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시사만평가(jinosi@hanmail.net).

[미디어SR 원블리] 온라인에는 요즘 '짤'과 '밈'이 넘쳐난다. 짤은 인터넷 공간을 돌아다니는 각종 이미지 파일을 통칭하는 용어다. 흔히 짤은 jpg 파일, 움짤은 1~2초 안팎의 움직이는 gif 파일을 뜻한다. 밈(Meme)은 인터넷 특히 SNS상에서 유행처럼 퍼지며 확산되는 이미지나 동영상을 의미한다. 

짤과 밈의 유행을 지켜보며 대중 즉 네티즌들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까지 하는 등 주도권을 쥐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기성 방송매체 등이 만든 것을 모방하거나 재가공하는 수준은 이미 뛰어넘은 모양새다. 네티즌들이 콘텐츠 소비자인 동시에 콘텐츠 제작자로서 인터넷 문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세상이 열린 셈이다.

짤과 밈의 득세와는 별개로 온라인세상에서 가장 간편하고 보편화된 소통 창구는 바로 댓글달기다. 선한 댓글은 선플, 악한 댓글은 악플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댓글은 사실 무수히 많은 얼굴을 갖고 있다. 로그인 절차를 거치기도 하지만 익명이라는 가림막이 여전히 드리워져 있다.

선플도 꽤 많지만 무분별하고 무차별적이며 무책임한 '3無(무)'의 댓글이 온라인세상을 어지럽히는 사례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물론 악플 문제가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다만 갈수록 심해지는 느낌이 들어 걱정이 앞선다.   

이번 만평은 컴퓨터 앞에 앉아 댓글을 달고 있는 한 네티즌을 묘사했다. 네티즌의 얼굴 앞에 무수히 많은 가면을 그려넣음으로써 그가 댓글을 올릴때 마다 얼굴을 바꾸거나 '안면몰수(顔面沒收)' 할 수 있다는 점을 은연중 꼬집었다.

특히 네티즌이 익명으로 SNS나 게시판 등에 다수의 악성 댓글을 올릴 수는 있으나 그것이 결국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되돌아오고 만다는 것을 망치(댓글)를 통해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엊그제 이용수 할머니(92)는 기자회견을 통해 "30년간 이용만 당했다"면서 정대협을 정면 비판하며 불편한 속내를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이 할머니는 "윤미향 전 정의연 대표가 사리사욕을 채워 국회의원에 출마했다"는 식의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자 일부 네티즌의 댓글 포화가 이어졌다.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인신공격은 물론 단순한 비판을 넘어 악의적인 막말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기자회견 배경을 둘러싸고 각종 음모론과 그에 맞선 역(逆)음모론이 나돌기도 한다.   

지난 23일에는 일본에서 악플에 시달리던 프로레슬러가 숨진 채 발견돼 댓글 논란이 일었다.  20대 젊은 여성 프로레슬러가 SNS의 비난성 댓글에 시달리던 끝에 자신의 SNS에 '안녕'이라는 글을 올리고 삶을 마감했던 것이다.

같은 날 국내에서는 '기분 나쁜 댓글을 달았다'며 동료가수를 찾아가 폭행한 한 래퍼가 입건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불거지기도 했다.

네티즌들이 댓글을 올릴때마다 그 대상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생각을 한번쯤 해보면 어떨까. 그리고 궁금해진다. 만약 그런 내용의 댓글을 올리면 그 뒤에 과연 어떤 댓글들이 따라 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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