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모우. 사진. 홈페이지
지난 6월말 두산그룹이 매각한 클럽모우CC. 사진. 홈페이지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대우산업개발이 두산중공업과의 협상을 종결하고 두산건설 인수를 포기했다. 양측이 요구하는 가격 차이가 커 협상 결렬로 이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대우산업개발 관계자는 9일 미디어SR에 “사유는 밝힐 수 없으나 현재 두산중공업과의 인수‧합병 관련 협의는 하지 않고 있다”면서 두산건설 인수 논의가 최종 결렬됐음을 시사했다.

대우산업개발과 두산중공업 측은 지난 7월부터 대우산업개발에 우선협상자 지위를 부여하고 매각 논의를 이어온 바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양측의 예상 가격 차이가 인수 논의가 결렬된 원인으로 꼽힌다. 당초 두산그룹은 두산건설 매각 대금으로 최소 2000억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었으나 대우산업개발은 그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건설의 상장 폐지 이전 시가총액은 4300억원이었다.

채권단은 두산 측의 자구 노력이 인정되면 대출 상환금을 연장해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채권단이 자구안 실행에 여유를 주면서, 두산으로서는 시일이 걸리더라도 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 인수자를 찾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은 차순위 인수 희망자와 재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향후 매각 작업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두산건설은 2010년 당시 10위 안에 드는 건설사로 꼽혔으나 지난해 기준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에서는 23위로 주저앉았다. 두산건설의 지난해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7819억원과 810억원, 총자산은 약 2조3295억원이었다.

지난해 5월에는 동시 유상증자를 단행해 9483억원을 조달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했으나 지주사인 두산의 신용등급이 ‘BBB+’로 주저앉게 되면서 심각한 신용위험 전이 현상을 보였다. 지난 3월 두산건설이 그룹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자 두산그룹 전체의 재무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두산건설은 2011년부터 일산 위브더제니스 등 대형 분양사업의 잇따른 실패로 어려움을 겪자 두산그룹은 지난 10여년간 2조원 이상을 투입한 바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회장(왼쪽)과 박지원 그룹부회장이 지난 2월 열린 CES 2020에서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두산그룹
박정원 두산그룹회장(왼쪽)과 박지원 그룹부회장이 지난 2월 열린 CES 2020에서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두산그룹

자구안 추진은 계속된다...1조4000억원 확보 예정 

하지만 두산은 채권단에 약속한 3조원 이상의 자구안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상반기 두산그룹에 3조6000억원 상당의 유동성을 지원했고 두산은 그에 걸맞은 자구안 이행을 약속했다.

두산중공업은 박정원 회장이 밝힌 대로 1조3000억원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올해 안으로 2조5000억원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를 사모펀드운용사 스카이레이크에 7000억원에, (주)두산이 보유한 모트롤사업부는 소시어스-웰투시 컴소시엄에 453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골프장 클럽모우CC는 1850억원, 네오플러스는 730억원에 매각을 완료했다.

현재 진행중인 두산타워가 8000억원에 팔릴 것으로 시장이 내다보고 있는 가운데 자구안을 마무리 하기 위해 두산은 인프라코어 혹은 밥캣 지분 일부를 매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프라코어의 시장 예상가는 8000억~1조원 대로, 두산이 인프라코어 매각을 결정하면 자구안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마지막 매각 카드로 꼽힌다. 다만 두산그룹 관계자는 인프라코어 매각 가능성에 대해 미디어SR에 “주가나 경영상 중요 사항이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다”고 선그었다.

오는 22일 매각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인프라코어 매각에 대한 예비입찰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입찰이 반드시 인수를 목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고 적격 인수 후보자가 필요해 매각이 확실시 된 것은 아니다.

인프라코어의 경쟁사인 현대건설기계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지주는 인프라코어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공시를 통해 밝힌 상태다.

다만 시장에서는 인프라코어차이나가 진행하는 8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소송 패소 비용의 부담이 해소될 경우 적극적인 인수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다고 예견하고 있다.

한편 인프라코어는 두산그룹의 ‘캐시 카우(Cash Cow, 꾸준히 현금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로, 매각을 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인프라코어 지분(36.27%) 매각 외에도 당장 매각이 어려운 두산밥캣 지분을 낮추는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인프라코어는 2017년말 59.55% 보유한 밥캣 지분을 두 차례에 걸쳐 51.06%로 낮춘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약 27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으며, 두산중공업도 2년 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하던 밥캣 지분 10.55%(약 3600억원) 전량을 처분했다.

하지만 두산밥캣은 북미에 밥캣 자체 브랜드를 입힌 제로턴모어(ZTR Mower, 장비에 탑승해 회전반경이 0도인 조경작업 장비)를 출시하고 조경장비 시장 본격 공략에 나선다고 9일 밝혔다.

또한 이 회사는 올해 매출 약 1000억원을 시작으로 2024년까지 2배 이상의 매출 신장을 목표로 잡고 신제품 판매를 확대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적극적인 사업 확장에 주력하는 만큼 밥캣의 매각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한편 두산그룹은 자구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스터빈 발전사업, 신재생 에너지 사업 등을 큰 축으로 하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획기적 개편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까지 뒷받침 되면서 두산 측은 이 기회를 발판 삼아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 중인 해상풍력 사업부문에서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새로운 사업 추진은 사실이나, (매각을 통한) 사업구조 개편 등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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