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자양라이프아카데미 입학식에 참석한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제공. 동원육영재단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경영 일선에서 퇴진한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 회장이 40년째 이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동원육영재단은 32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전인교육에 힘쓰고 있지만 지출 내역은 4억여 원어치만 공시했다.

동원육영재단은 원양어선 1척으로 시작한 동원산업을 재계 48위의 대기업 집단으로 키운 김재철 회장이 동원그룹 창립 10주년이던 1979년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공익재단이다.
 
올해로 40년 차를 맞는 장수 재단인 동원육영재단은 김재철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지만 그룹 계열사 기부금에 의존해 운영되는 형태는 아니다. 김 회장이 출연한 지분에서 나오는 배당과 이자, 타 기업 및 개인의 자발적 기부로 운영된다.
 
재단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한국투자증권에서 법인카드 포인트가 발생하면 그 포인트를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있다. 재단 사업을 좋게 보시고 기부처로 선택해 매년 기부하시는 개인 기부자들도 있다"면서 "개인의 순수한 뜻에서 시작됐고 운영하는 재단이니 기업과는 선을 그어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재단이 지난해 개인 및 영리법인으로부터 받은 기부금은 모두 3억원 가량이다. 재단은 3억여원의 기부금을 포함해 모두 18억원의 수익을 냈으며, 32억원을 공익사업에 사용했다. 이는 재단 총자산(1122억원)의 2.9%가량으로, 의무 지출 비중인 1%를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재단은 사업비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도 구체적인 기부 내역을 공시하지 않았다. 재단 공시자료에는 '도서활동지원' 목적으로 동원F&B 외 37000명에게 지급된 3억 7천만원 가량과 '인성 교육 프로그램 지원'으로 연세대학교 33명에게 지급된 9800여원, 총 4억 6천800만원만이 기재돼있다.
 
특히 재단은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 동원에프앤비, 동원산업, 동원시스템즈 등에 9억여원의 비용을 지출하고 5억여원의 수익을 내는 등 특수관계자 거래가 존재하기 때문에 보다 투명한 공시가 요구된다.
 
이에 재단 관계자는 "기부금은 받은 대로 전부 공시했으며 나머지 비용의 원천은 이자, 배당수익이라 공시할 의무가 없지만 공시자료, 감사보고서 전부 국세청 공시 기준과 한국가이드스타에 맞춰 최대한 공개하고 있으며, 기부 내역을 개인별로 상세히 기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 지정기부금 단체 신청을 앞두고 내년 3월 이사회 의결을 거쳐 홈페이지에 연차 보고서, 이사회 명단 등을 올리는 등 보다 투명한 공시를 위한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주어진 여건에 맞춰서 운영하고 있지만 부족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면 내년부터는 지정기부금 단체 요건에 맞춰 공시 투명성을 보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양라이프아카데미 수업 모습. 제공. 동원육영재단

한편 재단은 2017년 9월 기본재산의 10%를 보통재산으로 편입해 운영자금으로 확보함에 따라 사업 규모를 확대했다고 전했다. 재단의 대표 공익사업은 지난해 총 18억원을 지출한 대학생 인성 교육 프로그램 '자양라이프아카데미'다. 2017년 1기로 시작한 자양라이프아카데미는 올해 4기를 모집해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120명의 수료생을 배출한 자양라이프아카데미는 인성 교육을 목적으로 전국 12개 대학에서 50여명의 국내외 대학(원)생들에게 토론, 독서활동, 리더와의 만남 등의 기회를 제공한다. 재단은 약 8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 진행되는 교육 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도서 및 중식도 제공한다.
 
재단의 취재에 공감한 12개 학교에서 TF를 구성해 재단에서 예산을 받아 자율적으로 인성 교육을 진행한다. 재단은 서류 심사와 면접을 거쳐 선정되는 대학생들에게 학생 1명 당 연간 300만원의 지원을 하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기존 교육의 대안을 제시하는 불씨가 되길 바란다는 이사회 미션에 따라 대학 교육의 변화를 목표로 사업을 운영한다. 가르치기보다 학생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좋은 습관과 호기심을 이끌어 주는 교육 현장이 되고자 하는 게 가장 큰 교육 철학"이라면서 "라이프아카데미 운영에 재단 내부적인 관리 지표가 있어서 입학 인원 대비수료 인원이 몇 명인지 보는 등, 지속적 관리를 통해 참여 학교를 선정한다"고 밝혔다.
 
재단은 또한 '동원책꾸러기'라는 영유아 그림책 지원 사업에 지난해 9억원을 지출했다. 만 6세 이하의 자녀를 둔 가정에 매월 무료로 그림책을 보내는 사업으로, 지난해 3월까지 130만 권이 넘는 그림책을 기부했다.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대상자는 추첨을 통해 무작위로 선정한다.
 
인재육성을 위한 장학재단이라는 정체성에 충실해 0세부터 6세까지의 영아 인성 교육에서 출발해 대학생 인성 교육까지 이어지는 종합 전인교육의 형태를 갖췄다.
 
한편 재단 이사회에는 김재철 회장뿐 아니라 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이 상임 이사로 올라가 있다. 나머지 9인의 이사는 변호사, 언론인, 교육업 종사자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이들 이사는 청소년 진로 멘토로 강연을 하는 등 공익 사업에도 직접 참여하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사무국에서 장학 분야에 뜻이 있는 분들을 추천받아 이사회를 구성한다. 따로 월급을 드리는 등 이득이 없는데 순수하게 인재 육성에 뜻을 가지고 재능 기부를 하는 분들이다"면서 "공익법인의 역할에 따라 시대가 필요로 하고 도움 되는 일이 무엇인지 실무자와 이사회에서 계속 같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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