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이 두산중공업, 아시아나항공에 총 3조3000억원 자금수혈 나서자 ‘밑빠진 독에 물붓기’ 아니냐는 비판도

아시아나항공 A350 10호기. 제공. 아시아나항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한도대출 형식으로 아시아나항공에 1조 7000억원을 긴급 지원한다. 아시아나항공은 22일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지원 방안에 대한 내부 승인 절차를 마무리한 뒤 공시를 낼 예정이다.

한도대출은 ‘마이너스 통장’처럼 필요시 한도 내에서 자금을 꺼내 쓸 수 있는 형태다. 아시아나항공의 자금난이 심각하다는 점을 고려해 기존에 지원한 1조 6000억원과는 별개의 신규 자금 수혈을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은 2조 5000억원이고 매월 고정비용은 2000억원에 달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하면서 지난해 4월 영구채 5000억원을 인수했고, 신용한도(크레디트 라인) 보장 8000억원, 스탠바이LC(보증신용장) 3000억원 등 총 1조 6000억원의 지원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산은과 수은의 부담 비율은 약 7 대 3이었다.

이번 건으로 수은과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한 자금 규모는 총 3조 3,000억원으로 불어났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급감하고 고정 비용 지출을 부담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극심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지원받은 자금을 대부분 소진한 상황에 이르렀다. 채권단은 이번 지원안으로 HDC현산의 인수 성사 시점까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건전성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의 인수 작업에도 차질을 빚고 있어 채권단이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1조7000억원 지원 결정으로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최근 미국 정부는 HDC현산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영업 중인 6개국 중 러시아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승인 절차가 마무리된 셈이다.

하지만 HDC현산은 잔금을 치르기 위한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의 계획을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당초 HDC현산은 기업결합 승인이 종료되는 즉시 아시아나 유상증자에 참여해 산은과 수은으로부터 차입한 1조 1700억원을 상환할 예정이었다. 이와 별도로 3000억원 규모의 추가 공모채 발행과 인수금융 등을 통해 부족한 인수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지만, 관련 절차는 아직 진행하지 않고 있다.

한편 산은과 수은은 대한항공에도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산업은행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대한항공의 지원 요청은 없었다”고 확인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만약 오늘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항공업계 전반에 대한 지원 방안이 확정될 경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서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은은 지난 21일 두산중공업에 5억달러 규모의 외화사채를 약 5868억원의 원화대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추가 금융 지원을 결정했다. 수은은 외화사채 만기가 오는 27일로 만기를 연장하는 차원의 지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차이금은 두산중공업의 차입금 중 가장 큰 규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은은 이같은 결정이 지난달 23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시중은행 등 21개 기관이 체결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금융지원 협약’의 취지에 부합하는 성격이라고 밝혔다.

국책은행이 두산중공업, 아시아나항공 두곳에만 총 3조원 이상의 자금 수혈에 나서자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수은 측은 이에 대해 “두산그룹의 자구안에 대한 실사를 통해 실행 가능성과 채권단 지원 자금의 상환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며 “국책은행 지원 자금이 정상적으로 회수돼 그 같은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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