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탐라해상풍력 발전단지 전경(30MW규모). 사진. 두산중공업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정부가 ‘그린 뉴딜’ 정책의 본격적인 추진 의지를 밝히자 풀죽어 있던 두산그룹이 기를 펴는 모양새다.

자산 매각 절차를 밟아가며 자구안 실행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두산중공업의 풍력발전 사업도 정책의 시류를 타고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지난달 29일 클럽모우CC 골프장을 모아건설 측에 1850억원에 매각하면서 자구안 추진의 신호탄을 쐈다.

현재 두산그룹이 매각을 고려하고 있는 계열사는 솔루스와 두타몰, 건설, 모트롤BG 등이다.

최근에는 인프라코어까지 매각을 고려 중이므로 계획대로라면 적어도 2조5000억원에서 2조8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07%를 인수하겠다는 투자자들에게 투자안내서(티저 레터)를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업계는 두산인프라코어 시가총액이 28일 종가 기준으로 1조5500억원인 것을 감안해 지분의 시가를 약 5500억원으로 보고, 경영권 프리미엄 등이 붙으면 입찰 가격은 7000억원 이상에서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타몰의 경우 4000억원의 담보 대출이 있어 8000억원 선에서 추진 중인 매각가가 유지되더라도 두산그룹이 확보하는 현금은 대략 4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원 두산그룹회장(왼쪽)과 박지원 그룹부회장이 지난 2월 열린 CES 2020에서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두산그룹
박정원 두산그룹회장(왼쪽)과 박지원 그룹부회장이 지난 2월 열린 CES 2020에서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두산그룹

현재로서는 두산건설의 매각이 가장 임박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최근 두산건설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대우산업개발을 선정했으며, 시장에서는 매각가를 2000억~3000억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우산업개발은 대우자동차판매 건설부문을 전신으로, 중국 부동산 개발기업 평화그룹이 이 사업체를 인수한 바 있다.

주택 브랜드 ‘이안’을 보유한 대우산업개발이 상대적으로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자랑하는 ‘위브’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이와 함께 두산솔루스도 곧 매각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7일 두산그룹은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는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설립한 펀드로 일명 ‘진대제펀드’로 불린다.

매각 대상은 ㈜두산이 보유한 솔루스 지분 17%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주요 주주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44%로, 두산솔루스 지분 총 61%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매각 논의를 진행해오다 가격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공개 매각으로 전환했으나 매수자가 없어 다시 스케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협상을 재개해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처음 양측이 솔루스 지분을 놓고 이견을 보였을 때 두산은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매각 대금으로 1조원 가량을 예상했으나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측은 6000억~7000억원대로 가격을 제시한 바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아직 매각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정확한 가격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두산솔루스는 알짜 계열사로 손꼽힌다. 전기차 배터리용 전지박(동박)과 전자제품 인쇄회로기판(PCB)용 동박 소재를 주요 품목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바이오 소재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꾸준한 수익을 내왔다.

두산솔루스는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752억원과 115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14%와 16% 증가했다고 28일 밝혔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매출 2633억원, 영업이익 382억원이며, 두산솔루스는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27% 높인 3340억원이라고 밝혔다.

두산솔루스는 헝가리 전지박공장이 2분기에 준공 승인과 운영 허가를 받아 시험 양산을 하는 중이며 3분기 품질 승인을 거쳐 4분기 본격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또한 천연물 기반의 화장품, 의약품, 건강기능 식품용 소재 등을 생산, 판매하는 바이오 사업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면역력 관련 제품 수요가 늘어 매출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두산그룹 구조조정이 점차 속도를 내면서 일단 급한 불은 껐다는 분석이다. 지금 추세라면 두산그룹은 연내 자산, 계열사 매각을 통해 1조5000억원가량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하반기 준비 중인 두산중공업의 1조원 유상증자를 포함하면 연내 2조원 이상을 확보할 전망이다.

한편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두산모트롤BG의 매각 본입찰에는 NH투자증권-오퍼스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 소시어스-웰투시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등 국내 재무적 투자자(FI)가, 전략적 투자자(SI)로는 중국 국영 건설 장비 제조사인 서공그룹(XCMG)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모트롤은 건설 굴삭기용 유압기기와 방위산업 무기용 부품 등을 제조·판매하는 사업부로, 지난해 기준 총자산은 3450억원이고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627억원, 389억원이다.

두산그룹 전체 매출의 3.1% 가량을 차지하는 이 부문의 매각가는 4000억원~5000억원이다. 입찰 참여 주체들은 대개 4000억원 안팎을 예상하지만 두산그룹은 5000억원 가량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서남권해상풍력 실증단지(60MW규모). 사진. 두산중공업

정부의 ‘그린 뉴딜’에 어깨 펴는 두산중공업

한편 두산그룹은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에 기지개를 펴게 됐다. 두산중공업은 일찍이 2005년부터 풍력기술 개발에 매진해, 순수 자체 기술과 실적을 확보한 국내 유일의 해상풍력발전기 제조사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그린 뉴딜 분야의 한 축으로서 풍력발전이 크게 주목받으면서 두산중공업의 주가도 뛰어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형 뉴딜’을 발표한 지난 14일 종가 4640원을 기록한 두산중공업은 21일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14일과 비교해 9950원(28일 종가 기준)을 기록하며 2배 이상 올랐다.

두산중공업은 이 기회를 발판 삼아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 중인 해상풍력 사업부문에서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두산중공업은 제주도와 서해 등 전국에 총 79기, 약 240MW(메가와트) 규모의 풍력발전기를 공급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 60MW, 제주 탐라 해상풍력 30MW 등 96MW에 달하는 국내 해상풍력발전기가 모두 두산중공업 제품이다.

지난 17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라북도 지자체 및 지역주민 대표 등이 함께 ‘전북 서남권 주민상생형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서남권 해상풍력 사업은 전북 고창군~부안군 해상에 시범단지 400MW와 확산단지 2GW 등 총 2.4GW(기가와트) 규모로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는 대규모 풍력발전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는 14조원에 이르며, 오는 2029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같은 날, 2030년까지 12GW 규모 해상풍력 준공 계획을 포함한 ‘해상풍력 발전방안’도 발표했다.

이를 통해 국내에 2030년까지 연평균 약 1.2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이 신규 공급될 전망인 만큼 두산중공업은 이에 맞춰 해상풍력사업을 2025년 연매출 1조원 이상의 사업으로 육성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국내 해상풍력 산업 생태계 활성화도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이끌어 나갈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은 2005년 풍력기술 개발에 착수한 이후 지금까지 약 1,800억 원 규모로 투자활동을 지속해 왔으며, 최근 본격적인 국내 시장 확대 추세에 맞춰 R&D, 생산시설 등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두산중공업 풍력발전기의 국산 부품 사용율은 70%에 이른다. 풍력발전기에 들어가는 블레이드와 타워 등의 부품 생산에는 400여 개 국내 중소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에 따른 고용창출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연간 1GW 규모로 풍력발전 생산이 이뤄질 경우 직접 인력 1000여 명,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약 1만 7000명의 고용 창출이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두산그룹은 3조원 대의 자구안을 추진해나가는 한편 최근 두산중공업을 친환경 에너지 중심의 기업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지난 120여년간 변신을 거듭해온 두산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이 다시 성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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