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호 DB그룹 신임 회장(오른쪽)과 이근영 DB김준기문화재단 이사장 . 사진. DB그룹 제공
김남호 DB그룹 신임 회장(오른쪽)과 이근영 DB김준기문화재단 이사장 . 사진. DB그룹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DB그룹은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의 이름을 딴 DB김준기문화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재단은 활발한 공익 사업을 펼치고 있으나 보다 투명한 운영이 요구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DB김준기문화재단은 1988년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자 창업자의 사재 1억원과 계열사인 동부제철(주), 동부건설(주)이 각각 현금 10억원, 4억원을 출연해 설립됐다.

이 재단은 김준기 전 회장의 '좋은기업'을 만들어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이상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꿈을 키워나가는 유능한 인재를 지속적으로 발굴‧육성하고 있으며, 금융경제 공모전과 모의 투자대회 등을 개최해 교육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재단은 김준기 회장과 계열사의 추가 출연금이 매해 더해져 지난해 기준 재단의 자산규모는 22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재단의 지출 내역을 좀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에도 DB손해보험이 10억원을 출연했으나 재단측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2019 기부금품의 수입 및 지출 명세서’ 및 공시자료 그 어느 곳에도 그 해 12월 정기예금으로 불입됐다고만 기재돼 있다. 따라서 목적사업과 관련한 지출 세부 내역은 찾아보기 어려운 구조다.

재단 공시자료에는 재단의 공익목적사업 지출 내역이 △장학금 지급(15억원) △학술지원금(26억원) △교육기관 지원금(7억원)으로만 기재돼 있으며, 이마저도 재단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여러 사업 중 어떤 사업에 어떻게 지출했는지는 전혀 파악할 수 없도록 돼있다.

재단이 홈페이지를 통해 밝히고 있는 사업은 크게 △장학생 선발 △공모전 개최 △사회봉사활동이다. 때문에 공시자료를 통해 밝히고 있는 지출내역이 구체적인 사업비에 쓰였는지 역시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다.

다만, 재단의 행사를 전하는 개별 뉴스를 통해 사업비를 가늠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정확한 지출 규모는 알 수 없다.

재단측은 미디어SR에 “회계 기준에 따라 충실하게 작성하고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도 "앞으로는 공익법인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에 부응해 목적사업의 지출 내역과 구체적인 수혜 대상 규모 등을 보다 상세히 대중에 알릴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재단의 목적사업은 공익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학업을 이어나가는 유능한 인재를 위해 200여개 대학의 장학생들을 선발해 매해 학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별도로 기업경영을 체험할 수 있는 캠프를 개최해 1년에 1000여명의 학생들에게 경영시뮬레이션을 체험하고 명사의 특강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룹 주요 사업부문인 금융산업과 관련한 공익목적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금융산업에 대해 대학생들의 관심을 제고하고 미래 금융전문가를 육성하고자 금융 및 관련분야의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제안을 받는 ‘DB 금융경제 공모전’, 건전한 투자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대학‧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국내 최초 글로벌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활용한 모의 투자대회인 ‘DB GAPS(Global Asset allocation Portfolio Strategy) 투자대회’를 통해 금융산업에 대한 청년의 관심을 제고한다.

재단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26개 특성화고등학교와 일부 대학교 학술동아리, 대학 교수 등에 학술‧연구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DB그룹은 지난 7월 김남호 회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2세 경영시대를 활짝 열었다. 김준기 전 회장이 회장직을 사임하면서 그룹은 3년간 총수 공백 사태를 겪었으나 김남호 부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린바 있다.

특히 김남호 DB그룹 회장은 취임사에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고 나서 향후 DB그룹이 CSR부문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낼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 회장은 당시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지금은 기업이 이윤창출을 넘어 국민과 소비자, 사회와 공존하기 위해 가치를 나눌 때, 기업도 발전할 수 있는 시대"라고 역설했다. "지금까지의 사회공헌활동 성과 위에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활동을 보다 강화해 나가겠다"는 김 회장의 다짐이 어떻게 구현될지 주목된다.

현재 총수일가의 지분과 타 주주 간 지분 차이가 크지 않아 재단의 의결권 행사가 그룹 경영에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재단은 지주사격인 DB손해보험 주식 5.59%, DB Inc. 주식 4.53%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총수 일가 다음으로 DB손해보험 주식을 보유한 국민연금은 경영 성과에 비해 이사 보수가 과다하다고 판단해 이사보수 안건에 반대했으나 원안대로 가결됐다.

재단은 의결권 보유 계열사 중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을 제외한 5개 회사에 의결권을 행사했다.

재단과 그룹 측은 미디어SR에 "이미 김남호 회장이 안정적으로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에 재단의 계열사 주식 보유분이 이용될 우려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재단 관계자는 “재단이 보유한 주식의 배당금으로 공익목적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무현황

지난해 기준 DB김준기문화재단의 총 자산은 2198억원이다. 주요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총 자산의 92%가 계열사 주식으로, DB손해보험 주식 배당금을 통해 공익목적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재단 측은 밝혔다.

하지만 일반관리비를 제외한 순수공익목적사업비는 61억원, 관리비를 포함한 목적사업비는 66억원으로 배당금보다 적다. 전체 자산 대비 목적사업비 지출 비중은 2.81%로 다른 기업소속 재단의 평균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미국의 기준을 적용해보면 아쉬운 대목이 적지 않다. 

미국은 기업 소유의 재단이 공익사업을 제대로 하지 않아 기업의 ‘자산 저장고’로 기능한다고 지적하면서 순자산의 5% 이상을 공익사업에 투자하는 방안을 법제화한 바 있다.

한편 재단은 지난해 의결권 보유 계열사 중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을 제외한 DB손해보험, DB Inc., DB금융투자 등 5개 회사에 의결권을 행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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