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나눔재단과 아산사회복지 재단 활동중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이 지난 3월 19일 제13회 아산의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에게 축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아산사회복지재단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이 지난 3월 19일 제13회 아산의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에게 축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아산사회복지재단

[미디어SR 권민수-김사민 기자]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이 아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에 대한 3세 경영 승계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현대중공업 소속 공익법인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정 이사장의 그룹 지배력을 더욱 강화했다. 지주사 전환 이전 정 이사장의 현대중공업 지분은 10.15%였지만, 6월 9일 기준 정몽준의 지분은 26.6%에 달한다. 정기선 부사장은 5.26%를 보유 중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여 년 동안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왔지만 정기선 부사장을 중심으로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익법인이 보유한 주식 등이 그룹 오너일가를 위해 사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아산나눔재단 또한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을 보유 중이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지주사 1.93%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2019년 말 기준, 한국조선해양(2.38%), 현대일렉트릭(2.21%), 현대건설기계(2.41%), 현대미포조선(0.43%) 등 현대중공업 계열사 지분을 들고 있다.

아산나눔재단은 또한 지주사 0.49%를 소유하고 있으며, 한국조선해양(0.61%), 현대백화점(0.1%), 현대오일뱅크(0.24%), 현대중공업지주(0.48%), 현대일렉트릭(0.57%), 현대건설기계(0.62%) 등 계열사 지분도 보유 중이다.

게다가 아산사회복지재단의 경우, 재단의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정몽준 이사장과 친분이 있는 측근자로 구성돼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산나눔재단은 한정화 한양대학교 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정 이사장과 한 이사장은 중앙고, 서울대 동문이며, 대학교 시절 같이 축구를 했을 정도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에 얼마나 썼는지 알 수 없다...병원-재단 법인 구분 필요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의료시설 아산병원을 운영하면서 별도 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다. 재단은 의료법인 사업과 사회복지 사업을 하나의 결산 서류로 합산해 공시하고 있다.

문제는 병원에서 발생하는 수입과 지출의 상세 내역을 해당 공시를 통해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의 공시자료에서는 병원의 총수입 지출과 연구수입 정도만 알 수 있을 뿐, 구체적으로 병원 인력에 얼마가 쓰였는지, 연구비용으로 얼마가 투입되는지 등 병원의 상세한 회계내역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과거 의료법인 관계법이 안착하기 전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해 의료 행위를 영위한 재단들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법인의 정관상 의료행위를 제외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나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공익법인 회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지금과 같은 형태로 공익법인을 운영할 경우, 병원에서 나오는 구체적인 수입과 지출을 알 수 없어 회계 투명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과 재단의 분리에 대해 재단 측은 "서울아산병원은 재단 산하의 병원"이라며 "재단은 의료사업 외에도 사회복지, 의료복지, 장학, 학술연구 등의 목적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재단법인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서울아산병원. 구혜정 기자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서울아산병원. 구혜정 기자

병원-재단 분리 안 돼 공익성 측정도 애매

아산사회복지재단의 공익사업에 굳이 일반 환자가 지불하는 의료 수익과 비용을 포함해 공시할 이유는 찾아보기 어렵다. 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일반 환자가 지불한 의료비가 아산사회복지재단 수익으로 기록되고, 수술한 의료진의 인건비는 재단 공익사업비로 잡히는 셈인데, 공익사업보다는 일반 의료사업에 가까워 보인다.

특히 사회복지법인과 의료법인을 분리하지 않고 회계 결산을 하기 때문에 의료법인 수익과 비용을 분리하기 어려워 구체적인 공익 성과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점은 여전히 한계로 지목됐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지난해 공익사업에 2조 2881억원을 지출했다고 공시했다. 이중 의료사업에 사용된 금액은 전체의 91%(2조 868억원)에 달한다. 의료사업을 제외하면 아산재단의 총자산 대비 목적사업 지출 비중은 100.12%(간접비 제외)에서 8.51%로 줄어든다.

미국의 경우 순자산 대비 공익사업 지출 비중이 5%를 넘으면 공익성이 높다고 판단하는데, 이에 따르면 아산재단의 공익성도 높은 수준이지만 병원이 포함돼 있어 정확한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양 재단 상반되는 투명성 확대 노력

아산나눔재단은 재단 투명성 측면에서는 비교적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국세청 홈페이지 외에도 재단 자체 사이트에 이사회 회의록, 연차보고서, 기부금품 지출 명세서, 외부회계감사보고서를 모두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외부 회계 감사보고서를 누락해 비판받았던 아산사회복지재단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아산나눔재단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연 2회 열리는 정기 이사회 외에도 필요 시 이사회를 상시 개최하고 있다"면서 "이사회에서 결정되는 사항들을 회의록으로 작성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아산나눔재단은 매년 연차보고서를 통해 사업의 정량, 정성적 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사업 진행 후 몇 명에게 어떤 혜택을 제공했는지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또한 수혜자 인터뷰를 가져 걷익사업으로 인해 수혜자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기부자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사업을 집행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수혜자, 기부자의 피드백을 참고하는 절차는 재단의 장래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재단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아산나눔재단의 모든 사업은 특성에 따라 정성적, 정량적 평가가 이루어지며 미션 달성, 프로그램 개선 등을 위해 이 결과를 활용한다"면서 "창립 시부터 현재까지 재단은 청년 창업가와 사회 혁신가가 도전하고, 성장하고, 나누는 기반을 조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지난해 감사보고서 전문을 공개하지 않고 특수관계자 거래 내역 등이 포함된 재무제표 주석 사항을 누락해 아쉬움을 남겼다. 다만, 올해에는  2018년, 2019년 감사보고서를 동시에 공시해 과거에 비해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아산나눔재단과는 달리 아산사회복지재단은 홈페이지에 연차보고서, 기부금 명세서, 이사회 회의록 등을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한계가 엿보였다. 

추후 공개 여부에 대해 아산사회복지재단 관계자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기부금품 수집 및 지출명세서, 감사보고서 등 결산서류를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시하고 있다"면서 "이사회 회의록은 주무관청인 보건복지부에 보고하고 있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