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경영 전문가 허희영 항공대 교수 "한국 정부가 현재 가장 신경써야할 산업은 바로 항공산업”
“코로나19 확산 추세, 하반기까지 지속되면 대한항공 조차 진짜 위기.... 외국항공에 대체될 수도”

각 항공사 CI. 사진. 각 항공사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항공사들이 위기감에 매몰돼 이제는 살아날 수 있는 희망의 마지막 끈을 부여잡아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내몰렸다. 이스타항공은 3일 조종사를 포함해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대한항공은 지난 1일부터 3개월간 외국인 조종사 전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으로 인해 사실상 수요를 창출하기 불가능한 상태로 까지 내몰린 형국이다. 현재 전세계 확진자는 209개국에서 이미 100만명을 넘어섰고, 한국 내 확진자는 3일 기준 1만명을 돌파했다. 코로나19가 이처럼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은 바이러스와 싸우며 뚜렷한 대책을 내놓는 것은 그야말로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항공업계는 특히 고정비용으로 인한 부담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면세점은 임대료로, 항공업계는 항공기 리스 비용 등으로 매달 지출해야하는 고정 비용이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매출이 ‘0’에 가까워진 현재는 적자만 쌓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상당한 고정비 압박이 지속될 경우 실제로 2~3개월 안에 항공업계가 모두 도산하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항공협회는 국적항공사들의 올 상반기에만 손실이 6조 3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 가운데 국내 항공사 중 첫 셧다운 조치를 내렸던 이스타항공이 결국 이날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1683명인 직원을 930여명까지 줄일 계획이라고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오는 17일에 2차 희망퇴직 공고한 뒤 4월 24일 대상자를 확정‧통보하고 다음달 31일에는 정리해고를 진행하겠다는 구체적인 일정까지 발표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1일부터 3개월간 외국인 조종사 전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실시한다. 특정 부문 근로자 전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절벽을 메우기 위한 고강도 자구책으로 해석된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달 2년 차 이상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단기 희망휴직 신청을 받은 데 이어 2년 차 이하 객실승무원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아시아나항공도 마찬가지다. 조직장을 포함해 모든 직원들이 이달부터 최소 15일 이상의 무급휴직에 돌입한다. 지난달 최소 10일보다 더욱 강화된 조치이며, 임원들도 급여 10%를 추가 반납해 기존 급여의 40%만 받기로 했다.

#정부가 항공업계 손 잡아줘야

이에 항공업계는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정부 지원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항공은 “항공사에 채권 발행시 정부의 지급 보증이 필수”라며, “전세계 항공업계가 유동성 위기를 겪는 가운데 항공사 자체 신용만으로는 경영 자금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한 처지”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자금 지원 대상을 국적 항공사 전체로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려면 신용등급이나 부채비율 등 지원 조건을 한시적으로 완화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늘길이 멈춘 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해외서도 항공업계를 살리기 위한 지원 방안을 강구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미국은 최근 상‧하원 및 대통령이 신속하게 합심해 여객 항공사에는 보조금 250억달러(30조 7750억원)를, 화물 항공사에는 보조금 40억달러(4조 9240억원)를, 항공산업과 연계된 협력업체에도 30억달러(3조 6930억원)를 지급하기로 결정했으며 자금 대출도 추가로 지원한다.

독일은 자국 항공사를 대상으로 무한대 금융지원을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무이자 대출기한 연장, 세금유예, 공항 이용료 면제 등 각종 지원책을 마련했으며, 네덜란드도 자국 항공사에 무제한 지원을 약속하며 지원 및 매출 손실에 따라 항공사 노동자 임금을 90%까지 지원해주기로 결정했다. 싱가포르항공도 싱가포르 최대 은행인 DBS그룹으로부터 28억달러(3조 4468억원)를 대출받으며, 프랑스는 자국 항공사에 대한 담보대출을 지원한다고 결정했다. 중국은 항공 인프라 조성 및 유지를 위해 44억달러 금융 지원에 나섰으며, 일본은 항공사 대상 대출액 상한이 없는 융자지원을 결정했다.

항공경영 전문가인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미디어SR에 정부의 자금 지원 결정과 절차가 지연되는 데 대해 “한가한 소리”라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항공 교통이 막히게 되면 사실상 경제 고립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현재 가장 신경써야할 산업이 항공산업”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허희영 교수는 “각국 네트워크가 중요한 사업으로 대한항공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에는 아시아나항공이나 국내 타 항공사가 아닌 외국 항공사가 대한항공의 네트워크를 바로 교체할 수 있어 회복이 어려울 것”이며 “전세계 코로나19 확산 추세로 봤을 때는 이 여파가 하반기까지도 지속될 수 있어 이제는 대한항공 조차 위기인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항공업계도 한목소리로 과감하고도 적극적인 지원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업계는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국내 항공산업 전체가 타격을 받고 이를 다시 구축하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하소연하고 있다.

사진. 제주항공

#마지막 희망의 끈 남아있다, 국내선은 살린다

하지만 틈새 수요를 놓치지 않고 국내 여행 수요의 회복을 노리는 항공사도 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틈새 수요를 노리기 위해 국내선 비행기를 운영한다. 다만 정부가 코로나19 종식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어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주항공은 3일부터 25일까지 서울 김포와 부산을 오가는 노선의 운항횟수를 늘린다고 밝혔다. 증편 규모는 92편이며, 이번 증편 운항 등을 통한 추가 공급석은 약 1만 7400여석 규모다. 최근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국내선 운항편수 자체도 대폭 감소했지만, 제주항공은 해당 노선을 이용하던 승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편 운항 시간표는 요일별 운항 시간에 다소 차이가 있어 제주항공 홈페이지를 통해 운항 일정을 확인해야 한다.

한편 제주항공은 금년 10월 25일까지 출발하는 모든 항공권에 대해 취소 위약금 또는 변경 수수료가 없는 항공권 ‘안심 보장 캠페인’을 실시 중이다. 다만 국내선의 경우, 변경 수수료 면제 대상이 아니고, 취소 위약금은 출발일이 7월 31일까지만 면제되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티웨이항공은 지역에서 출발하는 노선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오는 25일부터 청주~제주 노선에 신규 취항하며 매일 4회 부정기편 운항 일정이다.

이로써 티웨이 항공은 김포, 대구, 광주에 이어 청주 출발 제주노선까지 총 4개의 국내선을 운항하게 됐다. 티웨이항공은 이제 국내 7개 공항(광주, 김포, 대구, 부산, 인천, 제주, 청주)에서 국내선 및 국제선 노선운항을 한다.

티웨이 항공은 이번 신규 취항을 기념해 지난 2일 오후 2시부터 오는 12일까지 11일간 편도 총액운임 (유류세, 공항세 포함) 1만 900원부터 이용 가능한 특가 운임을 제공하는 행사도 진행한다. 해당 특가 운임의 탑승 기간은 4월 25일부터 5월 31일까지의 항공편이며, 성수기 및 일부 일자는 제외된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지역민들의 이동권리 확보를 위해 노선 운항을 결정하게 되었다“며 “다양한 지역에서 출발하는 노선 확대를 통해 많은 고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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