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낮 12시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1국에서 이세돌 9단이 승리를 거둔 뒤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 권민수 기자

[미디어SR 권민수 기자]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과의 은퇴 대국 1국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18일 낮 12시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대국에서 치수 고치기 3번기 제1국에서 92수 만에 이세돌은 불계승을 거뒀다. 불계승은 상대방의 기권으로 승리하는 것을 말한다. 상대는 NHN의 바둑 AI 프로그램 '한돌'이었다. 

12시 10분경 대국장을 찾은 이세돌은 오후 12시 15분 굳은 표정으로 대국을 시작했다. 한돌이 수를 놓을 때는 갑갑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쓸어올리기도 했다. 통상 공격적인 전략을 취하던 이세돌은 보다 수비적인 수를 뒀다. 

중반 들어 한돌이 맹렬한 공격을 펼치면서 이세돌 9단의 대마가 위험하다고 생각된 순간 이세돌이 씌우는 맥점(78수)를 두었고, 이 수를 예측 못한 한돌은 당황했다. 공격하던 한돌의 요석이 잡히면서 허망하게 대국이 끝났다.

이번 대국은 같은 조건에서 인간이 AI를 이기기 힘들다고 보고 접바둑의 `치수 고치기`로 진행됐다. 첫 대국에서 이세돌이 먼저 2점을 놓고 시작하되 7집 반을 한돌에게 줬다.

바둑계에서는1국의 2점에서 이세돌이 지고, 2국의 3점에서는 이겨 최종적으로 3국에서 2점으로 승부할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세돌은 예상을 깨고 1국부터 승리했다. 이에 내일은 동등한 상황에서 바둑을 두는 `호선` 대국이 이뤄진다. 

승리 후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 이세돌은 특유의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78수가 승패를 가른 것에 대해 이세돌은 "프로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너무나 당연한 수였는데 한돌이 생각을 못 했다는 게 의외였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이세돌이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AI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 승리했던 4국에서도 이세돌의 78수가 승부를 갈랐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세돌이 먼저 2점을 놓고 시작했기 때문에 한돌의 승률은 초반 8%에 불과했다. 이에 이세돌에게 훨씬 유리한 상황에서 그의 승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나온다. 이런 시각을 아는 듯 이세돌은 "이기고 기분이 좋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준비를 많이 했는데 조금 허무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세돌은 치수 고치기를 한 배경에 대해 "처음부터 호선으로 두면 차이가 벌려지기 때문에 핸디캡 매치가 맞긴 하다"면서 "그렇다고 아무 의미 없이 2점에 7집 반을 주면 '너무 재미없지 않나'라고 생각했다. 이번 경기를 통해 인간과 AI의 차이를 알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치수 고치기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오른쪽). 사진. 구혜정 기자

25년 프로기사 인생 중 처음으로 2점을 깔았을 때의 기분으로 "당황스러웠다. 은퇴경기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실 10일 정도를 2점(깔고 두는 대국)을 연습했는데 하면서 '2점 깔고 연습하는 날도 오는구나' 하고 개인적으로 신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세돌은 알파고와 대결 이후 AI에 관한 깊은 연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돌은 "인공지능을 연구했지만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근래 10일 동안 2점으로 많이 연습한 부분이 승리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승률이) 5대 5가 안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다. 한돌이 훨씬 고사양 컴퓨터 사용할 줄 알았는데 안 한 게 아닐까 싶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내일 호선 경기가 이뤄지는 것에 대해 그는 "승패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인간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돌 AI를 개발한 NHN 측은 이세돌의 승리를 축하하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NHN 이창율 게임 AI 팀장은 "(한돌의 패배를) 전혀 예상 못 한 상황이다. 2점 접바둑을 학습시키면서 프로기사분들을 대상으로 열심히 테스트를 했다. 결과가 많이 달라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내일 대국에 대해서는 "(호선 대국) 학습은 끝났고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 내일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즐기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NHN 송은영 한게임바둑서비스팀장은 미디어SR에 "한돌은 본래 호선 바둑 개발만 진행하다, 이번 이벤트를 위해 한두 달 동안 접바둑 개발에 몰두했다. 접바둑인 이번 대국에서는 한돌의 승률이 8% 정도에서 시작했지만, 내일 호선에서는 40~50%에서 시작하게 될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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