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전세계의 주목을 받은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사진. 한국기원 제공

[미디어SR 박세아 기자] 이세돌 9단이 프로기사직을 내려놓은 가운데 그동안 불거져왔던 한국기원과의 마찰 해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9단은 지난 19일 서울 한국기원에 방문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 9단은 한국기원과 오랜 불화를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9단은 2016년 5월 한국바둑프로기사회가 권한을 남용하며 적립금을 부당하게 뗀다는 이유로 기사회를 탈퇴한 바 있다. 한국기원은 새 집행부가 들어선 직후인 지난 7월 이사회를 소집해 "본원 주최 기전엔 기사회 소속 기사만 참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새 정관을 통과시켰다.

이 9단은 자유분방하고 직설적인 화법과 행동으로 늘 화제를 몰고 다녔다. 2009년 바둑리그 불참 등의 사유로 동료 기사들이 자신의 징계를 결의하자, 6개월간 휴직을 단행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최근엔 한국기원이 400여 명 가량이 소속돼있는 기사회의 요청에 따라 이 9단에게 지급하지 않고 보관해온 상금공제액 3200만원의 적립금을 두고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불화와 관련 한국기원은 미디어SR에 "지난해 8월, 기사회와 본격적인 법정공방이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국기원 자체와의 마찰이라기보다 기사회와의 문제라고 보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다만 이 9단은 기사회와의 문제를 한국기원이 빨리 처리하지 않고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금공제에 관련해서는 한국기원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국내대회 같은 경우 기사회에서 우승상금의 5%를, LG와 삼성화재배 같은 세계 기전은 기사회적립금·발전기금·복지기금을 명목으로 각각 5%씩 상금에서 총15%를 공제한다. 한국기원은 별도로  대회 종류와 관계없이 10% 정도를 상금에서 공제하고 있다.

손근기 기사회장은 미디어SR에 "적립금과 기금은 기사들 복지에 쓰인다. 구체적으로 경조사가 있을 때는 370~400만원 정도 지원이 된다. 이 밖에도 은퇴 위로금지원, 보급사업, 기사 야유회 등에 쓰이고 있다"면서 "상금공제에 대해 소속 기사분들의 생각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동안 이런 방식으로 운영돼왔다"며 이 9단과의 마찰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소송에 대해서도 손 회장은 이제 시작이라 언제 마무리가 될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 9단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예견된 것은 지난 3월 중국 커제9단과 겨룬 `3.1운동 100주년 기념 대국`서 완패한 직후다. 이 9단은 기자회견에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사이에 프로기사직을 내려놓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9단은 1995년 7월 제71회 입단대회에서 조한승 9단과 함께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1983년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서 태어나 18차례 세계대회 우승과 32차례 국내대회 우승 등을 통해 한국기원 공식 상금 집계로 98억원에 가까운 수입을 올렸다.

2016에는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대결해 1승 4패로 패했지만, 알파고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인류 유일의 프로기사다. 알파고와의 대결 끝에는 "내가 패배한 것이지 인류가 패배한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 9단은 2000년 76승을 올리면서 한국기원 최다승의 주인공이 되며 최우수기사상을 획득했다. 통산 8차례의 MVP, 4번의 다승왕과 연승왕, 3번의 승률왕에 올랐다.

이 9단의 은퇴로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는 모두 366명(남자 299명, 여자 67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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