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기 전 총재(15~17대), 이형구 전 총재(25~26대) 이후 26년간 산은 회장 연임 사례 없어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임기 만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으나 후임 인선 절차가 오리무중인 가운데, 산적한 현안의 해결을 위한 '연임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임기가 오는 10일 만료된다.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러나 임기 만료 하루 전까지 정부에서 후임 인선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어 이동걸 회장의 향후 거처는 베일에 싸여 있다.

다만 오는 11일 아시아나항공 지원 방식을 결정하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이하 '산경장') 회의에 이동걸 회장도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임 가능성이 유력하게 부상했다.

이동걸 회장이 연임하지 않고 임기(9월 10일) 이후인 11일에 공식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나 산업은행 측은 구체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회장이 산경장 회의에 참석하는지 개인 일정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금융위가 10일 전까지 차기 회장을 제청하지 않으면 추후 회장이 선임될 때까지 전임 회장이 유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 이동걸 회장의 연임 여부를 확언하지 않은데도 일찍부터 연임설이 유력시됐던 이유는 이 회장이 현재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쌓여있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급한 것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건이다.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대표로서 인수 무산 후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이 회장은 11일 오후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에도 참석해 2조원 안팎의 아시아나항공 기금 투입 방안을 확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외에도 대우조선해양, KDB생명 등의 매각 작업과 두산그룹 경영 정상화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쌍용차 등 다른 기업 구조조정 이슈도 맞물려 있다.

이 밖에도 코로나19에 따른 위기 상황의 긴급자금 지원과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사업 주관까지 산은이 맡아 추진하는 가운데 회장의 업무 연속성에 대한 필요성도 존재한다. 

이번에 이 회장이 연임하게 되면 1954년 설립 후 산은 역사상 네 번째 연임 사례가 된다. 초대 구용서 전 총재를 비롯해 김원기 전 총재(15~17대), 이형구 전 총재(25~26대)가 연임한 후 26년 동안 산은 회장이 연임한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퇴임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 회장 스스로 산은 회장직 유지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해서다. 이 회장은 지난 6월 온라인 간담회에서 "지금 충분히 피곤하며, 주어진 일에만 전념해도 시간이 부족하고 충분히 스트레스받는다"면서 "더 이상의 미련도 없고 그다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회장이 연임을 고사하면 차기 회장 선임 전까지 산업은행은 성주영 수석부행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이 경우 10일 이후 예정된 산경장 회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 등 공식 일정에는 성주영 수석부행장이 참석해 추후 논의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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