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 이근영 전 회장과 김남호 DB그룹 신임 회장(오른쪽). 사진. DB그룹 제공
DB그룹 이근영 전 회장과 김남호 DB그룹 신임 회장(오른쪽). 사진. DB그룹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김남호 DB금융연구소 부사장이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DB그룹이 2세경영의 신호탄을 쐈다.

김남호 DB그룹 신임 회장은 창업주인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DB그룹 측은 미디어SR에 “김남호 회장이 취임함에 따라 DB그룹은 창업 이래 50년 가까이 그룹을 이끌어온 김준기 회장의 창업자 시대가 끝나고 2세경영 시대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김남호 회장은 1일 취임사를 통해 “국내외 경제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중임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DB를 어떠한 환경변화도 헤쳐 나갈 수 있는 ‘지속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김 신임 회장은 각 사 경영진과 임직원들에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상품 기획, 생산, 판매, 고객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컨버전스 구축과 온택트(ontact) 사업역량을 강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

DB그룹은 2017년 김준기 전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이근영 회장의 지휘아래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 왔다. 신임 회장의 2세 경영시대가 도래하면서 재계는 그를 보좌하는 새로운 경영진을 중심으로 세대교체가 급속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남호 신임 회장의 2세경영이 본격화 한 데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의식과 김 전 회장의 건강상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준기 전 회장은 77세의 고령으로 지난해 세 번째 암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가사도우미 성폭행 혐의로 재판도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경영복귀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남호 DB그룹 신임 회장. 사진. DB그룹 제공

이에 김남호 회장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그룹 지배구조상 정점에 있는 계열사들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해 왔다. 아울러 그는 2015년부터 DB금융연구소를 담당하며 그룹 내 핵심인 금융 계열사를 관리하는 등 경영수업을 받아오면서 DB금융연구소에서 그룹 미래 먹거리와 비전 발굴 등을 위해 힘써왔다.

김 회장은 1975년생으로 웨스트민스터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워싱턴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하고 UC버클리대학교에서 파이낸스 과정을 수료했다. 2009년 1월 그룹에 입사한 후 동부제철, 동부팜한농 등 주요 계열사를 거치는 가운데 각 분야 실무 경험을 두루 쌓으며 경영 참여를 위한 준비과정을 차근차근 밟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DB그룹 측에 따르면 김 회장은 전공인 금융분야에서 전문지식을 쌓아왔으며 국내외 투자금융 전문가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계열사 구조조정 과정과 매각작업에 깊이 관여해 현재의 DB그룹으로 재정비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신임 김남호 회장은 내년 초 정기주총을 거쳐 그룹 제조서비스부문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DB Inc.의 이사회 의장도 겸임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DB Inc.(16.83%)와 DB손해보험(9.01%)의 최대주주이다. DB손해보험은 DB생명, DB금융투자, DB캐피탈 등을, DB Inc.는 DB하이텍과 DB메탈 등을 지배하고 있다.

재계서열 39위인 DB그룹은 김준기 전 회장이 1969년 24세의 나이로 미륭건설을 창업하면서 시작됐다. 1970년대 초반 일찍이 중동 건설시장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둔 후 철강, 소재, 농업, 금융 등 국가 기간산업으로 발을 넓히며 그룹 성장의 발판을 다졌다.

이같은 노력으로 2000년대 창업 30년 만에 10대 그룹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으나 부채 증가와 실적 악화로 인해 2010년대 중반 구조조정을 겪으며 보험, 증권, 여신금융, 반도체, IT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현재는 DB손보와 DB생명 DB금융투자 등 그룹 전체 매출에서 금융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90%에 달하는 가운데 제조서비스부문도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는 중이다.

2019년 말 기준으로 금융부문 포함 자산규모는 66조원이며, 매출액은 21조원이다.

또한 올해 DB금융부문은 코로나19 사태로 상당수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1분기 매출액 5조8000억원, 순이익 1600억원을 달성하는 등 전년 대비 실적이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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