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2위 버진 오스트레일리아 파산절차 돌입...우리 정부도 속도감 있는 자금 지원이 관건

사진. 픽사베이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코로나19에 휘청거리는 전세계 항공사들의 '도미노 도산' 우려가 커진 가운데 정부의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호주 2위 항공사인 버진 오스트레일리아는 지난 21일 호주 정부의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데 실패했다며 ‘자발적 관리(voluntary administration)’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자발적 관리란 호주의 기업 회생 절차 중 하나다. 기업이 부채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이사회가 임명한 제3의 파산관리인이 회생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버진 오스트레일리아의 회생 절차 돌입은 코로나19로 인해 대형 항공사가 파산절차에 들어간 첫 사례다.

타스 항공에 이어 호주 항공사 중 2위로 손꼽히는 버진 오스트레일리아는 이미 7년 전부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 초부터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경영난이 심화했고 직원 1만명 중 80%를 무급휴직 시키는 등 긴급 조치를 취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호주 정부의 지원 거부에 이어 주요 대주주인 싱가포르 항공 등에서도 자금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결국 파산 위기를 맞게 됐다.

미국 대형 항공사 유나이티드항공은 22일 3925만주 유상증자에 나선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95억달러의 정부 지원금에 더해 유상증자까지 나선 상황이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이날 유나이티드 항공은 모건스탠리와 바클레이스를 주관사로, 3925만주를 주당 26.50달러에 내놓았다. 이는 화요일 종가 기준으로 4.9% 인하한 가격이다. 이를 통해 유나이티드 항공은 약 10억 4000만달러(약 1조 2834억원)가량을 조달하게 된다.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바클레이스도 30일 안에 최대 393만주를 추가로 매입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되어 있으며, 미국 정부도 향후 주식 매입을 조건으로 건 상태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오는 9월 말까지 급여 지급액을 충당하기 위한 50억달러의 자금 지원도 예정되어 있다. 연방정부의 45억달러 자금 지원도 예정되어 있다. 자금 조달의 대가로 미 재무부는 특정 가격에 유나이티드 항공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조달한 자금을 일반적인 사업을 위해 사용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여객 수가 급감하고 하늘길이 ‘셧다운’ 된 탓으로 현금 확보가 어려운 가운데 자기자본을 늘려 은행 대출을 쉽게 받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올해 1분기 실적으로 21억달러의 세전 손실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회사의 유상증자 발표에 유나이티드 항공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한때 2% 이상 하락했다. 정규장에서는 0.3% 올랐다. 올들어 회사 주가는 70% 하락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왼쪽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 금융위원회

이달 안으로 현금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됐던 대한항공은 정부의 40조원 지원 계획으로 걱정을 덜게 됐다.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경제적 타격이 엄중한 상황을 고려해 22일 40조원 규모의 '위기극복과 고용을 위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일자리 위기극복을 위한 고용 및 기업 안정 대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앞서 마련한 100조원+α 규모의'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통해 당장의 급한 불을 껐지만, 기업들의 자금애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주력산업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일자리・수출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간산업에 대해 40조원 규모의 기금으로 기업의 유동성과 자본확충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원 대상은 7대 기간산업으로 항공・해운・자동차・조선・기계・전력・통신 등의 산업분야다.

정부는 기금의 재원은 국가보증 채권을 발행해 조달하며, 이를 위해 국회의 동의를 받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신속한 기금 조성 위해 24일까지 산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며 “기금채권 국가보증동의안도 28일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기업 경영의 자율성은 충분히 보장하되 △고용안정 등을 위해 노사가 고통분담방안을 마련하고 △기업들이 정상궤도로 돌아올 경우 국민들과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한다. 또 △지원 자금을 고액연봉 지급이나 배당, 자사주 매입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정부도 항공사들로부터 보통주를 일정가격에 살 수 있는 권한인 ‘워런트’를 취득하는 조건을 걸었던 만큼 정부도 이같은 방안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항공사들의 지분을 갖고 배당을 받을 경우 결과적으로는 그 이익을 국민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미디어SR에 “늦은 감은 있으나 정부의 이같은 긴급 지원은 크게 반길 만하다”고 평가했으나 “골든 타임이 지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업계 유동성 악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상황인 만큼 유관부처가 까다로운 조건을 생략하고 신속하게 필요한 곳에 자금이 조달되어야 지원 대책이 주효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최소 5000억원, 최대 1조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위해 주요 증권사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현재로서는 확정된 것이 없으나 자본 확충을 위해 유휴 자산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허 교수는 “대한항공의 경우 유동성 악화로 디폴트(default, 채무불이행)까지 우려되는 긴박한 상황이었는데 정부가 지급 보증에 나서면서 이같은 우려가 상당히 해소됐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유상증자까지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됐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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