추석 연휴 이전으로 앞당기고, 해당 기간 중 대금 지급 규모를 1500억원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차질과 수요 급감 등으로 자금난을 겪는 중소협력사들을 위해 납품 대금 지급을 월 3회에서 4회로 확대하는 등 상생프로그램을 강화한 바 있다.

또한 중소 협력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저금리 ‘동반성장’ 펀드 3000억원, 무이자 ‘납품대금지원’ 펀드 700억원 등 370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제공. LS그룹
제공. LS그룹

한편 산업용 전력 및 자동화 분야 사업을 영위하는 LS일렉트릭은 코로나19 확산과 명절 전 협력사들의 어려운 자금 사정을 고려해 중소 협력회사를 지원하고자 납품 대금을 조기 지급한다고 밝혔다.

조기 지급하는 대금 규모는 약 400억원 정도로, 오는 25일 정산분을 3일 앞당겨 지난 22일에 지급했다. 이를 통해 LS일렉트릭은 원자재 대금 결제나 상여금 지급 등 자금 수요가 일시적으로 집중되는 명절 연휴에 즈음해 대금을 미리 지급, 중소 협력회사 운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어느때 보다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협력회사와 동반성장 차원에서 대금을 명절 전에 미리 지급하기로 했다” 면서 "소통 강화는 물론 다양한 상생 프로그램을 마련해 LS일렉트릭과 협력회사가 바람직한 동반성장의 틀 안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LS일렉트릭은 지난 2014년부터 설, 추석 등 명절에 앞서 자금을 조기 집행하는 한편 1억원 이하 대금에 대해서는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는 등 협력회사의 자금난 해소에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GS리테일도 지난 16일 그룹과는 별도로 가맹점주와 협력사에 추석 결제대금 1300억원을 조기에 지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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