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좌), 조현민 한진칼 전무. 사진. 한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좌), 조현민 한진칼 전무. 사진. 한진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한진의 전무와 토파스여행정보의 부사장을 맡으면서 한진그룹 내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3일 미디어SR에 “한진칼에서 맡고 있던 마케팅 역량 등을 육상운송 사업 계열사를 거느린 ㈜한진에서도 발휘해 날로 치열해지는 e커머스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이번 인사를 통해) 그룹 전반의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현민 전무는 한진칼에서 신사업 개발 및 그룹 사회공헌 등 그룹 마케팅 관련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CMO(Chief Marketing Officer)로서 (주)한진의 함안수박 기프트카드, 원클릭 택배서비스, 친환경 택배박스 공동구매 서비스, 간편여행 신규서비스 시범운용, 수도권 전문배송 플랫폼 구축 추진 등의 프로젝트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같은 행보를 바탕으로 조 전무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 사업의 폭도 넓힐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알려졌다.

지난 1일자로 ㈜한진의 마케팅 총괄과 토파스여행정보의 신사업 및 사업전략을 담당하게 된 조현민 전무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든든한 우군이다.

조 회장이 3자 주주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경영권을 두고 경쟁할 당시 조 회장 편을 들었다. 당시 조 전무와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조 회장 손을 들어줘 경영권 방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진은 조현민 전무가 한진그룹 내에서 다져온 풍부한 경험과 마케팅 능력을 토대로, 날로 치열해지는 e커머스 시장을 적극 활용해 택배 및 국제특송 분야에서 굳건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매출 2조원, 영업이익 900억원의 (주)한진은 한진그룹에서 대한항공과 함께 주력 계열사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한진칼 지분 6.47%를 갖고 있는 조 전무가 앞으로 (주)한진을 중심으로 계열분리를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현재 한진칼 전무, 정석기업 부사장을 맡고 있는 조 전무는 토파스여행정보 부사장으로서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해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여행업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월급을 받지 않기로 했다.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미디어SR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미디어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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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수면 아래서 지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우군을 결속시킬 필요에 따라 조 전무의 경영 보폭을 넓힌 것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그룹 경영권을 두고 장녀가 등을 돌린 가운데, 이미 승기가 넘어갔다고 판단할 경우 조 전무가 등을 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서다.

지난달 20일 기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3자 연합이 보유한 지분은 보통주 기준 46.71%로, 조원태 회장 측이 확보한 우호지분 41.04%가량을 지난 4월 처음 역전한 후 꾸준히 격차를 벌리고 있다. 3자 연합이 꾸준히 지분을 계속 늘리며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3자 연합은 신주인수권(워런트) 공개 매수를 실시해 강성부펀드(그레이스홀딩스)가 80만개, 반도개발이 40만개의 신주인수권을 각각 사들였다. 총 300억원을 들여 워런트를 확보한 3자 연합이 해당 지분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 조 회장 측과의 지분율 격차는 6%p 이상으로 벌어지게 된다.

워런트는 말 그대로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며, 3자 연합은 워런트를 통해 한진칼 주식 1주를 8만2500원에 살 수 있다. 현재 의결권을 갖고 있는 지분이 아닌데다, 최근 한진칼 주가(7만원~8만원 수준)을 고려하면 당장 워런트를 이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3자 연합은 향후 지분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를 대비해 워런트를 확보해 둔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도 이같은 3자 연합측의 움직임에 대비하기 위해 최근 20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을 추가로 받았다. 지난 7월 중순에도 200억원의 대출을 받아 400억원을 확보한 셈이지만 현재까지 용처가 밝혀지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상속세 납부나 장래 지분 경쟁에 대비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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