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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SR 박세아 기자]코로나19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한진칼 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3일 한진칼 주가는 개장 직후 전일종가와 같은 6만 7300원에 거래를 시작했지만 30분도 되지 않아 전일대비 6.24% 상승한 7만 1500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해 말 3만원 초반에서 보합세를 유지하던 한진칼 주가는 최근 몇 개월 새 주가가 2배가량 상승했다. 

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코스피가 심리적 저항선인 2000선을 밑도는 등 피해를 보는 종목이 대다수인 가운데, 꾸준히 주가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한진칼이 다른 주가 부양 재료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로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한진칼이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종목인 항공 운수업과 관계가 있는 만큼, 경영권 분쟁 이슈가 코로나19에 대한 투자 불안 심리를 누르고 있는 셈이다. 대한항공으로부터 인적분할 방식으로 설립된 것이 한진칼이기 때문이다.

한진칼은 지난해 12월 23일 경영권 분쟁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식 시장 반응만 봐도 눈에 띈다. 보통 투자업계에서는 내용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순 있겠지만, 경영권 분쟁 자체는 주가 부양 요인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20일 3만 8500원이었던 주가는 23일 4만 6200원으로 20%가량이 뛰었다. 하지만 그 다음날 4만 2900원으로 7.69%가 하루 새 빠지며 경영권 분쟁이 단기적 이슈로 작용하는 듯했다. 

다음 거래일인 26일 10.85%인 3만 8700원까지 주저앉으면서, 경영권 분쟁 이슈가 조명되기 전과 유사하거나 낮은 수준으로 돌아왔다.

이후 보합세를 유지하던 한진칼 주가가 최근 들어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한진그룹 1대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 반도건설이 주식 공동 보유계약을 맺고 주주연합을 구성하면서부터다. 

이에 맞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군인 델타항공과 주주연합이 주식을 매집하면서 정기 주주총회를 둘러싸고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KCGI가 주주총회를 약 한 달 앞두고 한진칼을 상대로 주총 의안 상정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신들이 제안한 것을 의안으로 상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도 주가는 26일 6만원에서 6만 5000원으로 8.33% 상승했다. 

공시에 따르면 경영권 분쟁 소송이 25일에 제기·신청된 만큼 공시가 나온 27일 전부터 시장은 반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5만 1500원이었던 주가가 26일 16.5% 상승한 6만원까지 뛰었다. 이는 종가 기준 2013년 8월 한진칼 출범 이후 사상 최고가를 웃도는 수치였다.

한진칼은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2일까지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며 9거래일 연속 상승 중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한진칼 주가가 2021년 주주총회까지 탄력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조현아와 조원태 측의 지분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조현아 회장을 포함한 3자연합 지분은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의 주식을 추가 매입해 37.63%, 조원태 회장 측으로 분류되는 지분은 39.25%  정도로 각각 추산되고 있다.

한진칼 정기주총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3자 주주연합이 31.98%, 조원태 회장 진영이 33.45%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어느 한쪽이 압도적 승리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고평가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 재료가 사라지는 시점에 주가 급락이 나타날 수도 있어 증권업계에서는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미 주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수익실현을 위한 매물이 쏟아져나오면 다시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며 "또 경영권 분쟁 같은 경우 거시적인 시장환경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지속 투자에 유의해야 할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기업 실적에 기반한 기업의 본질이 아닌 경영권 분쟁 이슈 자체는 매수에 대한 합리적 근거가 되기 어렵다"며 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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