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전문가 “무책임한 의혹 부풀리기 행태 우려돼...소액주주들의 혼란만 가중돼”

강성부 KCGI 대표.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KCGI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로 구성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한진칼 주주연합(이하 주주연합)’은 11일 대한항공이 최근까지도 리베이트를 수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주주연합은 2015년 대한항공이 에어버스 차세대 기종을 도입하던 시기에 에어버스가 900만달러(102억원)를 정석인하학원에 후원한 사실이 리베이트를 수수한 정황이라는 주장을 폈다.

주주연합은 입장문을 통해 “불법 리베이트 수수가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어 온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면서 “사법기관이 대한항공의 리베이트 수수 의혹에 대해 즉각 철저한 수사를 개시해달라”고 촉구했다. 주주연합은 대한항공이 직접 나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주주연합은 최근 대한항공이 에어버스로부터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두 건의 보도를 인용했다. 주주연합은 에어버스의 정석인하학원 후원이 대한항공의 항공기 구매에 대한 대가성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5년 11월 3일 에어버스가 대한항공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한진그룹 산하 정석인하학원에 발전기금 900만달러(102억원)를 후원했다. 다른 한 보도는 그 다음날인 2015년 11월 4일에 대한항공이 에어버스의 차세대 기종인 A321neo 항공기 30대를 구매하기로 확정, 20대의 항공기는 옵션으로 받기로 한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다.

당시 정석인하학원 후원 기념식에는 조원태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과 파브리스 브레지에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했으며 대한항공의 에어버스 항공기 도입 40주년 기념식을 함께 진행했다. 기사에는 대한항공이 1975년 에어버스의 새로운 기종을 구매해 에어버스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 미디어SR

대한항공은 주주연합의 리베이트 수수 의혹에 대해 지난 10일 “과거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최근 프랑스 에어버스 등에 확인을 요청했다"며 “별도로 내부 감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한항공은 사실 관계를 파악한 뒤에는 “현 경영진이 즉시 주주들에게 설명하고, 만에 하나 불법행위가 확인된다면 회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모든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다만 “근거 없이 현 경영진의 명예를 훼손시켜 회사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형사상 조치도 강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주연합은 대한항공의 이같은 대응에 대해 “뒤늦게 사안의 심각성을 깨달은 결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대한항공이 리베이트 의혹을 강하게 부정하다가 주주연합이 요구하니까 사실관계 확인과 내부 감사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주주연합은 대한항공이 밝힌 입장문의 단어 하나하나에 문제를 제기했다. 내부 감사는 ‘자체 조사’에 가깝고 ‘회사의 이익’이라고 지칭한 것도 책임 주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이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주주연합은 대한항공의 이같은 용어 사용을 놓고 “아직도 이러한 사태를 책임져야 할 장본인이 누구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이를 인식하면서도 마치 회사와 경영진은 전혀 책임이 없는 것처럼 말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때문에 주주연합은 대한항공이 내부 감사로 끝낼 것이 아니라 외부 감사를 의뢰해야 하며, 이 일과 관련된 고위 임원들을 즉각 사퇴 시킬라고 주장했다.

항공경영 전문가인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미디어SR에 주주연합과 한진그룹 간 설전이 오가는 것과 관련, “주주연합의 무책임한 의혹 부풀리기 행태”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허 교수는 “사실 확인이 채 끝나지 않은 내용이 보도되고 있어 소액주주들의 혼란만 가중되는 실정”이라며 “전년도 사업 결과와 향후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소액주주들이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편 에어버스는 프랑스와 영국, 미국 등에서 외부 컨설턴트를 이용해 비행기를 판매한 것과 관련해 사기 및 뇌물 혐의에 대해 40억달러의 벌금을 내는 데 합의했다. 관련 의혹은 현재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 스리랑카의 스리랑카항공 등으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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