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평택 본사. 사진. 쌍용자동차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마힌드라그룹이 지난 3일(현지 시간) 당초 계획했던 2300억원의 자금 지원 계획을 취소한다고 특별이사회를 통해 결정함에 따라 쌍용차에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마힌드라그룹은 대신 일회성 특별 자금 400억원을 3개월간 투입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마힌드라의 의중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는 한편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활용하려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눈에 띌 만한 실적이 없던 쌍용차는 12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한 바 있으며, 특히 지난해 영업손실은 총 2819억원에 달한다. 쌍용차의 흑자 전환을 위해서는 5000억원에 이르는 자금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경영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자금 5000억원 중 2300억원을 부담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산업은행과 정부 자금이 필요하다며 지원을 요청한 것이 지난 1월이었다.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방한해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이목희 부위원장,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문성현 위원장을 만나고 평택공장에서 간담회도 개최한 바 있다.

2017년 마힌드라 총괄회장(사진 가운데)이 평택공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한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쌍용자동차

그러나 이번 이사회 결정으로 2300억원의 지원 규모가 400억원으로 급감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손을 뗀 것 아니냐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6일 미디어SR에 “400억원은 (지원 규모로는) 택도 없다”며 “400억원은 (쌍용차) 한 달 인건비 수준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마힌드라의 지원 계획 철회가 “사실상 다른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 차단된 셈”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판매실적 악화와 함께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이다.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올해도 업황은 좋지 않고 고정비는 높은 상태로 대규모 적자는 예정되어 있지만, 사실 구조조정도 무척 어려운 상황”이라며 “해고 노동자들이 복직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말에야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부서 배치가 이뤄진 것을 두고 다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구성원들에게 다시금 심리적 상흔이 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정부와 금융당국의 자금 지원 여부가 쌍용차의 생존을 가르게 됐다. 다만 정부와 산업은행은 난감한 모습이다. 산업은행 측은 아직 입장을 밝힐 수 없으며 지원 검토 여부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현재 자동차‧철강‧항공 등 대부분의 국가 전략 산업이 위기에 처해 자금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쌍용차를 지원할 경우 명분이 부족하고 추가 자금 지원 요구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미디어SR에 “코로나19의 종식이 언제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어떤 산업이 얼마나 위기에 처하게 될지 아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쌍용차가) 선례가 되면 정부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선임연구위원은 “(자금이 한정된 상황에서) 쌍용차를 지원할 경우 각 산업마다 지원 요구가 거세져 걷잡을 수 없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선임위원은 “결국 총선이라는 변수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지난 GM의 지원 요구와 비슷해 보이긴 하지만 전혀 다르다”며 “적어도 GM은 대주주가 자금을 투입한다는 명분이라도 있었다”고 마힌드라 측을 에둘러 비판했다.

다만 자동차업계에서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경제 전반이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쌍용차가 새로운 투자자를 찾을 수 없을 가능성이 큰 만큼, 산업은행이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쌍용차가 파산 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1, 2차 부품업체는 물론 평택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가운데 쌍용차는 최선을 다해 경영 정상화를 이뤄내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단기유동성 확보를 위한 전방위대책을 마련하고 비핵심 자산매각 등을 통해 독자생존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대외협력방안을 모색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총력전을 펼칠 예정이다. 쌍용차는 마힌드라가 400억원의 특별 자금 투자가 결국 쌍용차와의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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