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시사만평가(jinosi@hanmail.net).

[미디어SR 원블리]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를 내놓은 이후 북한의 대남 압박 강도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9일에는 실제로 남북정상 간 핫라인을 비롯한 모든 통신연락 채널을 차단했다.

대북 전단 살포는 민감한 사안이기는 하지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북한의 갑작스런 초강경 대응에 정부도 다소 당혹스러웠을법 하다. 

'역사적인 만남'이라며 남북한이 감격에 젖었던 판문점 4-27 남북정상회담 2주년이 지난지 불과 한 달여만에 한반도가 대화 단절의 '불통(不通)지대'로 돌변했다. 

화들짝 놀란 국회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입법에 나섰다. 

북한의 반발 수위가 높아지면서 전단을 살포하려는 탈북자 단체와 접경지역 주민간 갈등도 덩달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6-25 70주년인 오는 25일 대북 전단 100만장을 풍선에 띄워 날려보낸다고 예고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러자 통일부가 10일 기민하게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 대북전단 살포 활동을 벌여온 단체 두곳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이다. 아울러 이들에 대한 정부의 법인 설립허가도 취소키로 했다.

이번에 100만장의 대북 전단을 뿌리겠다고 공언한 자유북한운동연합이 허가 취소 대상에 포함됐음은 물론이다.

북한의 과민 반응에 대해 기민하게 반응한 정부의 발빠른 대응이 헛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북한은 지난 2014년 대북 전단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고사총을 발사한 전력이 있을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조선중앙통신도 9일 "최고존엄 문제에서만은 용서나 기회란 있을 수 없다"며 대북전단 문제에 날선 반응을 내놨다. 

이번 만평은 북한의 2인자로 급부상한 김여정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대북 전단문제를 해결하라고 압박하면서 남북 군사합의문까지 파기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장면을 묘사했다. 

왼쪽 위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  김 위원장이 난감해하는 문 대통령과 협상 테이블위에 올라가 고성을 지르는 여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을 지켜보는 모습을 담았다.

북한이 대북전단을 문제삼아 최근 강수를 연발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김여정의 급부상이다. 그들이 '최고존엄'이라 일컫는 김정은에 못지 않은 대내외적 위상을 과감하게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여정의 담화를 북한매체들이 앞다퉈 보도하면서 "지시했다"는 표현을 서슴지 않고 사용하는 것을 보면 북한 지도체제가 원톱에서 투톱으로 바뀌었다는 해석도 가능해보인다. 

경제와 내치는 김정은이, 대남전략과 외교는 김여정이 나눠 맡는 '남매정치'가 공식화되는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김여정의 갑작스러운 위상 제고를 김정은의 건강이상과 연관시켜 정권승계라는 중장기적 대비책의 일환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북한이 '최고존엄 1인'을 내세워 정부를 윽박지르고 있는 것은 시대정신에도 순리에도 맞지 않는 처사다.

대한민국의 최고존엄인 우리 국민들은 북한의 태도와 행동뿐 아니라 정부가 과연 지혜롭고 자신감 넘치는 대처방안을 내놓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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