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박세아 기자] 27일 오전 9시로 예정되어 있었던 한진칼 주주총회는 3시간 가량이 지난 정오가 지나 개회를 선언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 3자가 연합해 구성한 주주연합(이하 3자 연합) 측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간 주총 전부터 지난한 공방을 이어왔다. 양 측이 이번 주총에서 그간의 공방을 종결하게 될지 관심이 뜨거웠다.

1차전인 사내이사 선임 건은 조원태 회장의 승리로 보인다. 회사 측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인 김석동, 박영석, 임춘수, 최윤희, 이동명 등 총 5명이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5명 모두 56%를 넘는 찬성률을 기록했다.

3자 연합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 건은 모두 부결됐다. 서윤석 사외이사 후보는 47.24%로 반대와 5% 가량의 차이로 부결됐으며 나머지 여은정, 이형석, 구본주 사외이사 후보는 43%대 찬성률로 부결됐다.

이날 상정된 안건은 총 29개에 달하며 △재무제표 승인 △사내‧사외이사 선임 △정관 변경 등이다. 의결권을 행사하는 지분율은 84.93%를 기록했다. 80명 안팎의 주주가 이날 주총장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되며, 3자 연합 측 대리인들도 다수 참석해 주총 내내 적극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한편 폭락했던 한진칼 주가는 주주총회가 가까워오자 다시 꿈틀거리면서 이날까지 한진칼 주식 매도세가 이어졌다. 안건에 대해 본격적인 투표가 진행되던 오후 1시 20분을 넘어서서는 표 대결 전보다 높은 장중 13%를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주총이 2시간 지연되고 고성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표대결 전에는 최고 10%를 넘는 상승률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입증하는듯 했다.

그러나 오후 2시 8분 경, 사외이사 선임의 건 개표 발표가 시작되자 주가는 하락하기 시작해 1%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오후 12시 39분에는 9.65%상승한 4만 8500원을 기록했고, 이어 1분 후에는 10.56%를 넘는 4만 8800원을 기록하는 등 분 단위로 1%씩 상승하는 기이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최고점을 예측하면서 차익을 보려고 하는 투심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항공업계는 지속해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데다 1월 말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한 차례 더 직격탄을 맞아 항공주는 전반적으로 맥을 추지 못했다. 그러나 한진칼과 계열사는 꿋꿋이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나가면서 지난달 12일 4만 3500원이었던 한진칼 주가는 지속해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이달 3일 장중 거래가 9만 6000원을 기록하면서 52주 신고가를 세우기도 했다. 한진칼우와 대한항공도 일제 상승세를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남매간 표대결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신민석 KCGI 부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진행조차 산 넘어 산

3자 연합 측이 제안한 사외이사는 서윤석, 여은정, 이형석, 구본주로 총 4명이며 회사측이 제안한 사외이사는 김석동, 박영석, 임춘수, 최윤희, 이동명등 총 5명이다. 전체 사외이사 후보가 9명이나 돼 각 후보 별 의결 진행 과정에도 주주 간 이의 제기와 의견 제안이 빗발쳤다.

주총 진행 시간이 하염없이 늘어나면서 일반 주주들은 “생업이 있는 사람은 어떡하냐”,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야 하는 엄중한 상황에 이게 말이 되냐”고 항의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일부 주주들은 이같은 반응에 대해 “걱정되면 집에 가세요”라며 맞서는 모양새를 보였다.

2호 안건인 사외이사 선임 안도 의결 진행과 투표 및 표결 진행을 두고 주주 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일부 주주들은 “처리해야 할 안건이 29개나 되는 만큼 다소 신속한 진행을 바란다”고 주장한 반면 3자 연합 측 대리인 및 주주들은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의 없이 의결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여곡절 끝에 개별 이사 후보에 대해 표결을 각각 진행하되 한진칼이 제시한 사외이사 후보 의결 결과를 집계한 뒤 3자 연합 측의 사외이사 후보 의결 결과를 한 번에 집계하는 방식을 택했다.

기권 표를 산정 기준을 놓고도 의견 대립은 첨예해 변호사 자문을 지속적으로 참고하는 등 의결 절차는 첩첩산중을 예고하고 있다.

앞서 1호 안건인 재무제표(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포함)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이 통과하기까지도 30분이 넘게 걸렸다. 의사 진행 발언과 안건 관련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신민석 KCGI 부대표는 재무제표 승인 건과 관련해 “올해 2600억 정도의 적자 폭을 기록했는데, 전년 대비 큰 폭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항공업계가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한 데 비해 대한항공은 비상경영체제를 4월에야 가동했다”면서 “이는 현 경영진들의 방만한 운영을 짐작할 수 있는 태도”라고 발언했다. 또한 진에어가 1년 7개월동안 국토부의 제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그는 “이같은 경영진의 결정에 대해 주주들이 좀더 자유롭게 소통하고 의견을 전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이날 주총에서는 ‘에어버스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한 주주 질의도 이어졌다. 리베이트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고 그에 관여한 임직원이 한진칼 임원으로도 근무하고 있다면 어떤 조치를 취하겠냐는 주주 질문에, 석태수 한진칼 이사회 의장은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맞게 대응하고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주총은 3시간 가량 지연됐다. 한진칼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참석하는 주주들의 위임장 제출이 너무 많아서“라고 개회 지연 이유를 설명했다. 한진칼 측은 "위임장 확인 절차는 끝났지만, 중복 여부 등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며 개회가 늦춰지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안건은 아직 절반 가까이 남아있어 한진칼 주총은 오늘 저녁에나 마무리 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