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주항공 제공
사진. 제주항공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경영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녹취록에 언급한 ‘셧다운(운항 중단)’과 관련한 입장 발표는 빠르면 7일 중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석주 전 제주항공 대표이사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에게 ‘셧다운(운항 중단)’을 조언한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제주항공은 6일 밤 입장문을 통해 이스타항공의 경영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셧다운’을 언급한 이석주 전 제주항공 대표이사(현 이스타홀딩스 대표이사)의 발언과 관련한 구체적인 반론은 별도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제주항공 측은 밝혔다.

앞서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녹취록과 함께 인수‧합병(M&A)을 위한 실무진의 회의록과 관련 문서를 공개했다. 해당 문서에는 이스타항공의 구조조정 목표를 405명, 관련 보상 비용을 52억5000만원으로 확정하는 등 직종별 구조조정 규모와 비용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이스타항공노조 측은 이 자료를 근거로 제주항공이 인력 구조조정을 지시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이 자료를 작성한 주체가 이스타항공이라고 반박했다. 작성 시점조차 양사간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이전에 준비한 자료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항공의 구조조정은 SPA 체결 이전부터 기재반납 계획에 따라 준비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 근거로 지난 3월9일 이스타항공에서 제주항공에 보낸 메일 기록을 공개하면서 당시 첨부된 파일의 최초 작성일은 2월21일이라고 이스타항공노조 측 주장을 반박했다.

제주항공 측이 공개한 이스타항공 측이 보낸 메일과 구조조정 계획 파일 캡처. 사진. 제주항공 제공
제주항공 측이 공개한 이스타항공 측이 보낸 메일과 구조조정 계획 파일 캡처. 사진. 제주항공 제공

이어 제주항공 측은 “(구조조정 등을) 요구하거나 강제한 사실이 없으며 SPA상 그런 권한도 없다”면서 “제주항공은 어디까지나 매수인으로서 이스타항공 측에서 결정‧추진한 구조조정 계획의 진행 상황을 확인한 것 뿐이고, 그에 대해 이스타항공 측에 요구한 사실이 없음에도 매도인 측에서는 마치 제주항공이 이를 지시한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제주항공 측은 비밀유지 의무가 있다는 점도 짚었다. 입장문에서 제주항공은 “SPA 상으로는 매수인/매도인은 계약 및 그 부속의 계약의 존재 및 내용과 그에 따른 협상 내용을 엄격하게 비밀로 유지하고 제3자에게 공개하지 않아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 노조가 녹취 및 사진 자료를 공개한 데 따른 계약 무산의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 M&A 과정에서 계약서 상 비밀 유지 계약 조건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제주항공 측은 미디어SR에 “아직 (법적 책임)관련 사항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셧다운’ 조치로 인해 임금 체불 문제가 심화했으므로 이에 대한 책임도 제주항공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전날 공개한 녹취 파일에 따르면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는 3월20일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셧다운하는 것이 예를 들어 나중에 관(官)으로 가게 되더라도 이게 맞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3월9일 국제선 운항을 중단했으며, 같은 달 24일부터는 국내선마저 아예 운항을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셧다운’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매출이 전무한 상황에 이르렀고 유동성 위기가 극심해져 3월부터는 직원 급여도 아예 지급하지 못했으며 그대로 4~6월까지의 직원 임금도 지급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제주항공 측은 ‘셧다운’을 언급한 사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이스타항공의 실질적 소유쥬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족이 보유한 지분을 헌납해 체불 임금을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이스타홀딩스가 제주항공과의 계약을 성사시켜 대금을 확보하더라도 체불 임금을 비롯한 각종 미지급금 등 채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550억~750억원의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이스타항공은 계약직을 포함해 약 570명의 인력을 감축했으며 운항을 중단한 기간도 60일을 초과해 항공운항증명(AOC) 효력도 정지된 상태다. 운항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현장 점검 등 안전검사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등 이스타항공의 경영 정상화는 요원한 상황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