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인재 양성 노력 빛나지만, 투명성 개선 노력은 아쉽다는 지적도

동원육영재단이 직접 운영하는 자양라이프아카데미 3기 수료식. 사진. 동원육영재단 제공
동원육영재단이 직접 운영하는 자양라이프아카데미 3기 수료식. 사진. 동원육영재단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설립한 동원육영재단은 지난 40년간 전인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으나 지출 내역을 투명하게 공시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2세 경영으로 넘어간 동원그룹이지만 김재철 동원그룹 창업주가 설립한 동원육영재단은 아직 김 명예회장이 이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1979년 ‘재단’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하던 시기, 김재철 명예회장이 현금 7000만원과 2억3000만원 상당의 주식 지분을 출연해 설립한 법인이 바로 동원육영재단이다.

동원그룹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이 재단은 늘 배움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던 김 회장의 가치관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 동원그룹의 상징처럼 통한다.

다만 재단의 사업비 지출 내역의 투명성은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미디어SR이 비슷한 지적을 했으나 재단은 별다른 개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재단은 2019년 기준 공익목적사업비로 25억원을 지출했으나, 공시자료의 기부금 지출 내역 상으로는 2억4000여만원만 기재돼 있으며, 사업비의 구체적인 지출 내역도 전혀 알 수가 없다.

이와 관련 재단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공시자료 상 기부금은 받은 대로 전부 공시했으며 다른 비용의 경우 이자, 배당수익이라 공시할 의무가 없다”면서 “기부금은 원칙적으로 주무관청의 사용 허가를 받았을 경우에만 사용 가능하고, 이를 공시자료에 기재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면서 현실적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타 재단의 경우 공시자료에 지출 내역을 기재하지 못하면 감사보고서나 연차보고서를 통해 세부 지출내역을 공개하기도 한다. 동원육영재단의 경우 올해부터 연차보고서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만큼, 재단의 신뢰도와 전문성 제고를 위해 추후 지출 내역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자구안을 고려해 볼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재단 사업의 공익성은 매우 훌륭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재단이 주력하고 있는 공익사업은 ‘라이프아카데미(Life Academy)’와 ‘동원책꾸러기’ 캠페인이다. 라이프아카데미에 16억원을, 동원책꾸러기 사업에는 8억원 가량을 지출했다.

라이프아카데미는 2017년 김재철 이사장이 ‘전인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 데서 시작됐다. 김 이사장은 프로그램 소개 책자를 통해 현재 한국 교육이 “종합적 사고능력을 기르지 못했을뿐더러 인성교육을 소홀히해 물질만능의 잘못된 생각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공동생활의 책무를 잊고 지나친 이기심에 젖어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에 이같은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김 이사장은 “서로 협동해 살기 좋고 아름다운 나라가 실현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후일을 위해 씨앗을 뿌리는 농부의 마음으로 ‘라이프 아카데미’를 개설‧운영한다”고 프로그램의 취지를 직접 밝히고 있다.

이처럼 김 이사장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라이프아카데미’는 전국 12개 대학에서 운영되기도 하고 재단이 직접 운영하기도 한다.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외 대학(원)생들은 토론, 독서활동, 리더와의 만남 등의 기회를 갖고, 약 8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 진행되는 교육 비용과 도서 및 중식 등을 재단 측이 전부 부담한다.

재단 관계자가 미디어SR에 밝힌 바에 따르면 각 대학의 라이프아카데미에 대략 1억5000만원 안팎의 금액이 지원된다. 재단이 직접 운영하는 자양라이프아카데미의 경우 지난해까지 3기 113명의 수료생을 배출했으며, 올해 4기 55명이 합류하게 됐다.

재단은 프로그램 소개 자료를 통해 매해 자양라이프아카데미의 수료 인원과, 성비, 전공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어, 지원자들이 무엇보다 궁금해 할 실효성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은 무척 고무적이다.

동원육영재단이 운영하는 책꾸러기 캠페인(좌), 동 캠페인 로고(우). 사진. 동원육영재단 제공
동원육영재단이 운영하는 책꾸러기 캠페인(좌), 동 캠페인 로고(우). 사진. 동원육영재단 제공

재단은 또한 '동원책꾸러기'라는 영유아 그림책 지원 사업을 수행하면서 지난해 기준 8억원을 지출했다. 만 6세 이하의 자녀를 둔 가정이 신청하면 매월 무료로 그림책을 보내주는 사업으로, 2019년 한 해에만 10만권에 가까운 그림책을 기부했다.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대상자는 추첨을 통해 무작위로 선정한다.

재단은 지난해 설립 40주년을 맞이한 만큼 만 6세 미만의 영유아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인재 육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지속해왔다. 장학사업도 여전히 진행중이며 2019년 말 기준 7275명의 학생이 장학금을 받았다.

재무현황

동원육영재단의 총 자산은 1129억원으로 2019년 기준 공익목적사업에 지출한 금액은 25억원이다. 재단은 계열사 기부금에 의존하기 보다는 김재철 이사장이 출연한 지분에서 발생하는 배당금과 금융 자산의 이자 및 기업‧개인의 자발적 기부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재단이 개인 및 영리법인으로부터 받은 기부금은 3억원 가량으로, 동덕정보통신(주)에서 2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기부금과 배당금 등을 포함해 재단은 36억원의 수익을 기록했으며, 재단 총 자산의 2.23%에 해당하는 25억원을 공익목적사업에 투입했다. 의무 지출 비중인 1%를 웃도는 수준이지만 공익사업에 지출한 금액 자체는 2018년과 비교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은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동원에프앤비에 8억원을 지출한 바 있다. 부당한 내부 거래 의혹에 대해서 묻자, 재단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재단이 타 업체의 제안서도 검토한 결과 동원몰(동원에프앤비 운영)에서의 구입하는 것이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회원들에게 도서 전달을 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재단-유통사-출판사-회원 단계를 거치게 되어 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세부 사업 지출 내역에 대해서는 보다 투명한 공시가 필요하나, 공시자료 기재 방식과 회계 방식의 한계가 뚜렷한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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