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 두산중공업
제공. 두산중공업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두산인프라코어가 매물로 등장한 가운데 이를 인수할 유력한 후보자로 현대건설기계가 거론된다. 아직 현대중공업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검토한 적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가장 적합한 매수자라는 해석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두산인프라코어의 인수를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투자업계와 건설기계업계에서는 현대건설기계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지난 6월 중순 두산그룹이 크레디트스위스(CS)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한 이후 현대건설기계는 CS와 물밑 접촉해 매각 가격을 문의하는 등 인수전 참여 기회를 엿보고, 현대중공업그룹이 삼일회계법인과 법무법인 태평양을 인수 자문사로 선정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인프라코어는 ‘중대형 굴삭기 신뢰성 설계 및 제조 기술’ 등 국가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해외 매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모펀드나 해외 자본이 인프라코어를 사들일 수 없기 때문에 국내기업이 인수해야 하는데, 현대건설기계는 국내 건설기계 시장에서 두산인프라코어를 뒤이은 2위 사업자이자 강력한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기계 시장 점유율은 두산인프라코어가 40%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현대건설기계와 볼보건설기계가 각각 20~30%로 2~3위를 다투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중국에서 두산인프라코어가 6위(7.3%), 현대건설기계가 8위(3.5%)를 차지하면서, 두 기업의 합병이 성사되면 경쟁은 줄어들고 점유율과 인지도는 높아져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앞서 방산사업과 유압기기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두산모트롤 본입찰에서도 기술 유출이 우려돼 중국 최대 건설장비 제조사 서공그룹(XCMG)이 탈락한 바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이처럼 현대건설기계의 인수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지만 현대건설기계의 상황이 녹록지는 않은 상황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아직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한 데다 현대건설기계가 분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인수‧합병 시에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인프라코어의 인수 가격 협상과 진행 중인 소송을 고려하면 실제 매각까지 첩첩산중의 과정을 거쳐야할 수도 있다. 인프라코어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는 재무적 투자자(FI)와 각각 100억원, 7051억원 규모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최종 패소하면 주식매매대금에 법정이자, 지연이자 등을 더한 최대 1조원에 달하는 돈을 지급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도 또 다른 부담 요인이다. 시장 독점이나 지배적 사업자의 경쟁 제한을 막기 위해 공정위는 업체 간 인수합병 등 기업결합에 대한 심사 등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는데, 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의 국내 점유율을 합치면 70%를 넘어 인허가를 통과하기 어려울 수 있다.

현재 매출과 영업익이 준수하게 유지돼 두산그룹이 보유한 인프라코어 지분 36.27%는 3000억~4000억원대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업계에선 이번 매각 작업이 그룹 정상화를 위한 자금조달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시각이 다소 우세하다.

이동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굴삭기 시장 호황의 수혜를 누리고 있으며 지난 2016년 빅 배스(big bath·부실자산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위험요인을 일시에 제거하는 회계기법) 이후 3년 연속 흑자 기조의 견실한 기업으로 회복되고 있다”며 “매각이 성사되면 그룹의 유동성 회복을 위한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재무구조 개선도 중요한 책무라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그룹 전체에서는 코로나19로부터 촉발한 변화가 더 중요하다"면서 "완전히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 나갈 준비를 하는 차원에서 엄중하게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두산그룹은 자구안을 통해 안정적 재무구조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스터빈 발전사업, 신재생 에너지 사업 등을 큰 축으로 하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획기적 개편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천명했다.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까지 뒷받침 되면서 두산 측은 이 기회를 발판 삼아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 중인 해상풍력 사업부문에서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20여년간 변신을 거듭해온 두산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이 다시 성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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